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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슬로시티 전주] 전통문화 유지·발전시키는 도시개발

태국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일년내내 관광객으로 넘친다. 물론 기후환경이 휴양지로 적합한 것도 있겠지만 태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다. 오랜 기간 불안정한 정치상황으로 가능성에 비해 경제성장이 늦은 반면에 아시아 각국이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었던 시기에 유일하게 독립을 유지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유럽의 식민지를 거쳤고 2차대전을 전후해 미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면서 고유문화가 많이 깨어지고 미국식 현대문화로 평준화되었던 시기에 유일하게 태국만은 전통의 고유문화를 단절 없이 지켜내려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전통 생활문화가 핵심사전적의미의 문화란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 정신적 과정의 모든 산물이라고 정의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상품의 가치로 인정받는 문화는 전통의 고유한 생활문화가 외세의 영향으로 단절되거나 보편화되지 않고 고유한 생활 속에서 현대화돼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산업디자인을 위해 문화기반의 스토리발굴을 쫓는 필자에게 태국은 남다른 지역으로 자주 찾게 된다. 세계최고의 빈부격차가 있는 나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나라, 복잡한 정치환경 속에서도 아직 존경받는 왕이 존재하는 나라. 태국은 참으로 설명이 많이 필요한 나라다. 그만큼 스토리도 많이 담겨있다. 정치만 안정된다면 세계 최고수준의 선진국가가 될 수 있다.△급속도로 변화하는 도심문화는 어떤 이유로든 단절되지 않아야 한다. 단절될 경우 빈자리에는 보편화된 문화가 자리를 잡게돼 더 이상의 상품가치를 잃게 된다.얼마 전 전주시에서 전주의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듣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주의 변화하는 모습은 드라마틱하기만 하다. 10년 전만해도 필자가 재직 중인 전주대학교 주변은 그야말로 농지가 대부분이었다. 학교 주변에 꿩이 날아다니는 광경이 흔했다. 한옥마을의 지난 10년을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신도심과 혁신도시의 건설속도는 놀랍기만 하다. 우리 눈으로 하나의 도시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만들어 지는 것을 쉽게 보는 세상이다. 변화의 속도를 보며 전주의 가치높은 고유한 문화가 사라지고 보편화된 문화로 대체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다.△삶의 질 고려하는 개발우리는 근대화를 거치며 빨리빨리문화가 유난히 강하게 자리잡았다. 물론 이러한 문화가 우리의 경제를 급속하게 발전시킨 원동력도 되었지만 폐해도 낳았다. 많은 것들이 유지발전 보다는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사실 가장 쉬운 개발은 있는 것을 부수고 새롭게 건설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서혁신도시 건설 속에서 붉은색의 비옥한 황토바닥이 콘크리트로 덮혀지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혁신도시가 삶의 질이 고려된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혁신도시가 될 수는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여유가 많았던 민족이다. 한옥에는 자연의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구조를 우선 하였고, 자연의 일부로 정원을 배치했다. 친환경적인 삶이었다. 자연과 공존하는 느림의 미학이 우리의 문화이기도 했다. 느림을 단순한 게으름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느림 속에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줘 경솔한 판단을 막아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조금 늦게 결정한다 해도 정확한 판단이 더욱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서울의 도심에서 만나는 비둘기를 자세히 보면 발가락이 제대로 붙어있는 비둘기를 보기가 힘들다. 그만큼 치열한 도심 속의 삶을 엿보게 된다. 인간의 모습도 마찬가지로 산업화된 대도시의 삶은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다. 어쩌면 산업화가 가장 뒤졌다는 슬로시티 전주에서의 우리의 삶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윤택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연한 산업화를 외치기 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를 보존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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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30 23:02

[17. 색으로 입혀지는 문화] 전주色 발굴해 이미지 마케팅 활용을

디자인요소에서 색(色)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하다. 색이 가지는 기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색은 인체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형태보다도 색이 더 중요하다. 색을 이용한 대체치료가 활발한 연구와 함께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도 색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능을 입증하고 있다.색은 사물과의 소통을 위한 전략적인 요소로 디자인에 적용된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에서도 문양이나 형태보다는 색깔로 먼저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깃발이 인지도가 강하지 못한 이유도 색보다는 문양을 중요시한 도안으로 인식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의 국기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도안에 강렬한 색 때문이다. 일본 국기의 붉은 색은 디자인에 활용하기 용이해 통합된 국가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이로운 경향이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국기를 문양없이 색의 조합으로만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색으로 인지되는 기업브랜드이처럼 색은 통합된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기업의 브랜드디자인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색을 선정하는 작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색들은 이미 많은 기업에서 고유칼라로 선정하고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색상을 기반으로 홍보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색들이 특정한 기업과 연결되어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대표적으로 푸른색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과 연결되어 있고, 붉은 계열은 LG, SK, 기아자동차 등으로 연결되어 인식 되어진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복잡한 도시환경 속에서 기업은 색상으로 인지 되는 경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서 찾아야 하는 주유소의 사례에서 색상을 통한 인식의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SK는 빨간색, GS는 녹색, S오일은 노란색, 현대오일뱅크 블루로 멀리서도 알아보기 쉽도록 색상을 정하고 홍보의 대부분이 색상과 연관되게 진행되고 있다.△도시이미지 정비작업에 색 활용전주의 색은 무엇일까?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현 상황에서 색상을 활용한 통합된 도시이미지 구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다행히 전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색상의 체계적인 적용을 일찍 시작하고 있다. 2009년 한바탕전주의 도시브랜드를 만들면서 전략적인 색상으로 마젠타를 선정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시의 통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도부터 서울의 브랜드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전용색상과 함께 서울의 실제 모습에서 뽑은 서울색을 정립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도시의 색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현대화된 도시에 꼭 필요한 도시이미지 정비작업에서 색상을 활용한 방법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전주가 가진 고급스러운 색전주가 가진 색을 발굴하고 그 색을 새로운 디자인시설물에 적용하는 실험작업을 지도하는 학생들의 2015년도 졸업작품으로 진행하게 됐다. 먼저 누구에게 물어도 속 시원하게 답해주지 못하는 전주의 문화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 학생들은 거의 두 달 동안 전주시를 돌아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었고, 자신이 생각하는 전주의 문화는 무엇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전주의 이미지를 만들고 구체적인 색상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주의 색은 이후에 진행된 학생들의 전주시 공공시설물 디자인에 적용됐다.디자인결과물은 매우 전주스러웠다. 사실 전주스러움이란 한마디로 규정할 수가 없다,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전주스러움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도움을 주었던 (주)노루페인트 색채연구소 담당자들도 기대수준 이상의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처음 전주의 색을 만든다고 할 때 화려한 원색의 전통적인 5방색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주를 돌아다니며 직접 촬영한 이미지에서 발굴한 학생들의 전주색은 더없이 화려하고 더없이 고급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전주의 문화가 이미 고급스러움을 품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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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3 23:02

[16. 세계유산] 역사문화 보존·관광객 이끌 '기반'

