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요소에서 색(色)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하다. 색이 가지는 기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색은 인체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형태보다도 색이 더 중요하다. 색을 이용한 대체치료가 활발한 연구와 함께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도 색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능을 입증하고 있다.
색은 사물과의 소통을 위한 전략적인 요소로 디자인에 적용된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에서도 문양이나 형태보다는 색깔로 먼저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깃발이 인지도가 강하지 못한 이유도 색보다는 문양을 중요시한 도안으로 인식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의 국기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도안에 강렬한 색 때문이다. 일본 국기의 붉은 색은 디자인에 활용하기 용이해 통합된 국가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이로운 경향이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국기를 문양없이 색의 조합으로만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색으로 인지되는 기업브랜드
이처럼 색은 통합된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기업의 브랜드디자인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색을 선정하는 작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색들은 이미 많은 기업에서 고유칼라로 선정하고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색상을 기반으로 홍보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색들이 특정한 기업과 연결되어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대표적으로 푸른색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과 연결되어 있고, 붉은 계열은 LG, SK, 기아자동차 등으로 연결되어 인식 되어진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복잡한 도시환경 속에서 기업은 색상으로 인지 되는 경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서 찾아야 하는 주유소의 사례에서 색상을 통한 인식의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SK는 빨간색, GS는 녹색, S오일은 노란색, 현대오일뱅크 블루로 멀리서도 알아보기 쉽도록 색상을 정하고 홍보의 대부분이 색상과 연관되게 진행되고 있다.
△도시이미지 정비작업에 색 활용
전주의 색은 무엇일까?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현 상황에서 색상을 활용한 통합된 도시이미지 구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다행히 전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색상의 체계적인 적용을 일찍 시작하고 있다. 2009년 ‘한바탕전주’의 도시브랜드를 만들면서 전략적인 색상으로 마젠타를 선정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시의 통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도부터 서울의 브랜드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전용색상과 함께 서울의 실제 모습에서 뽑은 서울색을 정립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도시의 색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현대화된 도시에 꼭 필요한 도시이미지 정비작업에서 색상을 활용한 방법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전주가 가진 고급스러운 색
전주가 가진 색을 발굴하고 그 색을 새로운 디자인시설물에 적용하는 실험작업을 지도하는 학생들의 2015년도 졸업작품으로 진행하게 됐다. 먼저 누구에게 물어도 속 시원하게 답해주지 못하는 전주의 문화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 학생들은 거의 두 달 동안 전주시를 돌아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었고, 자신이 생각하는 전주의 문화는 무엇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전주의 이미지를 만들고 구체적인 색상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주의 색은 이후에 진행된 학생들의 전주시 공공시설물 디자인에 적용됐다.
디자인결과물은 매우 전주스러웠다. 사실 전주스러움이란 한마디로 규정할 수가 없다,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전주스러움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도움을 주었던 (주)노루페인트 색채연구소 담당자들도 기대수준 이상의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처음 전주의 색을 만든다고 할 때 화려한 원색의 전통적인 5방색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주를 돌아다니며 직접 촬영한 이미지에서 발굴한 학생들의 전주색은 더없이 화려하고 더없이 고급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전주의 문화가 이미 고급스러움을 품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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