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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음악감독 김백찬] 동·서양 음악 넘나들며 전통국악 현대적 재해석

다양한 장르 과감한 시도 전국 공연·영화계서 두각

무대는 사라져도 음악은 남는다. 지난 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만난 널마루무용단의 '부채, 춤 바람을 일으키다'에서 '보는 재미' 외에 '듣는 재미'로 숱한 갈채를 유도했던 게 음악이었다. 전통과 현대 사이의 지점에 위치한 음악은 과장보다는 절제로 기울이며, 고독과 우수까지 결을 그대로 살려냈던 것. 음악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작품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젊은 작곡가라는 점에서 놀라움은 더욱 컸다.

 

전국 공연·영화계에서 잘 알려진 음악감독 김백찬(32)은 이젠 괜찮은 '보증수표'로 통한다. 영화'쌍화점','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음악 작업에 참여했고, 경쾌한 국악 선율로 만든 지하철 환승역 음악'얼씨구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며, 9월 선보일 새만금 상설공연 창작음악과 도내 인디밴드'어쿠스틱'의 음악까지 다 그의 손을 거쳤거나 매만져지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작품이 한 가지로 정의되진 않았다. "어떤 무대이건 간에 제작진 의도를 충실하게 살려내는 게 최우선이다", "정의될 수 없는 다양한 소리의 실험을 해나가고 있다"는 말처럼 그의 곡은 극과 극을 오간다.

 

"영화음악은 액션영화에 더 잘 어울린다고 하고, 무용음악은 또 서정적이라고들 해요. 천차만별이죠, 뭐. (웃음)"

 

그럼에도 국악인들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에 갇히지 않고 대중들이 환호할 수 있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은 '락'(樂)적인 요소가 다분했다. 그가 좋아하는 가야금은 물론 피리·타악·소금·기타 등 국악기와 양악기로 기쁨과 슬픔, 우울, 몽상까지 한데 버무려 총천연색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국악 전공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으로 음악 이론, 동요 작곡, 시창 등을 고루 익혔고 전국어린이동요작곡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작곡에 소질을 보였다. 서울국악예고(現 국립전통예술고)를 거쳐 전북대 한국음악과에 진학했고 군악대 입대 전 호기심 삼아 본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시험에 덜컥 붙어 작곡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전통적인 접근에 충실하는 국악계와 거리를 둔 그는 거꾸로 다양한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조합으로 국악을 과감하게 재해석한다.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기에 직접 창작하고 가깝게 들려주면서 온몸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는 이면엔 국악계가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얼씨구야'는 본래 휴대전화 벨 소리로 만든 겁니다. 국립국악원이 추진한 '생활 속에 우리 국악' 창작사업에 제 벨소리가 채택되면서 지하철 환승 음악이 됐죠. 여기서 재밌는 것은 승객들의 반응이었어요.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던 승객들도 쉽게 친숙하게 느끼더라는 겁니다. 국악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더 자주 갖게 된다면 대중화가 어렵지 않겠다고 그 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떤 장르 건 가리지 않고 시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곡에 따라 통째로 다시 창작해나가는 '재건축'도 있고, 구조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손보는 '리모델링'도 있다. 그럼에도 모든 음악은 본격적인 공연을 올리기 한 달 전에 미리 나온다. 협업이라는 공연예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일하는 파트너들을 배려하기 위해서지만, "연출자와 감독이 주는 영감을 통해 곡이 만들어진다"며 겸손해했다.

 

젊은 팬들은 감각적이고 세련된 그의 스타일에 두 손 들고 환영하겠지만, 완고한 애호가들은 이게 무슨 국악이냐며 눈살을 찌푸릴지 모른다. 그러나 해석의 자유를 넉넉하게 열어주는 그의 명민한 곡에 청중들이 먼저 기립박수를 쳐주는 흐뭇한 풍경을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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