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상징 나뭇결 주목 깎고 덧대는 작업 이어와
"생선회를 뜨듯이 나무 포를 떴습니다."
2일 전주 서신갤러리에서 '별을 이야기하다 展'을 앞두고 만난 조각가 이효문(46)이 이번 작업을 두고 한 말이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작업의 고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
그는 나무를 오리고 붙여 별의 형태를 만들었다. 재밌는 발상이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다. 전기톱으로 원통형 참죽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다듬어 곡선 형태의 별 모양 석고에 붙였다. 투박하게 붙여진 나무 사이에 드러난 공간은 블록형태의 조그마한 나무들로 채웠다. 가로 160㎝ 세로 150㎝ 높이 53㎝에 이르는 별의 형태에 나무를 붙이기 위해 작업실 천장에 크레인까지 설치했다. 이처럼 어렵고 고된 작업을 고수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나뭇결의 측면부는 수많은 실핏줄로 섞여 있는 생명의 모태인 대지를 상징하며 수평의 형태로 자리하고, 그 사이로 드러난 공간에 수직의 형태로 세워진 수많은 나무 조각들은 대지 위에 뿌리 내린 생명을 뜻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별은 일종의 자신만의 이상향으로 수많은 별 중 어떤 하나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광범위하게 떠다니는 모든 별을 상징한다. 자신의 평생 주제인 인간의 원시적 생명력이 우주의 생성 원리와 맞닿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조각의 형태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이번 작업은 '생명'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그가 끊임없이 실험적 작업을 이어 온 결과다.
나무를 평생 재료로 삼아 온 그의 첫 시작은 철을 이용한 작업. 버려진 철을 이어 붙이는 '덧댐'을 통해 재생의 의미를 담고자 했지만 그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과감히 철을 벗어 던지고 선택한 재료는 나무다. 생성→소멸→재생의 과정을 반복하는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하기에 나무는 더없이 좋은 재료였다. 또 철 작업에서 보여준 덧댐보다는 나무를 깎으면서 무언가를 덜어내고자 하는 철학적 행위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무는 다루기 어려운 재료이고 그 특성을 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14년간 나무 작업을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요."
그에게 나무는 어려운 대상이었다. 투박하게 나무를 깎아 자연의 형태를 재현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지난 2007년 전남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표현 방식에 변화를 준다. 먼저 단순히 조각을 올리는 데 사용했던 받침대를 조각의 한 부분으로 만들었다. '진화 속으로의 회귀-도시 위를 걷다'에서 받침대를 도시의 빌딩 모양으로 제작한 뒤, 투박하고 거친 손을 가지고 그 위를 내딛는 거인 형상을 올렸다. 도시를 밟고 올라선 거인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
또 다른 시도는 나무를 깎아 내는 대신에 깎여진 나무를 덧대 자연을 닮은 형태를 만들면서 '별을 이야기하다'의 전초전 격인 작업을 선보였다.
"입시에 매여 미술을 시작했더라면 아마도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자유롭게 생각하고 얽매여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접한 미술이 현재에 나를 이끌고 있는 힘입니다."
뒤늦게 배운 미술은 그에게 재료가 갖는 일반적인 상식의 틀을 깨게 했고, 재료 안에 그가 구상하는 작업을 끼워 넣는 게 아닌 그의 생각에 재료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들었다.
오는 11월 전북도의 해외전시 지원사업에 선정돼 싱가포르 아트페어에서 선보일 그의 또 다른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전주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8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전라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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