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기술 열심히 배웠지만 취업 실패 / "하루 세끼는 사치"…월세 걱정 한숨
시각장애 1급인 유승열씨(40·군산시 수송동)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줌의 빛도 보지 못했다.
선천적 장애를 지녀, 내내 어둠 속에서 살아온 인생이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진안 출신인 그는 초·중·고교를 모두 맹아학교가 있는 광주광역시에서 보냈다.
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업소 등에서 안마사로 일하면서, 어느정도 밥벌이가 됐지만 한창 일할 24살 때 IMF 한파로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장애인 시설을 전전했다.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과 생활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도 잠시, 시설 비리로 시설이 폐쇄되는 상황을 맞으면서 그는 다시 자리를 잃고 떠돌았다.
그렇게 돌고 돌아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왔지만, 그곳도 그가 안식할 곳은 아니었다.
부모 형제 모두 자신들의 팍팍한 삶 때문인지 상처 입고 돌아온 그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돌아온 고향에서 오히려 외로움은 더욱 짙어만 갔습니다.”
그는 생각 끝에 지난해 9월 다시 홀로서기에 나섰다. 지인의 소개로 안마사 일을 하기 위해 군산으로 온 것.
하지만 일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인과도 사이가 멀어지면서 아는 이 하나 없는 군산에 머물게 됐다.
그동안 모아둔 돈도 점점 떨어져가면서, 월 20만원의 방세 마저 내기 벅찬 상황까지 내몰렸다. 다른 벌이 없이 월 16만 8000원의 장애연금으로만 살아가야 하기 때문.
그래서인지 그는 요즘 들어 눈 앞의 어둠보다 마음 속의 어둠이 더 아프고 차갑게 느껴진다.
“모아둔 돈이 거의 다 바닥났습니다. 하루 세끼 먹는 것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당장 월세를 못내면 거리로 나가야 합니다.”
그는 이런 곤궁함을 벗어나고자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많이 배운 것도 특별한 기술도 없어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다.
이때마다 그는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점자로 시와 수필을 쓴다.
주로 앞으로의 꿈이나 희망을 담은 글로, 현실의 어려움과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내고 있다.
이달 12일 만난 그는 이날도 점자로 세상과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세상의 그 어떤 고난으로부터도 견딜 수 있는 강한 힘을 주십시오. 또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꿈이 있다면 힘들게 배운 안마기술을 꼭 필요한 곳에서만 쓰고 싶습니다. 노인전문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몸 아픈 어르신들을 위해 일하며, 보람과 긍지를 찾고 싶습니다.”
유씨에 대한 후원·봉사 문의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063-903-063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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