얼마 전 일본에서 강제징용의 현장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고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기어이 등재했다.등재가 이뤄진 후에는 강제징용의 현장이 세계인의 명소가 되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토록 주변국과의 관계를 해쳐가면서도 무리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으려 하는 것은 문화가 중요한 상품이 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중국이 북방공정을 밀어붙이는 이유도 자신들의 전통적인 문화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세계의 강대국들은 자원확보와 함께 문화에 대한 지적자산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는 것은 지적문화자산의 소유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적으로는 등재와 함께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여행가이드잡지인 미슐랭가이드를 비롯한 수많은 여행가이드에서 유네스코세계유산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세계무형기록유산 등재 및 보호유네스코는 세계적으로 보존해야할 문화를 세계유산, 무형유산, 기록유산의 3가지로 나누어 등재하고 보호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세계기록유산은 1992년 세계의 기억이라는 사업으로 시작되어 1995년부터 보존이 필요한 세계적인 기록들을 선정해 후손을 위해 보호하고 보전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기록물 외에도 유교책판, 난중일기, 새마을운동기록물,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물, 일성록, 동의보감, 조선왕조 의궤, 고려대장경판, 승정원일기 등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가 인정등재와 함께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게 되는 유네스코세계유산에는 지난 7월 우리지역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등재되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되었기 때문에 한류 유행과 관계없이 세계가 보존해야할 유산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선정해서 등재하는 목적에는 보존과 함께 세계인의 보편적인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목적도 있기에 세계인을 향한 최적의 홍보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사실 한류와 같은 일시적인 유행에 따른 관광지의 생명력에는 기복이 많이 있지만 세계유산등재와 같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관광지는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인류와 함께 영원히 지속되는 명소가 될 것이다.△ 유무형 생활문화 연구발굴 필요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의 옛 수도였던 공주, 부여, 익산 3개 지역에 분포된 8개 고고학 유적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대 한국, 중국, 일본 간의 상호 건축기술 교류와 불교 전파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수도 입지 선정과 불교 사찰, 무덤, 석탑의 배치를 통해 백제의 독특한 문화, 종교, 예술적 기교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포함해 총 12건의 세계유산이 등재되어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장경판전, 종묘, 수원화성, 창덕궁, 고인돌(고창화순강화), 경주역사유적지구,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40기, 한국의 역사마을(안동하회마을경주양동마을), 마지막으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등재되어 있다. 북한에서도 고려의 수도 개성과 고구려 고분군이 등재되어 있다.한국 속의 한국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 전주는 문화의 정통성을 체계적으로 확립하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여러 가지 유무형의 생활문화를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과학적인 발굴을 통해 학문적인 정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요즘, 한국의 역사마을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양동마을처럼 전주의 한옥마을도 세계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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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18 23:02

[⑮ 전통문화도시 공공시설물디자인] 형상보다 기능 중심으로 현대화

공공시설물 디자인은 글자 그대로 공공시설을 위한 디자인으로 특정한 대상이 없이 모든 대중을 위한 공공시설의 디자인으로 디자인분야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우선 사용대상의 연령이나 생활수준 교육수준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이들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되어야 하고 사용대상간의 정확한 정보 교환과 소통이 가능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공공시설물에 대한 중요성이 떨어져 값싸게 제작되어 쉽게 파손되고 수명이 짧아 자주 거리의 흉물이 되어 방치되곤 한다. 이제는 우리도 공공시설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바른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다.△전통형상 시설물 중첩전통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도시들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잘못된 현상이 공공시설물에 전통의 형상을 입히는 것이다. 이미 전통의 문화도시라는 설정에서 문화적인 요소들이 도시 전반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공공시설물까지 같은 스타일을 입힐 경우 복잡한 도시이미지를 만들 우려가 있다. 개인적으로 전주나 인근 도시에 설치된 기와를 올린 버스정류장이나 택시정류장 등은 시급히 제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오랜 역사의 도시로 복잡한 경관을 가지고 있는 도시환경 속에서 기와올린 전통형상의 공공시설물들은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보다는 복잡하고 지저분한 이미지를 갖게 할 우려가 있다. 물론 한적하고 여유가 있는 공간이라면 다를 수 있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의 정류장 같은 공공시설물은 가능한 단순하고 기다리는 승객을 위한 필요한 기능들이 갖춰지고 시야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물론 시설물을 멀리서도 인지 할 수 있는 표시는 필요하지만 전체 형태로서 부각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오래 살던 집을 새롭게 정리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쓰지 않는 것들을 처분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의 도시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도시디자인을 위해서는 계속되는 볼거리의 추가 보다는 기존의 것들에서 쓸모없는 것들을 제거하고 가능한 단순하고 기능적인 것들로 대체하여 전통문화를 보존하면서 시설을 현대화 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기능 우선하는 디자인선진국의 경우 공공시설물은 가장 비싼 제품 중에 하나로 분류된다. 특히 공공시설물이 자칫 도로위의 흉기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작이나 설치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거의 모습을 감춘 공중전화기 디자인 중에서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지 않도록 강철소재로 몸체가 이루어졌다. 특수강화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수화기는 몸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강철와이어 수준의 코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전화를 걸 수 있는 키보드는 방탄수준의 부품을 채택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시판되는 전화기 중에 가장 고가 제품이 공중전화기인 셈이다. 수화기가 몸체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이유는 분실이나 파손의 우려보다는 분리되었을 때 쉽게 흉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공중전화기가 고장나는 경우가 드물었고 위급한 상황에서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 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우리의 공중전화기를 돌아보면 조금 과장을 한다면 거의 50%는 고장나고 파손되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정작 필요한 위급상황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공공시설물은 위급시를 대비하여 개발이 되어야 하는 제품으로 형상보다는 기능 위주의 제품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거리의 흉물이 공공시설물로 부터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공공시설디자인 투자 확대해야우리대학 산업디자인학과에도 3학년 과정 중에 공공시설물디자인이라는 과목이 개설되어 중요한 과정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고려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보니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공공디자인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디자인으로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늘 예산이 부족해 열악하게 설치된다는 빈약한 변명을 듣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면 설치를 자제해야 한다. 시설물들이 오히려 거리의 위험요소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로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들의 대부분이 조악한 디자인의 공공시설물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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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28 23:02

[⑭ 도시이미지 정체성] 전북 대표도시 전주, 현대적 인프라 갖춰야

△ 도시 특성화로 경쟁력 높여야현대사회에서 도시는 하나의 중요한 상품이 되어 가고 있다. 하나의 히트 상품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기획과 전략이 필요하듯이 도시도 상품으로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기획과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전북지역의 모든 도시들은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내세워 도시이미지의 정체성을 만들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도시단위로 추진되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중복되고 심지어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의 축제를 보면 축제마다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축제 주인공인 특산물만 바뀔 뿐 형식이나 내용은 거의 유사하다. 같은 형식의 유사한 축제를 지역마다 유지해야만 할까?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라북도 차원에서 지역이미지 차별화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여러 각도에서 지역의 차별화된 전략이 추진되고 있겠으나 중점전략산업 위주의 전략적인 배분으로만 추진되어지고 도차원의 도시간 또는 지역간의 브랜드 특성화의 전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차별화된 상품에 선택과 집중전주시만 보더라도 전주시 안에서 여러 구역을 나누어 여러 가지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사실 전주는 작은 도시로 여러 가지로 권역을 나누기 보다는 한두개의 큰 주제아래 도시전체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예를 들어 전주는 소리축제와 영화축제만을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규모로 키우려는 투자와 노력이 집중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지문화축제는 다른 도시에서 세계적으로 키운다면 그 도시의 차별화된 상품이 될 것이다. 한두가지 컨텐츠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키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규모의 경제에서도 이익이다. 남은 여력으로 전주는 전라북도의 전통문화를 재창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현대적이고 상업적인 선진도시의 이미지를 갖추는 노력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다보면 전북내의 다른 도시들과의 차별화를 이루기도 어렵고, 또한 작은 도시이미지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전주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현대화된 도시로서 격상되는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현대적인 시설과 인프라 필요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에는 항상 현대적인 인프라가 갖춰있다. 자연속의 청정지역에서 휴가를 보내더라도 하루정도는 백화점에서 쇼핑하기를 원한다. 반대로 쇼핑을 위한 여행이라도 하루정도는 청정환경에서 쉬기를 원한다. 전북은 첨단의 상업인프라 부족이 문제다. 특급 백화점도 특급호텔도 아직 없다. 면세점은 거론 할 필요도 없다. 전주는 전북의 대표도시로서 전북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현대적인 시설과 인프라를 갖춘 도시가 되어야 한다. 전북의 가치있는 컨텐츠를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의 모든 도시들이 긴밀한 유대를 통해 하나의 상권으로 묶어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에만 하루를 묵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을 전주에 묶어두겠다는 전략보다는 전북지역 안에 묶어두겠다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각각의 도시는 작은 규모이지만 전북은 작은 규모가 아니다. 전북은 일주일 이상의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부한 지역이다.△ 전주를 전북 대표 현대도시로전북은 현대사회에서 가치가 높은 많은 문화컨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낙후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한류의 많은 부분이 전북의 전통생활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류를 통해 전북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는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이러한 한류의 상업화에서 전북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전북지역의 모든 것들을 대표하는 중심지의 역할을 감당할 현대도시로서의 대표도시가 필요한 이유이다.전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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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14 23:02

