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작년 한 해 동안 65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이라 하겠다. 이런 급속한 성장은 불과 몇 년 전부터라고 기억된다. 한옥마을을 기획했던 담당자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던 급속한 성공이 아닐까 싶다.
이제 우리는 한옥마을의 비약적인 성장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지속 발전시켜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65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전주한옥마을의 힘과 매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전주한옥마을에는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여유와 흥이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이 농축되어 담겨있다. ‘전주는 한국인의 마음의 고향’이라는 슬로건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전주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외세로부터 흔들렸던 질곡의 역사와 급속한 근대산업화 속에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운 역사와 시대환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우리의 것을 보존하고 유지시켜 왔던 대표적인 곳이 전주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주는 생활문화 속에서 우리의 문화를 유지할 뿐 아니라 발전시켜왔다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사정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서 우리의 근본을 찾아가고 정체성을 잡아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주의 생활문화가 부각되고 그 중심에 한옥마을이 부상하게 된 듯하다.
전주한옥마을은 다른 지역의 전통한옥마을과 달리 최초의 형성과정이 민족적 자긍심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컸던 지역으로 다가동과 중앙동에 진출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던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으로 1930년을 전후해 경기전을 중심으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특히 1912년에는 태조의 어진이 봉안되어 있고 전주 이씨 시조의 위패가 봉안된 경기전의 반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를 지어 경기전을 초등학생이 뛰어노는 놀이터로 만들어 민족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던 시기였다.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한민족의 정체성 외에도 호남지역의 비옥하고 드넓은 평야를 기반으로 하는 풍요로움 속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먹거리는 중요한 매력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외지의 지인으로부터 전주의 먹거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난감함을 느낀 적이 많다. 소개할 만한 뚜렷한 식당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다.
전주의 먹거리가 변해가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 줄줄이 들어서고 있는 먹거리는 그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들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어디에 가든 볼 수 있는 유흥지 먹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그것도 새로 생긴 식당이 대부분이다. 역사와 전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모두 원조란다. 절대 가면 안 되는 한정식집도 비빔밥집도 너무 많이 생겨났다.
전주한옥마을은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다. 문화상품은 담고 있는 문화콘텐츠의 수준으로 가치를 평가 받는다. 몇 해 전 대기업의 디자인담당 임원들을 전주한옥마을에 초대해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전통한정식 집에서 식사 전에 명창을 모시고 판소리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아 유명한 문화를 두루 경험한 디자인 임원들이었지만 식사자리 바로 옆에서 경험한 판소리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이후에 본사에서 치러졌던 전체 임원 워크숍에 그 명창을 초대했다고 한다.
전주한옥마을은 한국문화의 자존심으로 고급스러운 문화를 담고 있어야 한다. 고급스러운 문화란 자존심이 살아있는 문화이다.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고 그곳에서만 시작되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 주말 한옥마을 전통문화관에서 가족창극 ‘쪽빛황혼’ 한마당이 펼쳐졌다. 우리의 삶을 전통 문화방식대로 표현한 흥의 한마당에서 울고 웃으며 진한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다음 이야기에서
한옥마을 디자인 제안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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