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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엔 수조원 쓰면서 문화재 복원엔 인색”

유홍준 미술사학자, 전북일보·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주최 ‘초록시민강좌’ 8번째 강연

“명작은 확대할수록 섬세하고 항상 새롭게 다가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감동을 전해줍니다.”

 

전북일보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2011 초록 시민강좌 - 자연이 내게로 왔다’ 여덟번째 강연이 지난 17일 오후 7시 전주시평생학습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유홍준 미술사학자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다시 장인의 시대를 말하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 하면 다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백제, 국보 등의 단순한 사실관계일 것이다”며 “하지만 대향로에는 여러분들이 잘 모르는 엄청난 섬세함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 교수는 “대향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00가지 이상의 도상들이 있고 12개의 구멍이 나 있는데, 우리들은 지금껏 이 사실을 잘 모른 채 살았다”며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도 않았던 백제의 미술이 백제금동대향로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명작은 확대할수록 섬세하고 항상 새롭게 다가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감동을 전해준다”며 “하지만 정부는 1년에 4대강 사업에 4조원씩 쓰면서 섬세하고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문화재 복원에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황룡사 9층탑의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으로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 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황룡사 9층탑의 복원에 들어가는 예산은 3500억으로 4대강 사업 예산에 10%도 되지 않는다”라며 문화재 정책의 전반적인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를 만든 장인들로 화제를 옮긴 그는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무수한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다”며 “도처에 숨어 있는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이런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장인의 노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문화재를 널리 알리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라며 “사람들이 관람하지 못하는 문화재는 가치가 떨어져 결국은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갈 것”이라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모두 11번의 강연으로 진행되는 초록 시민강좌는 지난달 6일부터 오는 12월 8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전주시평생학습센터에서 진행된다.

 

오는 24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초록 시민강좌 아홉번째 자리에서는 (사)우리땅 걷기모임 신정일 대표가 ‘화림동 계곡의 정자와 함양상림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강연을 연다.

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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