⑬ 나라별 자동차 디자인 - 고유한 환경·생활문화 따라 다른 특징

전통생활문화는 디자인을 위한 최고의 자산이다.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마다 디자인에 독특하고 차별화된 특징이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특징은 그 나라의 독특한 환경과 생활문화에서 기인하고 있다. 추운 나라의 생활문화와 더운 나라의 생활문화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추운나라일수록 척박한 환경에서 어려운 생활을 극복하기 위한 정신적인 수양으로 철학과 인문학이 발달되었고 섬세한 공예품이 발달하였는가 하면 더운 나라일수록 풍족한 자연환경 속에서 인생을 즐기기 위한 춤과 노래가 발달되었으며 조금은 거칠은 공예품을 볼 수 있다. 더운 지방에서는 자연소재가 무궁한 반면 추운 지방에서는 자연소재가 구하기 힘들다 보니 어렵게 구한 자연소재에 매우 세밀한 장식을 하게 되면서 섬세하고 장식적인 디자인의 공예품이 발달하게 된다. 어쩌면 자연환경이 풍부했던 나라에서는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최고의 디자인인 자연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은 아닐까?스웨덴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자동차회사가 있다. 북구의 나라 스웨덴은 일 년의 반은 겨울로 도로가 얼어있다. 얼어있는 도로를 안전하게 달리는 것은 스웨덴 국민의 염원이었고 생활 속에 문화로 자리하게 되면서 세계 최고의 안전한 자동차 볼보를 만들게 되었다.미국의 자동차와 일본의 자동차도 각기 다른 생활문화에서 기인한 디자인적인 특징이 있다. 미국의 자동차는 외형의 캐릭터가 매우 강하다. 반면 일본의 자동차는 세세한 부분의 디테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광활한 국토를 갖고 있는 미국은 자동차도로가 매우 넓어 달리는 자동차를 가까이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멀리서도 인지할 수 있는 외관의 형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반면에 일본의 도로환경은 매우 좁은 것이 특징이다 보니 자동차 전체 형상을 보는 기회보다는 가까이에서 보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디테일에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디자인의 형상으로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 속에 외형의 캐릭터가 강한 미국의 자동차는 눈에 바로 띠지만 디테일이 강한 일본의 자동차는 멀리서는 눈에 띠지 않아 구별하기가 힘들다. 브랜드 로고를 보아야 일본자동차임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외형의 캐릭터가 강하지 않다. 그러나 차량을 가까이에서 사용하다보면 감탄을 자아내는 세심한 배려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디자인의 차이는 고유한 환경과 생활문화에 따른 차이에서 기인한다.우리나라의 자동차에는는 어떤 문화를 담을 수 있을까?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에 걸맞은 콘텐츠를 자동차에 담아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요즘 자동차산업에서 연구개발이 가장 집중되는 분야가 실내공간의 환경개선에 있다. 아무리 고급 승용차라 하더라도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는 승객의 호흡에서 분출되는 이산화탄소만으로도 이미 오염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 된다. 자동차를 타고가다 머리가 아픈 경우 대부분 자동차 안에 산소 부족과 과다한 이산화탄소 때문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외부의 공기가 나쁘다고 외부공기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공간을 만들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 회사에서는 자동차의 실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전통한옥체험에서 숙면을 취한 경험으로 자동차 실내를 전통한옥의 소재로 이용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다. 한지는 요즘같이 황사가 심한 시대에 실내환경을 개선하는 해답이 될 수 있다. 한지 창문은 한옥의 황사마스크라 할 수 있다. 공기와 습도는 통과시켜주고 먼지는 걸러주는 한지의 독특한 기능을 공기 필터에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의 선루프 안에 한지를 활용한 중간 창을 설치한다면 한지 창문의 기능으로 내부 환경개선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몇 년 전 현대자동차 고급모델의 실내한경 개선을 위해 전통공예소재를 적용해 커다란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산학으로 진행됐던 이 프로젝트에서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옻칠을 적용하여 뛰어난 항습, 항균작용으로 자동차의 실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높이고 천연방향제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통한옥 안방에서 예외 없이 볼 수 있는 옻칠장은 한옥에서의 숙면을 가능케 하는 여러 요인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의 디자인특성을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한국의 전통생활문화를 적용한다면 차별화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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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4 23:02

[⑫ 전통문화 재창조 위한 재발견] 나눔 위한 한정식 문화 제대로 이해해야

전통문화의 재창조를 통한 국가브랜드가치 확대라는 이슈가 국가적인 화두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기반을 문화융성에 두고 추진되는 구체적인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며, 이번 정부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사업이기도 하다.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으로 국가경제가 유래 없이 위축되고 세계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로 경제대국의 경기가 널뛰기를 하듯 요동치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불안정한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기존의 시장을 장악하던 경쟁세력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고, 그 돌파구를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찾는 것이다.전통문화의 재창조를 위해서는 우선 전통문화의 재발견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근대에 들어 여러모로 심각하게 왜곡됐고 아직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낡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이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를 통해 지독하게 왜곡된 역사의식 속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우리는 일단 허물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캠페인을 해야 할 지경이었으니 아이러니하다. 그런 캠페인 덕분인지 먹거리만큼은 우리의 것이 좋다는 인식이 정착된 듯하다.뒤돌아보면 지금 좋다는 웰빙음식은 거의 우리가 어렸을 때 또는 우리의 부모시대에 먹어왔던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먹을 것이 없을 때 먹었던 것들이라며 쉽게 절하해 버리곤 한다. 전통한식을 웰빙음식이라며 열광하면서도 좀처럼 좋은 점수를 주려하지 않는다.우리의 전통적인 음식문화는 식사예절이 엄격한 소식문화였다. 먹을 것이 없어서 소식을 했을까? 그렇지 않다. 낭비하지 않는 문화가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식사예절을 어느 나라보다 중요시했던 우리 민족이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엄격한 식사예절을 배우며 자라났다. 식사 중에 이야기하지 마라, 우적우적 씹는 소리 내지마라, 후루룩 후루룩 마시는 소리 내지마라, 흘리지 마라, 남기지 마라 등 결코 음식이 비싸거나 부족해서 말라는 꾸지람만은 아니었다. 쌀 한 톨 한 톨 농부의 고생을 생각하며 고마워하라는 가르침이었다.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근간이었던 불교에서 식사예절은 수행의 중요한 과정이기도 했다. 발우공양이라는 식사예절을 통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누는 공평사상, 철저히 위생적인 청결사상, 일체의 낭비가 없는 절약사상,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고양하는 공동체사상의 실천은 우리 식사문화의 근간이 되었다.사극을 보면 성대하게 차려진 임금의 수라상이나 양반의 잔치상, 조상에게 제를 지내기 위한 제사상 등이 자주 나오면서 우리의 음식문화에 낭비가 많다는 편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이런 푸짐한 음식상은 차려진 음식을 다 먹으라기보다는 음식을 장만한 정성을 먼저 알고 차려진 음식을 아랫사람에게 나누며 서로의 유대관계를 이어가는 인정이 서려있는 관습에서 유래했다.이런 관습으로 우리는 음식을 아주 조심스럽게 한쪽부터 덜어서 먹는 습관을 지니게 됐고 이것저것 마구 쑤석거리지 않는 식사예절이 나타났다. 이런 음식상을 물림상이라 불렀으며 자녀나 아랫사람과 나누기 위해 더 푸짐하게 만들려는 경향이 생겼다.물림상은 먹다 남은 음식과는 다르게 커다란 은혜로 받아들여졌으며, 물림상을 위해 음식을 다 먹지 않는 것도 식사예절이었다. 경상도 안동의 유명한 헛제사밥을 보면서 아름다운 나눔의 전통문화를 느끼기보다는 얼마나 먹을 것이 없으면 헛제사를 핑계로 음식을 했을까하지만 실제로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선비가 야식을 만드는 일이 동네사람에게 미안해서 만들었던 음식으로 제사를 지냈다며 이웃사람을 불러 나눠먹던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이런 전통문화의 재발견을 통해 우리의 한정식문화가 잘못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의 음식문화를 새로운 가치로 재창조할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전통문화의 재창조를 위한 재발견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이유다.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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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0 23:02

