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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미디어 아티스트 송대규] "예술은 재미있는 놀이…관객과 소통 중요"

프랑스서 미디어 아트 접한 뒤 실험적 작품 몰두 / 내달 음향·영상 전문가들과 동문거리 쇼케이스

▲ 미디어 아티스트 송대규와 그가 2011년 전주 풍패지관에서 내놓은 미디어 파사드 작품.
피에로 만초니는 자신의 똥을 작은 깡통에 채운 뒤 '미술가의 똥, 1961년 저장됨'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이 깡통은 수천 만원을 호가한다. 한 미술가는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바닥에 누워 있다 비가 그친 뒤 일어나 젖지 않은 몸 형태를 사진으로 찍어 '청동기 시대의 흔적'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내놨다. 이 작품도 현대미술에서 퍼포먼스와 사진이 결합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 예술에는 "이게 뭐야?"라는 물음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작품들이 많다. 흔히 예술을 인간 정신의 고유활동, 진정한 가치를 지닌 것에 대한 모방, 아름다움이라고 정의내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작업들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송대규(36)는 이처럼 기존의 예술에 대한 굳건한 통념들을 해체한다.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로써 위상을 내려놓고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즉석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

 

"작가는 작품을 표현하고 생산하는 주체가 아닌 작품을 통해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 이 화두를 통해 관객이 작가에게 응시와 충동을 보여줌으로써 하나의 유의미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그는 '예술'을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라고 표현하면서 '몸이 붓'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놀이는 무용, 퍼포먼스, 무대디자인, 미디어아트 등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전북도청 사거리 한 가운데서 크레인을 이용해 큰 소나무를 매달고 피아노를 치며 삭발을 하는가 하면 10명의 아티스트들이 머리에 어항을 쓴 채 객사 앞길을 막기까지 했다. 또 온 몸에 물감을 바르고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춘 뒤 남은 흔적을 작품으로 내놨다.

 

그는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 활동에서 '조형적 결과물'을 산출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퍼포먼스에서 던져진 '응시'라는 화두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현실이며, 이 자체를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작가들이 작품을 생산한 뒤 '내가 표현한 것은 이것'이라며 관객들에게 수동적 관람을 강요하는 것에 반기를 드는 행위였다.

 

"작품 활동에서 깨닫는 철학적 사유와 경험이 곧 삶의 화두이자 문제인식이 된다. 이 때문에 관객과 철학적 사유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방식을 계속해서 탐구해왔다."

 

그는 지난 2009년 관객에게 좀 더 다양하게 화두를 던질 방법을 찾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다. 음악 무용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는 미디어 아트를 접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난 2011년 전주 풍패지관(옛 객사)에 미디어 파사드 작품 '연연(戀戀)'을 내놨다. 이 작품은 13분 짜리 영상으로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생활과 삶, 역사의 변화가 맞물리는 영상을 통해 삶과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재조명했다.

 

그는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순수미술이 기업의 마케팅과 결합하면서 보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로 여겼다. 두 분야 모두 대중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 공연에서 소리를 디지털화해 영상으로 담는 실험적 작업도 병행하며 미디어 아트 분야에 작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예술은 종말을 고했다. 현대 예술은 작품 활동에서 깨닫는 철학적 사유가 곧 작품이다. 지역에서 이와 같은 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문화적 다양성은 더욱 풍부해 질 것이다."

 

그는 미디어 아트 작업을 더욱 정교하고 세련되게 만들기 위해 '30days'라는 팀을 만들었다. '30days'는 음향 영상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그와 함께 미디어 작업을 생산해 내고 있다. 다음달 15일부터 17일까지는 전주 동문예술거리에서 헌책방, 예술가, 상인 등 동문거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를 담아 '미디어 파사드 동문예술거리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다. 나아가 미디어 아트가 활성화 되지 않은 도내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역에서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동문거리의 창작공간 등을 이용해 '미디어랩'을 만들어 미디어 아트를 접하고 싶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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