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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평균나이 67세, 남원 실버카페 '꽃길'

"인생의 향기가 담긴 커피 맛 보세요"

▲ 커피를 만들어 가져다주는 것과 치우는 것 까지 직접 해주시는 어르신들.

차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꽃길’ 이라는 예쁜 간판을 보고 ‘뭐지? 분명히 저긴 남원시 노인복지관인데 찻집인가?’의문을 가졌다. 알고 보니 남원시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꽃길 Camino(카미노, 이하 꽃길)’ 이란 카페다. 이곳에는 특별한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겨울바람이 따뜻한 봄바람으로 바뀐 3월,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는 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선다.

 

△바리스타 평균연령 67세

 

“어서 오세요”

단정한 근무복을 차려입은 얼굴은 젊은 아가씨나 멋진 총각이 아닌 우리 엄마 나이의 어르신이다. 꽃길의 주인공 바리스타 4인방이다. 4명의 바리스타는 평일 5일간 두 명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날은 박승순(71)·김태순(62) 씨가 일하고 있었다. 휴무인 류흥문(68)·윤순애(68) 씨는 부부 바리스타였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카푸치노와 카페라떼 한 잔과 치즈케익을 주문했다. 꽃길이라고 쓰인 예쁜 잔에 커피가 담아져 나온다. 이곳은 셀프서비스가 아니고 황송하게도 직접 테이블로 차를 가져다준다.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손길이 오간듯 책장이며 장식물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묻어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열심히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주방으로 따라가 이것저것 물어봤다.

 

△어르신의 일자리와 쉼터공간

▲ 실버카페 꽃길을 운영하는 어르신들. 왼쪽부터 류흥문, 윤순애 부부, 박승순, 김태순 어르신.

꽃길은 지난해 10월 남원시 노인복지관이 일자리와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문화공간 겸 카페다. 남원 노인복지관은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청춘교육단, 무료급식도우미, 새싹보듬이 사업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시장형 일자리 사업인 꽃길 카페 일자리는 타 시에서 운영하는 여러 곳의 실버카페를 벤치마킹하고, 자문도 받았다. 참여자는 사업시작부터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카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여는데, 바리스타 어르신들은 5시까지 근무한다. 5시 이후와 주말에는 자원봉사자와 관리자가 운영을 돕고 있다.

 

꽃길의 커피가격은 아메리카노 3000원부터 시작한다. 카페라떼·카푸치노 3500원, 막대 초콜릿은 800원에 판매한다. 노인복지관 회원에게는 50% 할인을 적용한다.

 

실버카페라고 해서 분위기나 커피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소품이나 화장실 문 장식 하나도 아기자기,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였다. 참여자들은 남원 제일고에서 6개월간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훈련 끝에 이곳 바리스타가 되었다. 처음에는 주변 복지관 방문객도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지금은 폼나는 옷을 입고 출근하는 모습에 모두 부러워한다고.

 

꽃길의 또 하나의 자랑은 바로 수제 초콜릿이다. 바리스타가 쇼콜라티에가 돼 프랑스에서 성탄절에 주로 선물한다는 파베 초콜릿을 만든다. 저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꽃길에서 새로운 인생길을 걷다

 

박승순·김태순 씨는 “젊은 시절부터 직장생활을 해왔던 터라 새로운 일에 대해 망설임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리스타로의 변신을 가장 반기는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특히 손자손녀가 할머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카페에도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이들의 미소에서 뿌듯한 자부심이 절로 느껴진다. 부부로 일하는 바리스타가 부럽지는 않은지 살짝 물어보니 할아버지는 바리스타에는 관심이 없다며 재치 있게 받아주었다.

 

김 씨는“카페가 제 가게라고 여기고 있어요. 하나라도 절약하고 재료를 준비하는 것도 고용인이 아닌 주인의식으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주부들이 식사를 겸해서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곳이 시내 중심가가 아니어서 아쉽지만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100세 시대다. 노인은 피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미래다. 제2, 제3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하는 당당한 이들에게 한없이 부러움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망설였겠지만 새로운 도전이 그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 신해정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신해정씨는 남원에 귀농·귀촌해 지리산권 7개 시·군을 모니터하는 40대. 현재 도민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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