⑪ 디자인,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작업 - 전주 문화는 생활 속 선조의 지혜

디자인이나 문화 모두 너무 일반화된 용어로 우리에게 더 이상의 감흥이나 흥분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화 될 정도로 자주 노출되는 단어라면 역설적으로 매우 중요한 용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전주는 문화의 도시라는 것을 매우 당연히 알고 있다.그러나 전주의 문화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전주시민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전주에게 문화는 대단히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의하고 구별하여야 한다. 일반적이고 막연한 개념의 문화로는 상품에 입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전주의 문화는 생활 속에 담겨 내려오는 선조의 지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오랜기간 동안 생활 속에서 발전되고 개선되어 내려오면서 살아있는 문화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전주의 문화는 이미 선조들에 의해 디자인작업이 훌륭하게 진행되어져 그 가치가 굉장히 크다.흔히 잘된 디자인을 보면 제품의 생명력이 길다고 한다. 물론 잘 된 디자인은 그 생명력이 오래 지속되는 것도 맞다.그러나 생명력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디자인관리가 필수적이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질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디자인이 발명인가요? 다. 새로운 것을 혁신적으로 창조하라는 요구를 꾸준히 받다보니 디자인이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한 발명으로 느껴지곤 하기 때문이다.디자인작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기존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3M, GE, FORD 등 100년 넘은 브랜드가 아직도 설립 초기의 이름과 로고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그 옛날부터 이런 현대적인 이름과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는지 감탄하곤 한다.하지만 디자인은 아무리 좋아도 시대의 트랜드 즉 유행에 따라 감성이 변하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을 오랜 기간 좋은 디자인으로 인식하기는 쉽지가 않다. 우리가 항상 같다고 느끼며 보고 있는 3M, GE, FORD 등의 브랜드도 짧게는 수 년, 길게는 10년의 주기로 꾸준히 디자인을 개선하고 있다. 큰 틀은 변하지 않으면서 글자의 굵기나 크기 색상 등을 꾸준히 조정하면서 시대의 유행에 맞추어 나가고 있기에 항상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유지한다.어느 날 회의 중에 자신의 넥타이만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 좁다는 것을 느끼거나 자신의 바지만 폭이 넓고 다른 사람은 모두 폭이 좁은 바지를 입은 것을 느낀다면 유행을 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내가 입은 바지나 넥타이가 디자인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단지 유행을 따르지 못하고 뒤쳐진 것이다. 역설적으로 아무리 좋은 고가의 제품을 입고 있다 해도 유행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디자인이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어제까지 만해도 멋졌던 넥타이가 오늘 아침에는 너무 촌스럽기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 트렌드의 변화다.우리는 의욕이 앞서 무엇을 하든 기존 것을 허물고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작업에서도 기존을 무시하고 새롭게 창작하려 한다. 그러나 오랜기간 갈고 닦여진 자연이 아름답듯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발전되어진 것들이 보다 가치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짧은 산업화의 역사 속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건설된 경향일 수 있으나 이제는 발전의 질을 높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주의 문화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가치로 인정받게 된다. 오랜 기간 개선되고 발전하면서 생활 속에 살아있는 전통문화로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가장 훌륭한 디자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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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27 23:02

[⑩ 지역 특화 디자인산업 육성] 역량있는 디자이너 유입할 여건 구축 시급

디자인으로 유명한 나라를 꼽으라면 많은 독자들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꼽을 것이다.그러나 디자인을 독립된 산업으로 분리하고 집중 육성하여 국가 성장 동력의 중요한 틀로 구축한 나라는 영국이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영국이 부러운 두 가지를 세익스피어와 디자인이라고 할 정도로 영국에서 디자인산업은 그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금융과 서비스의 나라였던 영국은 2000년대 들어 기존 산업이 위축되고 영국을 지탱할 뚜렷한 산업이 보이지 않았다. 2009년 뉴스위크지는 영국에 대해 영국은 대영제국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며 머지않아 경제소국으로 전략할 것이다라는 비난을 퍼붓기까지 하였다.하지만 1997년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가 멋진 영국(Cool Britain)을 외치며 디자인산업 육성에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영국의 디자인 인프라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가의 주력 성장동력으로 자리했다. 그 결과 디자인산업으로만 매년 수십 조의 매출을 기록하며 영국의 잠재력을 재평가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우리나라도 1970년대 경제발전과 함께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인진흥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하였으나 그 가치에 대한 충분한 인식 없이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정도로 인식했다. 2008년 말 서울을 세계의 디자인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 아래 서울디자인재단이 설립되면서 디자인산업이라는 용어와 함께 디자인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전주는 산업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향후 전략산업으로 농생명산업, 탄소산업, 주얼리산업, 문화관광산업 등을 중심으로 산업인프라의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은 아직도 전략산업 추진을 위한 지원사업 정도로 간과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그러나 전주를 중심으로 하는 전북은 디자인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광역권 및 지역디자인센터 등을 설립하고 지방의 산학연관을 연결한 다양한 디자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도내에도 지역특화형 디자인센터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디자인센터가 전략산업의 디자인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말고 특화된 디자인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도내에서 추진하는 전략산업의 디자인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량있는 경력디자이너가 유입되어야 하고 또한 지역 출신의 그런 디자이너가 유출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산업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출신 디자이너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권에는 일할 수 있는 디자인 회사가 드물기 때문이다.흔히 사람들은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전북에 많지 않기 때문이라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지역의 디자인회사는 지역의 기업을 우선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디자인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보지 못하고 자원사업으로 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외국의 유명 디자인회사의 경우 대도시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친환경 청정지역인 외딴 도시에 있으면서 대도시의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고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도내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디자인회사가 자리하면 좋을 것 같은 장소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전북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콘텐츠가 가장 풍부한 지역이다. 이번에 추진되는 지역특화형 디자인센터는 전통문화 기반의 디자인센터로 고객을 전북지역의 기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디자인회사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해 본다.이러한 국제수준의 디자인산업이 구축되면 도내의 전략산업은 당연히 최고 수준의 디자인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지역의 전략산업만을 고객으로 하는 디자인회사에는 역량있는 디자이너의 유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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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13 23:02

