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금순씨(73·군산시 지곡동)는 오늘도 하염 없이 문 밖만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낡은 집안에서만 지낸지도 어느새 1년째.
하씨는 지난해 오른쪽 다리를 잘라낸 후부터 이웃들이 자신을 꺼려하고 찾는 일이 줄었다며 아쉬워했다.
당뇨를 앓고 있는 하씨는 발에 난 작은 상처가 곪았을 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이때부터 바깥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병원 다니기도 수월하지 않고, 일거리도 끊겼다.
때문에 10여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들과 그 몇해 전 집을 나간 며느리를 대신해 두 손주를 홀로 기르는 일이 더 막막해졌다.
간질을 앓고 있는 손녀(17)는 하씨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하씨 사정이 여의치 않아 최근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며느리가 집을 나간 뒤부터 아들이 매일 술독에 빠져 살더니 어미 보다 먼저 갔지. 내 몸도 이제 반 송장이 다 돼서 아이들 돌보기도 힘들어.”
그는 손자(18)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잘 다니던 학교를 2년 전 자퇴한 손자는 수업시간에 교사로부터 ‘에미 애비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학교를 뛰쳐나왔다.
지금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밖으로만 도는 손자는 그에게 가슴 속 응어리로 남는다.
자신의 아픈 몸 보다 손주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뜬밤으로 지새우기 일쑤다.
게다가 현재 살고 있는 집 인근 부지가 최근 재개발 계획되면서, 언제 쫓겨날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도 크다.
기초생활수급비와 노령연금 등 매월 60만원 남짓한 돈도 생활비로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그동안 모아둔 돈도 없어 생활은 궁핍하기만 하다.
“혼자서는 집 밖 출입도 어려운데 무슨 수로 돈을 벌지 막막해. 아이들이 제 밥벌이 할 수 있을때까지는 돌봐야하는데, 그게 너무 힘이 들어”
그는 당장의 생계비도 급하지만 일찍 부모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손주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줄 수 있는 아이들의 스승을 더 원하고 있다.
어릴 때는 살갑게 굴던 손주들이 어느새 자신과 거리를 두고 말도 붙여주지 않는 모습에서 소외감을 느껴서다.
거동이라도 편해지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어디 여행이라도 가서 못다한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 탓에 내내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왔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살아왔어. 잘 배우고 마음 넓은 형이나 누나, 부모뻘 어른들이 아이들을 다독여주고 이끌어주면 좋겠어. 아이들은 부모 잘못 만난 죄 밖에 없잖아.”
하씨에 대한 후원·봉사 문의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063-903-063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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