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극우주의 성향이 강한 무슬림 무장 단체)의 테러가 발생하기 3주 전인 지난 10월21일, 프랑스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선망하는 여행지다웠다.
센 강변을 중심으로 펼쳐진 역사 유산들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루브르 미술관부터 에펠탑까지, 콩코드 광장에서부터 크고 작은 궁전 등 건축유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부드러운 가을 햇살은 건물들의 색감을 돋보이게 했다. 강물은 도시를 가로지르며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강변과 다리 곳곳에는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도시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거리의 악사들은 수준급의 연주를 선보여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파리의 대동맥인 센 강 일대는 ‘센 강변의 파리(Paris, Banks of the Seine)’라는 명칭으로 1991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지역 자체가 세계유산에 등록된 특이한 경우다. 하나의 특정 유적건축물보다 지역 전체가 문화 유산적 가치가 높다는 게 유네스코의 설명이다. 문화부 등 정부 부처와 자치단체가 유산 자체의 보존관리시스템을 최우선에 두고 효과적으로 관리 보존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최적화된 관광자원 개발과 결합된다. 파리에서는 센 강변 일대를 중심으로 역사·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문화제와 각종 이벤트 등이 풍부하다, 지역이 보유한 역사유산과 이를 활용한 문화콘텐츠를 조화롭게 결합했다. 이로 인해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파리를 찾는다. 지난해 파리시 방문객 4700만명 중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세계유산 파리의 센 강변
파리는 도시문화유적 인프라를 갖춘 관광도시로 유명하다. 이 중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센 강변은 가장 중요한 축이다. 센 강 좌우 주변은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 개선문, 센강의 다리들, 루브르 미술관, 노트르담 성당, 오르세 미술관 등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이 즐비하다. 주로 12~15세기에 유행하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축물들은, 역사의 지층을 대변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도시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인이다.
19세기 파리 시장이었던 조르주외젠 오스만 남작의 ‘파리 개조 계획’의 흔적도 그대로 남아있다. 철도의 발달에 발맞춰 신설된 대로와 가로수길, 광장 등이다. 또 도시 곳곳에 파리의 역사물 표지판과 유적지구를 형성하는 데 공헌한 인물의 기념비 등이 가로 조형물로 남아 건축유산들을 빛내준다.
이런 유서 깊은 지구가 형성되기까지는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다. 등재 당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파리는 도시 경관의 연속성과 개방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망권의 스카이라인까지 고려해 도시건축개발을 제한했다.
시민들의 협조도 한몫 했다. 센 강 주변의 건축물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는 곳이 없다. 프랑스 대사관과 자주 교류를 하는 리옹한글학교 서제희 교장은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벽면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서 그렇다”면서 “생활하는 데 불편해도 시민들이 국가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감내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숨은 진면목, 치밀한 문화유산 관리 행정체계
센 강변의 유적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찍부터 문화유산 관련 행정체계가 국가의 핵심부서로 기능한 데서 찾을 수 있다. 1940년대부터 앙드레 말로 같은 뛰어난 문화 행정관이 출현해 체계적인 문화행정 기반을 확립해왔다. 문화와 관광을 담당하는 부서 사이에 소통 채널인 범 부처협의회를 통해 마찰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1970년대부터 정부부처와 자치단체가 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관리·보존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1998년부터는 정부기관으로 국립건축문화유산관리국을 두고 있으며, 산하기구로 국립 역사문화재 및 유산유적 관리청을 설치해 실질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노트르담 성당이 이곳에서 관리하는 대표 문화유산이다.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중앙 부처의 지원을 받는 지방문화유산관리국과, 지역의 문화유적 복원작업을 주로 담당하는 지방문화유산보전관리청이 있다. 두 기관이 연계해서 지역문화유산을 관리한다.
이밖에 왕궁은 국가 관할로 국립박물관 관리국에서 관장하고 있다. 왕궁 등을 개조한 루브르 미술관, 베르사이유 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부 문화재나 유적 같은 경우 해당 지역 지자체에 소속돼 있거나 일부 개인소유로 등록돼 있는 경우가 있다. 에펠탑이나 아비뇽 교황궁전이 대표 사례다.
해당기구들은 유적지의 전체 보존 상태를 점검한 뒤 문화부에 보고하고 있다. 이 중 세계유산은 국가차원의 검사절차를 걸쳐 정기적인 보수, 관리를 하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관광객을 제한해 문화유산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데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프랑스 문화부에 따르면 유명 관광지로 알려진 문화유산인 경우, 관광전략 마케팅보다 유산 자체의 보존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화유산과 도시 관광 결합
효과적으로 관리된 문화유산은 관광자원으로 연결된다. 센 강변의 건축물들은 각각 현대의 관광콘텐츠와 융합한 상태로 존재한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 앞에 세워진 유리로 된 피라미드가 그렇다. 중국 출생의 미국인 건축가 I. M. 페이가 설계한 이 피라미드 내부에는 휴게실과 기타 시설이 있다. 또 이곳을 통해 모든 전시관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놨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설계다.
이밖에 특이한 외형의 건축물이 있어 관광객들의 관심을 끈다. 이 건축물의 관계자는 “관광객의 70% 정도가 이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바로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다.
지난 1977년에 개관된 이 센터는 하수관과 배수관이 겉으로 드러나, 마치 짓다만 건물 같은 독특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내부에는 공업창작센터, 음향·음향의 탐구와 조정연구소, 파리국립근대미술관 등이 있어 ‘문화의 공장’이라 불린다.
전통유산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활용한 축제도 다채롭다. 지난 1982년부터 시작된 음악축제는 많은 관광객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지역민이 직접 기획하는 이 축제는 각 구역의 특색에 맞춰 음악을 선정한다. 가령 루브르 박물관 주변은 고전음악, 라디오프랑스 지구는 세계 각국의 음악, 전통 지역에서는 옛 샹송 등을 선보인다. 이밖에 파리 야경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백야제,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테크노 퍼레이드가 있다.
관광객들이 이 모든 것들을 즐길 수 있는 편의도 제공된다. 각 유적지를 다니는 투어버스가 바로 그것이다. 버스를 탄 상태에서만 유적지를 관람하는 게 아니다. 각 구역의 정류장에서 내린 뒤 원하는 유적을 구경한 뒤, 다른 버스로 갈아탈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프랑스를 찾는 외국관광객의 80%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센 강 주변에 머문다는 게 프랑스 여행부의 분석이다.
■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로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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