[⑨ 영화가 창출하는 신규 문화시장] 탄탄한 스토리, 관련 제품 수익 이어져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여러 편의 블록버스트급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다. 180억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암살’은 개봉7일만에 누적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인구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숫자이며 대단한 파급이 아닐 수 없다. 1000만의 관객돌파가 된다는 것은 인구의 1/4을 모아놓고 항일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2시간 만에 교육시킨 결과가 되지 않을까?. 영화만큼 우리의 정신문화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들이 영화광이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가 않다. 북한의 지도자들도 영화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이는 자신의 통치이념에 맞는 정신문화 즉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단으로 영화만큼 효과적인 것도 드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영화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 속에는 기승전결, 즉 시작이 있고 결과가 있다. 그 시작의 단초는 항상 가까운 현실에서 찾게 된다. 간혹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소재로 진행되는 영화도 있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전개가 탁월한 미국할리우드의 블랙버스터급 영화를 보면 단순한 영화이상의 많은 첨단정보가 스토리로 담겨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란 영화계에서 막대한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를 일컫는 말이다. 때에 따라서는 제작비규모가 크고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연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영화를 가리켜 블록버스터급 영화라고 말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1000만명이 관람했을 경우 블록버스트급영화로 분류될 수 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은 SF영화나 특수효과가 뛰어난 액션영화 등으로 여름방학 등의 흥행시즌에 개봉하며, 성공작일 경우 속편이 뒤따르는 공통점을 지닌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에 걸친 급속한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궁지에 몰린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대규모 자본투자와 신속한 회수를 원칙으로 하는 새로운 제작시스템을 도입한다. 이것은 소수의 영화에 집중 투자하여 세계 주요 도시에 동시 배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나, 영화와 함께 의상, 장난감, 책 등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수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공작일 경우에는 속편이 뒤따르면서 형성된 문화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는 노력이 수반되는 것도 공통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도에 당시로서는 막대한 금액인 24억의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쉬리가 흥행성공을 하면서 본격적인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7년 심형래감독이 야심차게 만들었던 “디워”는 본격적인 블록버스터를 목표로 순수영화제작비 300억원을 들여 제작하였고 부수적인 관련산업을 위한 개발비까지 포함해 총 700억원이 투입되었다. 영화를 통한 신규시장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함께 준비된 최초의 한국영화가 되었다. 당시 제작사였던 영구프로덕션에서는 많은 디자이너를 고용해 여러 가지 기념품, 장난감 등의 관련제품을 준비하였고 영화를 그대로 옮긴 만화책도 동시에 출판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영화를 만든 기술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영화흥행은 스토리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실패를 하고 말았다. 허구의 소재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전개한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생각된다. 용이 되기 위한 악한 이무기와 이를 막기 위한 삼총사의 모험이야기로 스토리의 전개가 화려한 CG등의 촬영기술에 비해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이었다.우리가 많은 것을 준비하고 개발한다 해도 담겨있는 스토리가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경우에는 실패하게 된다는 사례가 되었다. 반면에 스토리가 관객에게 감동을 줄때 파급되는 새로운 수요의 창출을 막대하다. 천만의 누적 관람관객을 눈앞에 둔 새로운 영화 ‘암살’. 영화의 제작과 함께 준비한 새로운 산업의 창출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을지 궁금하다. 1977년 발표한 초기의 블랙버스터급영화 “스타워즈”의 장난감들이 아직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은 영화의 흥행만의 결과가 아니라 영화를 소재로 한 제품의 꾸준한 개발과 출시로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얻는 직접적인 수익은 끊겼지만 관련제품에서 얻는 수익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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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30 23:02

[⑧ 문화의 가치] 고급 전통문화 갈망, 현대사회서 주목

가끔 문화상품과 기념상품을 혼동하는 경우를 접하곤 한다. 물론 서로 유사한 부분도 있겠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기념상품은 여행지를 기억하고 여행을 기념하기 위한 상품으로 담겨지는 문화나 컨텐츠가 꼭 고급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문화상품과 크게 다른 점이다.반면에 문화상품은 말 그대로 상품에 문화가 담겨있어야 하며 담겨진 문화의 가치로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고 경쟁력으로 인식되기에 담겨지는 문화에 가치가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은 21세기 들어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세계시장의 주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세계 인류의 30%를 차지하는 인구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전체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보편적인 삶에서 특별한 삶이라는 인생의 목표가 상향 조정되면서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얼마 전 영국 왕위계승 서열 4위의 공주가 태어나 대중매체에서 떠들썩 한 적이 있다.자료에 의하면 영국왕실을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소진한 국비는 대략 550억 원 정도로 이를 위해 영국 국민은 매년 많은 금액의 추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국인들이 왕실의 유지를 선호하는 이유에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왕실브랜드로 인한 국가브랜드 이미지 상승의 효과가 크고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왕실을 이루는 로열패밀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상품이 되어 관련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게 된다.과거 다이에나비가 고급 문화산업에 미친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다이에나비를 잃음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도 대충 짐작이 가는 일이다. 다이에나비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영국 왕실의 스토리전개가 이제는 새로운 왕세자빈과 왕세손으로 옮겨가면서 케이트비 효과, 케임브리지왕자 효과 그리고 최근의 태어난 공주의 이름을 딴 샬럿공주 효과까지 로열패밀리의 이름이 붙으면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경제적인 효과로 부상하고 있다.세계적으로 아직도 군주, 즉 왕이 존재하는 국가는 많다. 왕의 권력이 막강한 전제군주제는 주로 중동의 몇몇 국가와 소수의 지역에 제한되어 있지만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입헌군주제는 왕의 권력이 많은 부분에서 제한되고 정치와 완전히 분리돼 왕의 지위와 왕실의 재산만을 유지 관리하는 제도로 세계에 38개 국가에서 유지하고 있다. 입헌군주국가에서의 왕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왕실의 유지, 즉 고급스러운 전통문화의 유지라는 목적이 가장 크기 때문에 입헌군주제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이론적으로는 계급의 차별이 없는 공산주의 체제 속에서 문화혁명을 거쳤다.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절대적인 고급의 전통문화가 실종되었고, 근래에 들어 비약적인 양적인 성장 속도만큼 질적인 성장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안게 되었다. 심지어 얼마 전 중국의 중앙전당대회에서는 한국의 창의적인 사고는 중국의 현 체계로는 불가능하다는 자조적인 발표가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더욱 향상된 문화수준에서 살기를 원한다. 궁극적으로 과거의 왕이나 귀족이 누렸던 화려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려한 생활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왕실의 생활은 모든 이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간접적인 방법이라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지면서 많은 유럽의 명품브랜드가 고속 성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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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16 23:02

[⑦ 사업 가치 확대하는 작업] 작은 상점에 디자인 지원 경쟁력 확보를

흔희 이야기하는 문화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를 가보면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골 지역의 작은 식당에서도 하나같이 깔끔하게 디자인돼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산뜻한 간판이며 메뉴판, 휴지까지 상당히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내부의 인테리어와 음식이 담겨지는 용기는 말할 것도 없이 서빙하는 방식까지도 수준 높은 경우가 많다. 가볍게 주인의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디자인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확실하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골의 작은 식당에서 어떻게 이런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아직 녹녹치가 못하다. 우리는 식당을 열기 위해 공간과 시설 등의 유형적인 요소에 대한 투자에 급급하지 사업의 전략이나 콘셉트 같은 무형적 요소에 대한 투자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어쩌면 여유가 없다기 보다는 무형적 요소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보여진다. 요즘 들어 유난히 많은 소규모의 식당이나 상점이 대기업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에 못 당한다는 자조적인 생각으로 소기업 창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대기업과 소기업의 차이는 디자인의 인식의 차이 즉 무형적 요소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도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하나의 작은 사업을 시작하고 추진함에 있어서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업을 추진하는 노력이 이익으로 바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의 가치를 키우는 것으로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전주대의 최근의 비약적인 발전은 디자인과 같은 무형적인 요소의 가치를 중요시한 결과도 하나의 중요한 성공 요소가 되었다. 10여년 전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의 학장을 지낸 이남식 총장이 부임하면서 첫 사업으로 학교의 브랜드디자인작업을 선정하였다. 총장 임기 동안 추진할 모든 노력을 담을 그릇이 바로 브랜드라는 생각에서였다. 지역대학의 전형적인 이미지였던 대학의 낙후한 브랜드로는 새롭게 추진할 여러 가지 사업을 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당시 국내 최고의 브랜드디자인회사인 소디움파트너스사에 지역대학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예산을 들여 내부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작업을 추진하게 됐고 현재의 브랜드이미지를 만들었다. 이후 추진한 대학의 현대화 사업이 고스란히 브랜드에 담기게 되었고 전국의 종합대학 중에서도 돋보이는 현대적인 브랜드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필자도 처음 이 총장의 요청을 받고 전주대를 방문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대학브랜드를 보고 가능성이 있는 대학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부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디자인에 대한 정부지원이 다른 어느 선진국에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나라다. 그러나 이런 많은 지원이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 때문인지 대부분이 중소기업의 제품개발을 위한 디자인 지원에 집중되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디자인의 중요도 인식이 갖춰진 중소기업보다는 디자인 인식이 전무한 영세한 개인사업자에 대한 디자인지원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전북은 관광지으로서의 발전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작은 상점이나 식당 등에 대한 전문적인 디자인 지원으로 지역의 고유문화가 담긴 차별성을 확보한다면 일률적인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점포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도 가능하다. 또한 작은 점포의 디자인 고급화를 통해 지역 전반의 디자인 수준을 높이는 계기도 될 것이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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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02 23:02

