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동쪽에 붙은 하동 땅. 지리산 자락의 셀 수도 없는 청계수가 모여들어 언제 인지도 모를 먼 과거로부터 하나 되어 흐르다 화동 화개에 이르러 강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울창한 송림을 거쳐 포구를 휘감고 도는 물길이 닿는 곳 여기저기엔 고운 백사장이 생겨나고 둔치의 갈대숲을 이루며 오늘도 변함없이 하나 된 강물을 남쪽 바다로 흘려보낸다.
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악약면 평사리 마을 앞 둔치 장승이 있는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은 유난이도 정겨움이 묻어나는데 얼핏 흐름이 멈춘 듯 온 사방이 적막감에 깊이 빠져든다.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은 지난 과거에도 흘렀었고, 지금도 흐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쉼 없이 흐를 것이기에 한 순간도 머무름이 없으리라. 무심코 흐르는 강물이기에 얽매임도 집착도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로의 치달음도 아예 필요치 않을 것이다.
원래 마음이 무심이라 했다지만 생각 많고 말 많은 이 중생은 언제쯤이나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조금도 머무는 바 없이 무심이 지어가는 저 강물을 닮아 볼까. 지리산에서 수많은 전설과 설화가 탄생한 배경도 이렇지 않을까.
아마도 가락국의 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이곳 칠불사에 정착했을 것이다. 웅장함과 뜻 모를 적막감이 가득한 강의 무거운 의미를 우리 선조들이 수천 년 전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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