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증에 8년째 복막 투석 '신음' / 이혼 뒤 경제난…세 아들 부양책임까지
“몸은 점점 더 아파오는데 어찌 할 도리가 없어 너무 힘이 들어요.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 그동안 못다한 아이들 엄마 노릇하며 사는 게 소원이에요.”
이달 22일 익산시 함라면 여점식씨(50) 집.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여씨는 복막투석을 하고 있었다.
매일 6시간 간격으로 하루 4차례하는 투석이 이제 당연한 하루일과가 된지도 어느새 8년.
혼자 힘으로 직접 투석액과 도관을 연결, 투석액을 주입하는 일은 그의 생명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또 매주 3차례 병원에 들러 혈액투석을 이어가는 것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장이식수술만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수천만에 이르는 수술비를 마련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얼른 건강을 회복해서 예전처럼 아이들의 옷도 빨아주고, 식사도 차려주고 싶습니다. 지금 같은 삶이 계속 이어진다면 더 이상의 희망은 찾을 수 없습니다.”
여씨는 2001년 자꾸 나른해지고, 어지러움증이 오는 것이 이상해 들른 병원에서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때부터 없는 살림에 병원비까지 들면서 그의 집안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일용직 노동자였던 남편은 술만 마시면 툭하면 여씨를 때려, 하루도 얼굴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아픈 몸을 건사하는 것도 모자라 매일매일이 지옥 같은 삶을 사는 것이 버거웠던 그는 끝내 2011년 남편과 갈라섰다.
그래도 아이들이 있어 때때로 연락을 하고 지내던 남편도 지난해 9월 간경화로 숨지면서, 세 아들의 부양 책임까지 그가 떠맡게 됐다.
“무엇보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니 불편한 것이 한 둘이 아닙니다. 군대에 간 둘째아들이 곧 제대하는데 그동안 한 번도 면회를 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한으로 남습니다.”
다행히 큰 아들(22)은 경기도 용인에서 일일근로를 하며, 스스로 생활비를 벌고 있어 한 시름 덜었다.
하지만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막내아들을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하다.
미용사가 꿈인 아들을 제대로 뒷바라지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책망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익산시에서 미용학원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관련 대학을 진학하고 싶어하는 아들의 의지마저 꺾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기초생활수급 급여와 장애연금을 다 합해도 채 100만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교통비와 식비, 교육비를 충당하는 것만해도 버겁기 때문.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는 되진 못해도 창창한 아이들의 앞길까지 막고 싶진 않습니다. 수술을 받아 몸이 건강해져 일할 수 있는 그날이 오면 그동안 못다한 어미 노릇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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