[⑥ 한국산 명품, 전통문화로부터] 전통에서 이야기 발굴하는 노력 있어야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제품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고급의 전통문화는 명품을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다.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제품은 수공예제품으로 주로 왕족이나 귀족을 위한 소량생산이 대부분이었다.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을 기점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산업디자인이 시작됐다. 그로인해 질 좋은 제품을 일반대중에게도 보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지역에 갇혀있던 거점시장이 세계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대량생산이 더욱 극대화됐다. 장식적인 것들은 배제되고 기능적인 것이 부각되면서 대량생산이 용이한 단순한 형태로 디자인이 발전하게 되었다.그러나 21세기로 진입하면서 기능적인 제품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기능보다도 제품에 담겨있는 스토리로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커져 가고 있다.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달걀을 보더라도 과거에는 크기에 따른 분류만 있었으나 요즘에는 다양한 스토리로 차별화된 달걀을 발견할 수 있다. 풀어 키운 닭이 낳은 달걀, 젊은 닭이 새벽부터 낳은 달걀, 청국장을 먹고 자란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 유황을 먹고 자란 닭이 낳은 달걀 등등 소비자는 달걀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구입하게 된다. 물론 맛에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지만 소비자는 맛보다 스토리가 전해주는 메시지 안에서 만족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과거 일본은 1980년대 말까지 세계 최고의 생산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대량생산 제품의 세계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였으나 현재는 한국에도 밀리는 사양의 길을 걷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제품은 대표적인 기능 위주의 대량생산 제품으로 매장에서 볼 때에는 새로워 구매의 욕구가 발생하지만, 일단 구입 이후에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제품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면서 쉽게 식상함을 준다. 반면에 유럽 제품은 구매 시점에서는 어딘가 어색한 듯하지만 소유하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대량생산된 제품임에도 나만 가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 유럽 제품이 가지는 힘 이다.우리나라는 한창 세력을 뻗치던 일본 디자인에서 일찍 시야를 돌려 유럽으로부터 디자인의 영향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현대자동차는 포니를 시작으로 유럽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1980년대 말부터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전자회사도 유럽 디자이너들과 협력을 시작하면서 기능 위주의 일본 스타일에서 탈피해 유럽 스타일로 문화 기반인 디자인 고급화가 추진됐다.오늘날 우리나라는 디자인 강국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이라는 자만심으로 한국 디자인의 유럽 선회를 통한 문화기반의 디자인 추구를 지켜보고만 있었다.1990년대 중반에 필자가 운영하던 디자인회사에 일본자동차회사로부터 자동차디자인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현재는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자동차디자인프로젝트에 많은 한국디자이너가 참여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회사가 우리나라 디자인회사에 자동차디자인을 의뢰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으나 미국으로 수출될 일본 회사의 자동차디자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디자인이 끝나고 무슨 연유로 일본 회사에서 한국 회사에 디자인을 의뢰하게 되었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주 흥미로운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이 일본과의 디자인협력을 중단하고 유럽과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한국 디자인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을 느꼈고 실제로 그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국디자인회사에 디자인을 의뢰하게 되었다고 한다.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메이저 가전회사와 디자인작업을 수년 동안 진행하고 있었다. 하루는 미국 회사에서 파견된 디자이너가 고민하고 있기에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디자이너는 우리가 새로 디자인한 세탁기에 적용된 아름다운 고전문양이 보기에는 좋은데 본사에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미국은 철저하게 기능 위주의 디자인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적인 디자인이 장식적이었으나 보기가 매우 좋아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제품은 어느 수준까지는 기능이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이후 고급 수준의 제품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스토리가 필수적으로 담겨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산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의 고급전통문화가 적용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기술개발 못지않게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서 스토리를 발굴하는 노력이 중요한 작업으로 인식돼야 한다.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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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8 23:02

[⑤ 디자이너의 역할] 전통문화 도시, 온고지신 정신 살려야

오랫동안 조용하기만 하던 전주가 요동하고 있다. 신도심의 빠른 정착과 주변혁신도시의 공격적인 추진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특히 원도심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전통생활문화기반의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들로 새로운 디자인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새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많은 사람들이 모든 디자인작업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 디자인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존의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성공적인 디자인을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장점을 유지하고 개선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가치있는 디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실제 디자인작업에서 이러한 의식을 소유한 디자이너가 기존의 장점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 해도 발주자의 무조건적인 새로운 것의 요구로 실패하는 디자인 사례도 허다하다.건축비 3000억 원이 투입되었으나 광복이후 최악의 건축물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는 서울시의 새로운 시청사는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전통가옥의 처마를 재해석한 친환경적 건축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신축된 서울시 신청사는 문화가 가지고 있는 형상적인 가치에만 매달리고 무조건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시작된 잘못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도심의 한복판에 기존의 건물과 공유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있던 기존의 소중한 것들도 가치를 함께 잃어간다는 평이다.서울시청사는 무너지지 않는 이상 서울의 랜드마크 노릇을 할텐데, 그게 원통하고 허무합니다. 제 아무리 무지막지한 건물이라고 해도 대중이 오래 이용하면서 대중들의 삶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기까지 대중들에게 상처가 너무 크지요라는 어느 원로 건축가의 이야기가 안타깝게 들린다.과거 명동성당 건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서울의 명동성당주변을 재개발하면서 국제공모를 추진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계 이태리 건축가가 기존의 명동성당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확대하는 설계안을 제출하였고 이것을 본 담당자들이 기존의 것과 비슷하게 하려면 뭐하려고 비싼 돈 들여 국제공모전을 하느냐는 평가를 하면서 기존의 명동성당 옆에 현대적인 건물을 짓자는 제안에 관심을 가지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이 이러한 위험한 디자인 안은 여러 반대에 부딪혀 재개발 자체가 중단이 됐다.최근에 와서 기존의 가치를 유지하는 안으로 명동성당 재개발공사가 마무리되었는데, 성당주변 신축되는 건물들에 기존의 성당건물과 비슷한 벽돌과 마감재를 사용해 명동성당의 고유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낸 명동성당이 완성됐다. 강산이 10번도 더 바뀌었을 동안, 변치 않는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했던 명동성당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성공적인 디자인 사례가 되고 있다.새로 조성되는 계획도시의 허허벌판에 지어지는 건축물이라면 상징성을 지닌 전혀 새로운 건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디자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큰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주는 전통문화가 가득 찬 고장이다. 새로운 디자인보다 기존의 것을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역이라는 것을 디자이너뿐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는 공공기관의 담당자나 디자인을 발주하는 건축주나 모두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가장 훌륭한 디자이너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오는 선조의 지혜 속에서 지켜야할 가치를 발견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 디자이너라고.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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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04 23:02

