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3 13:04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⑪ 디자인,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작업 - 전주 문화는 생활 속 선조의 지혜

지속적 디자인 관리 필수 / 시대, 유행 따라 변화해야

디자인이나 문화 모두 너무 일반화된 용어로 우리에게 더 이상의 감흥이나 흥분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화 될 정도로 자주 노출되는 단어라면 역설적으로 매우 중요한 용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전주는 문화의 도시라는 것을 매우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전주의 문화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전주시민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전주에게 문화는 대단히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의하고 구별하여야 한다. 일반적이고 막연한 개념의 문화로는 상품에 입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주의 문화는 생활 속에 담겨 내려오는 선조의 지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오랜기간 동안 생활 속에서 발전되고 개선되어 내려오면서 살아있는 문화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전주의 문화는 이미 선조들에 의해 디자인작업이 훌륭하게 진행되어져 그 가치가 굉장히 크다.

 

흔히 잘된 디자인을 보면 제품의 생명력이 길다고 한다. 물론 잘 된 디자인은 그 생명력이 오래 지속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생명력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디자인관리가 필수적이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질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디자인이 발명인가요?” 다. 새로운 것을 혁신적으로 창조하라는 요구를 꾸준히 받다보니 디자인이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한 발명으로 느껴지곤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작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기존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3M, GE, FORD 등 100년 넘은 브랜드가 아직도 설립 초기의 이름과 로고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그 옛날부터 이런 현대적인 이름과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는지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디자인은 아무리 좋아도 시대의 트랜드 즉 유행에 따라 감성이 변하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을 오랜 기간 좋은 디자인으로 인식하기는 쉽지가 않다. 우리가 항상 같다고 느끼며 보고 있는 3M, GE, FORD 등의 브랜드도 짧게는 수 년, 길게는 10년의 주기로 꾸준히 디자인을 개선하고 있다. 큰 틀은 변하지 않으면서 글자의 굵기나 크기 색상 등을 꾸준히 조정하면서 시대의 유행에 맞추어 나가고 있기에 항상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유지한다.

 

어느 날 회의 중에 자신의 넥타이만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 좁다는 것을 느끼거나 자신의 바지만 폭이 넓고 다른 사람은 모두 폭이 좁은 바지를 입은 것을 느낀다면 유행을 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내가 입은 바지나 넥타이가 디자인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단지 유행을 따르지 못하고 뒤쳐진 것이다. 역설적으로 아무리 좋은 고가의 제품을 입고 있다 해도 유행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디자인이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어제까지 만해도 멋졌던 넥타이가 오늘 아침에는 너무 촌스럽기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 트렌드의 변화다.

 

우리는 의욕이 앞서 무엇을 하든 기존 것을 허물고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작업에서도 기존을 무시하고 새롭게 창작하려 한다. 그러나 오랜기간 갈고 닦여진 자연이 아름답듯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발전되어진 것들이 보다 가치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짧은 산업화의 역사 속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건설된 경향일 수 있으나 이제는 발전의 질을 높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주의 문화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가치로 인정받게 된다. 오랜 기간 개선되고 발전하면서 생활 속에 살아있는 전통문화로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가장 훌륭한 디자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