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오중석(46)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촉발된 무분별한 개발에 경종을 울린다. 그런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단번에 '무분별한 개발이구나'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 요소를 제거했다.
방법은 이렇다. 먼저 난개발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풍경, 사라진 곳을 대체하는 사물 등을 박스를 이용해 1000분의 1정도의 크기로 제작한다. 그리고 분무기를 이용해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석고 본드 등을 발라 입체감을 더해 미니어처를 완성한다.
미니어처에는 박스로 만든 교량 위에 기차와 버스가 오간다. 교량 아래는 역시 박스로 만든 허름한 집들이 있고 그 뒤로는 깎여진 산의 단면이 추상적으로 표현됐다. 현실에 있는 듯 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면서 키치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현대 사회는 급격한 변화와 산업의 발달로 무분별한 경쟁과 개발을 초래해 환경을 훼손하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이런 비극적 현실은 인간이 자연과 공존의 중요성을 배제하면서 발생된 서글픈 결과죠."
그는 어릴 적 기억과 경험에 의존해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살아온 탓에 그가 바라본 세상은 냉소적이다. 유년 시절 그에게 위로를 줬던 익숙한 풍경을 빼앗은 인간의 헛된 욕망에 대해서 말이다.
그는 낯설게 보이는 현실에서 잊고 있었던 것들을 회상하며 모래사장에 흩어진 조각을 하나씩 찾아 퍼즐을 맞추듯 자아를 찾아간다. 또 조악하면서도 키치적인 연작으로 조명 받지 못하는 작은 공간까지도 초점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서 일까. 그는 주변에서 쉽게 버려지는 폐기물이나 공산품 등 죽어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장난감 블록을 하나하나 쌓아 만든 것처럼 비현실적인 풍경을 창조한다. 이런 행위는 개미의 세상을 관찰하려고 만들어 놓은 개미굴의 단면처럼 도시인들의 삶의 단면을 잘라서 보는 것과 비슷하다.
"현대 도시인은 방대한 우주라는 숲 가운데 아주 작은 지구라는 행성에 빼곡하게 사는 작은 벌레 집단일지도 모릅니다. 아주 미미한 존재라는 거죠. 미미한 존재일수록 공존과 공생을 통해 살아가는 게 맞는 거 아닐까요."
그의 시선은 냉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니어처 안에 어릴 적 그가 동경했던 풍경을 소환해 돌아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도 담았다. 그가 창조한 '공작 풍경'에서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이 뒤섞여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함께 호흡하며 공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담겨 있다. 그의 작업과 마주할 수 있는 자리는 오는 19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계속된다.
원광대 서양화과·동대학원와 우석대 교육대학원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전주자림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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