[④ 전주한옥마을의 매력(2)] 관광객 전통공연·체험 기회 늘려야

한해 방문 관광객 600만 명을 넘겼다는 전주한옥마을은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전주한옥마을의 성공으로 많은 자치단체에서 한옥마을을 조성하게 되었고 전주한옥마을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제는 몰려드는 관광객을 한옥마을에서 어떻게 수용할지의 고민에서 나아가 어떻게 하면 몰려드는 관광객을 전주시 전역으로 분산시킬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사실 10여년 전만해도 한옥마을은 전주시에서 그리 두드러진 모습은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한옥마을의 비약적인 성공은 한옥마을 자체적으로 두드러진 문화콘텐츠가 많았다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전주지역에 풍부하게 퍼져있는 전통문화를 한옥마을이라는 지역에 옮겨 담아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이제 관광객의 분산을 위해서는 전주시 전반에 퍼져있는 전통문화콘텐츠의 지역적인 발전을 통해 상호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전주천을 중심으로 도심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 현대적인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 신도심으로 옮겨가게 되고 기존의 구도심은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한옥마을과 함께 구도심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문화기반의 지역들인 서학동예술마을, 동문예술거리, 자만벽화마을 등과 놀이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전주동물원, 소리문화전당, 덕진공원, 고사동영화의거리 등등의 지역을 전통생활문화라는 콘텐츠로 덧입혀 한옥마을과 연계된 관광지로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나아가 한옥마을의 경계를 없애고 전주천 서쪽의 구도심전체로 한옥마을의 연장선인 전통생활문화지역으로의 지정하여 신도심지역과 함께 차별화되고 균형잡힌 발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방안도 검토돼야 하겠다.전주한옥마을은 다른 지역의 한옥마을에 비해 넘치는 흥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그 흥의 기운의 대부분이 먹거리에 집중되어 있으나 이것을 전통문화놀이로 유입해 전통문화체험을 통한 흥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더 제공되어야 한다. 과연 찾아오는 관광객의 몇 %가 전통의 소리를 듣고 전통의 놀이를 경험하고 가는지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할 것이다.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람객은 적어도 1~2가지의 문화체험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사실 길거리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고 타지역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많은 수의 관광객보다는 고급스러운 문화체험을 하고자 하는 적은 수의 관광객이 우리에게는 더욱 소중한 고객이다. 서울에서 많은 손님이 내려오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제대로 된 마당놀이 한 번 보고 가기가 쉽지 않다. 태국에 가면 코끼리쇼를 보고 프랑스에 가면 캉캉쇼를 볼 수 있듯이 전주에서는 전통의 소리와 마당놀이를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 형태의 상설공연장이 많이 있어야 한다. 물론 시설과 함께 상설공연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있는 공연을 기획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전주한옥마을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관리와 통제도 필요하다. 한옥마을의 자랑거리인 골목체험에서도 골목골목 상업적인 간판이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고, 조그마한 공간만 허락되도 좌판이 벌려진다. 아쉬운 것은 정체성 없는 먹거리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관광지에 먹거리가 빠질 수는 없지만 특정 지역으로의 전략적인 배정이 필요하다. 태조로가 대표적인 먹거리의 거리로 전락한 것은 아쉽지만, 태조로의 먹거리를 규제할 수 없다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제2의 먹거리 지역을 한옥마을 내에 또는 인근에 따로 지정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다.전주한옥마을의 현재와 같은 급속한 확장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조정돼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 좋지 않은 기억을 갖지 않도록 적절한 관광객 수의 인위적인 조정은 필요하다. 앞서 확인했지만 모여드는 관광객을 위해 수많은 숙박시설과 주차시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주시 전반에 걸친 관광인프라의 구축으로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전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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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21 23:02

[③ 전주한옥마을의 매력] 자존심 살아있는 전통문화 담아야

전주한옥마을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작년 한 해 동안 65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이라 하겠다. 이런 급속한 성장은 불과 몇 년 전부터라고 기억된다. 한옥마을을 기획했던 담당자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던 급속한 성공이 아닐까 싶다.이제 우리는 한옥마을의 비약적인 성장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지속 발전시켜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65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전주한옥마을의 힘과 매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전주한옥마을에는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여유와 흥이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이 농축되어 담겨있다. 전주는 한국인의 마음의 고향이라는 슬로건이 눈길을 끈다.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전주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외세로부터 흔들렸던 질곡의 역사와 급속한 근대산업화 속에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운 역사와 시대환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우리의 것을 보존하고 유지시켜 왔던 대표적인 곳이 전주이기 때문이다.특히 전주는 생활문화 속에서 우리의 문화를 유지할 뿐 아니라 발전시켜왔다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사정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서 우리의 근본을 찾아가고 정체성을 잡아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주의 생활문화가 부각되고 그 중심에 한옥마을이 부상하게 된 듯하다.전주한옥마을은 다른 지역의 전통한옥마을과 달리 최초의 형성과정이 민족적 자긍심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특징이 있다.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컸던 지역으로 다가동과 중앙동에 진출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던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으로 1930년을 전후해 경기전을 중심으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특히 1912년에는 태조의 어진이 봉안되어 있고 전주 이씨 시조의 위패가 봉안된 경기전의 반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를 지어 경기전을 초등학생이 뛰어노는 놀이터로 만들어 민족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던 시기였다.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한민족의 정체성 외에도 호남지역의 비옥하고 드넓은 평야를 기반으로 하는 풍요로움 속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먹거리는 중요한 매력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그러나 요즘에는 외지의 지인으로부터 전주의 먹거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난감함을 느낀 적이 많다. 소개할 만한 뚜렷한 식당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다.전주의 먹거리가 변해가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 줄줄이 들어서고 있는 먹거리는 그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들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어디에 가든 볼 수 있는 유흥지 먹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그것도 새로 생긴 식당이 대부분이다. 역사와 전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모두 원조란다. 절대 가면 안 되는 한정식집도 비빔밥집도 너무 많이 생겨났다.전주한옥마을은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다. 문화상품은 담고 있는 문화콘텐츠의 수준으로 가치를 평가 받는다. 몇 해 전 대기업의 디자인담당 임원들을 전주한옥마을에 초대해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전통한정식 집에서 식사 전에 명창을 모시고 판소리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아 유명한 문화를 두루 경험한 디자인 임원들이었지만 식사자리 바로 옆에서 경험한 판소리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이후에 본사에서 치러졌던 전체 임원 워크숍에 그 명창을 초대했다고 한다.전주한옥마을은 한국문화의 자존심으로 고급스러운 문화를 담고 있어야 한다. 고급스러운 문화란 자존심이 살아있는 문화이다.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고 그곳에서만 시작되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 주말 한옥마을 전통문화관에서 가족창극 쪽빛황혼 한마당이 펼쳐졌다. 우리의 삶을 전통 문화방식대로 표현한 흥의 한마당에서 울고 웃으며 진한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다음 이야기에서한옥마을 디자인 제안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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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14 23:02

[②한옥체험] 공기 순환·습도 조절돼 숙면

한옥은 난방을 위한 온돌과 냉방을 위한 마루가 균형있게 결합된 구조로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공존하는 한반도의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독특한 주거형식이다. 한옥은 구조에서부터 재료에 이르기까지 장식적인 면보다 기능적인 면을 더욱 중시하였고, 특히 농본문화적인 특성을 가진 선조들에 의해 한옥은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연유로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웰빙의 치유공간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한옥이 한옥답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겨있어야 한다. 한옥에서의 숙박체험에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연과의 조화에서 오는 숙면의 기억이 남았다면 그들은 다시 한옥을 찾게 될 것이다.한옥의 대표적인 기능은 자연과의 호흡, 즉 공기가 순환 한다는 것이다.한옥의 한지창호는 숨을 쉴 수 있는 구조로 설치되어 있다. 한지가 숨을 쉰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한지창호는 외부의 시선은 막아주고 외부의 공기는 통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 서양의 문은 청각, 시각, 촉각을 모두 차단하는 반면 한옥의 한지창호는 시각만을 차단할 뿐 청각과 촉각은 그대로 유지한다. 심지어 옛 선조들은 한지에 꽃잎을 넣어 자연의 향기까지 품을 수 있도록 하였고, 한지 특유의 호흡기능으로 내부와 외부의 급격한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일정부분 조절하는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요즘 들어 한지창호, 한지벽지, 한지장판으로 구성된 주거 환경은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치유 공간으로 환영받고 있다.그러나 우리가 한옥을 이야기 할 때 아직도 한옥의 장식적인 형태만을 거론 하는 경향이 있어 진정한 의미의 한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지창호도 마찬가지로 한지창호가 갖고 있는 기능보다 한지창호가 보여주는 장식적인 면만을 이야기 하곤 한다.요즘같이 황사가 심한 계절에는 모든 주택에서 문도 열지 못하고 막혀 있는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사실 막혀진 공간 환경은 어쩌면 외부의 황사공기 보다도 우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송사의 황사대비요령 방송에서도 문을 닫고 있지만 반드시 중간 중간 환기를 시키라는 주의를 잊지 않는다.이런 환경에서 한지창호는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한지창호의 한지는 황사마스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먼지는 걸러주고 공기는 통과시켜주기 때문이다. 물론 습도까지도 통하게 한다. 사실 한지는 천연 습도 조절기능이 있다. 습도가 많으면 습도를 품고 습도가 적으면 품고 있던 습도를 내뿜는다. 이런 현상은 겨울철 방안의 온기로 건조해진 공기에 바깥의 습도를 빨아드리는 기능을 하여 자동으로 내부의 습도를 조절해주는 탁월한 기능이 있다. 어렸을 적 한지문틀 옆에서 자다보면 코끝이 시리는 한기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한지의 호흡현상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한지의 기능을 아파트의 창호에 디자인적용 한다면 훌륭한 제품이 될 것이다. 더불어 한지가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연하게 천연옻칠을 입힌다면 옻칠의 항균작용이 더해져 천혜의 친환경 공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요즘 한옥마을에는 새로운 한옥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가까이 들여다보곤 하는데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이 발견된다. 한지의 호흡 기능을 무시하고 앞뒤로 두툼한 유리로 가둬버린 디자인이 많이 보인다. 물론 관리가 어려워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한옥이 아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곤 한다.바로 며칠 전 학생들과 경기전에 들러 견학을 하는 중에 경기전 담 바로 옆에 새롭게 신축하는 콘크리트건물을 보게 되었는데, 육중한 콘크리트 골격 위에 거창한 기와지붕이 올려지고 있었다. 차라리 양옥을 짓지 왜 한옥이라 하면서 한옥의 가치를 떨어트리는지 아쉬움이 느껴졌다. 기와만 올린다고 한옥이 되지는 않는다. 한옥이 되기 위해서는 한옥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기가 순환되고 습도가 조절되며 천연재료로부터 인체에 좋은 기운이 나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다시 한번 학생들에게 한국문화의 진정한 가치는 형상이 아닌 문화 안에 담겨진 선조의 지혜가 담긴 기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게 되었다./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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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3 23:02

[① 전주 문화의 가치] 전통문화 살아있는 전주, 디자인 가치 커

경제발달에 따라 갈수록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작은 상품에서부터 건축물, 나아가 도시 전체의 특성이 디자인으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디자인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럼에도 이를 등한시 해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 본보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디자인 전문연구자인 주송 전주대 교수가 문화와 디자인 이야기로 독자들과 만난다. 격주로 연재된다.외국 친구에게 전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거의 모든 친구들이 전주에 오고 싶어 한다. 실제로 여러 외국 친구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전주를 방문했다. 그들은 모두 서울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다른 나라의 대도시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이다. 전주를 방문했던 많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만족하며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을 보며 원더플을 외치는 것이 신기했다. 이태리 친구는 기왓장 한장을 들고 내게 와서 기왓장의 색깔이 너무 아름답다며 감탄을 늘어 놓는다. 기와의 형태보다 불 속에서 구워진 오묘한 색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홍콩에서 온 친구는 내가 소개한 한옥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네게 경이로웠던 간밤의 체험을 전한다. 사실 처음 한옥에 입실해서는 불편한 시설들로 실망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하룻밤을 자고나서 최근 들어 가장 편한 잠을 잤다며 놀라워한다. 한옥의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찾기보다 한옥이 가지고 있는 기능적인 부분에서 한국문화의 가치를 찾았다는 것이다.그렇다. 전주의 문화는 형태적인 것이 아니다. 안에 깊게 배어 있는 것에서 전주의 문화는 가치가 있다. 전주에 내려오기 전 한국문화 체험을 위해 주로 경상도 지역의 안동이나 경주 등을 많이 찾았다. 제품디자인에 담을 우리의 문화를 찾기 위함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동이나 경주 등에서는 제품에 담을 문화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우리의 고유문화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담을 문화를 찾을 수가 없었다. 2006년 전주대학교로 부임하면서 찾은 전주는 나에게 그 해답을 보여주었다.문화는 워낙 방대한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나는 문화를 크게 살아있는 문화(生文化)와 죽어있는 문화(死文化)로 분류하기를 좋아한다. 사문화는 용어 그대로 사용이 정지된 문화를 일컫는 것으로 주로 골동품이 그 예이다. 중국의 자금성은 그 옛날의 화려함을 규모를 통해 가늠해 볼 수는 있으나 현재는 그 시대의 화려함은 담고 있지 못하고 형태로만 존재한다. 반면에 생문화는 그 기능이 현재도 사용되어 지고 있는 문화를 일컫는다. 영국의 버킹엄궁전은 아직도 영국의 왕이 살고 있는 궁전으로 예전의 화려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니 옛날보다 더 화려하게 발전 되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이런 분류로 볼 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문화 지역으로는 경주를 꼽을 수 있겠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으로 기능이 멈춰진 오래된 것들이 형상으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생문화 지역으로는 단연 전주를 꼽을 수 있다. 전주는 전통문화가 생활 속에 그대로 살아 전해 내려오는 도시이다.전주는 근현대에 들어 정치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이유로 어느 정도 급격한 변화를 격지 않고 평온한 전통문화를 생활 속에 유지할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급속한 산업화의 소용돌이에서 소외되어 옛것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시켜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앞에서 언급한 생문화와 사문화가 서로 어느 것이 우월하고 더 가치가 있다는 표현은 아니다. 사문화는 사문화로서의 가치가 있고 생문화는 생문화로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한국문화는 한국의 살아있는 문화 즉 생문화를 일컫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에 담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문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이기에 디자인분야에서 만큼은 더욱 가치있게 분류하게 된다.전주의 문화는 살아있는 생문화이기에 전주에 사는 전주시민들은 전주문화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주출신의 학생들에게 전주의 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생활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전통문화이기에 느끼지를 못하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전주에서 진행하는 많은 문화관련 행정이나 행사들이 전주의 살아있는 문화를 적용하지 못하고 사문화를 적용해 형태적인 표현으로 하다 보니 전주문화의 실질적인 가치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주송 교수는 중앙대와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Art Center College of Design) 학사(자동차디자인)석사(산업디자인)과정을 졸업했다. 삼성전자 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주)이노디자인코리아 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05년부터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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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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