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 복고풍이 불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올드 보이들이 복귀하면서 일고 있는 노인정치(gerontocracy)에 대한 논의가 그것이다. 실버파워가 그만큼 커졌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듯하다. ‘노인’하면 떠오르는 고집불통의 보수성과 함께 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더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대표(76)와 지난 1월 창당한 국민의당 한상진 위원장(71)은 65세가 넘었으니 당연히 노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65)는 어린 편이다. 더불어 각 당의 총선 관리와 심사를 맡고 있는 후보자 공천관리위원장은 한결같이 70대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71), 더민주당 홍창선 전 카이스트 총장(72), 국민의 당 전윤철 전 감사원장(77)이 그렇다.
노인정치는 과거 소련이나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나 로마 원로원 등에서 성행했다. 옛 소련은 1980년대 말 고르바초프가 집권하기 전까지 20년 넘게 70대가 공산당 정치국원 자리를 독점했다. 중국도 덩샤오핑이 국가 주석에서 물러날 때 85세였다. 종신직인 로마 원로원은 초창기 각 가문의 원로 100명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도 정치권이 급격히 고령화되는 추세다. 국무위원 중 30∼40대는 1명도 없다. 19대 국회의원도 300명 가운데 30∼40대가 42명뿐이다. 그러다 보니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대부분 노인 위주일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가 2012년 5월∼2015년 9월까지 발의된 법안 54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노인이 혜택을 받는 법안이 319개로 청년의 86개에 비해 3.7배에 달했다.
투표율도 노인층이 월등히 높다. 19대 총선에서 60세 이상 투표율은 68.6%였다. 이에 비해 25∼29세 청년층 투표율은 37.9%에 불과했다.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결국 선거 때가 되면 각 정당들이 노인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들이 노인회와 경로당을 찾아 코가 땅에 닿게 큰절을 올리는 이유다.
고령화는 세계적 물결이다. 이에 따라 노인정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를 봐도 1970년대 평균수명이 61.9세였다. 하지만 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13년 평균수명은 81.9세였다. 45년 만에 20살이 늘어난 셈이다. 일본의 경우는 더하다. 고령자 조사가 시작된 1963년 100세 이상 인구는 153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는 6만 명을 넘었다. 그래서 노인의 날을 맞아 총리대신이 100세 노인에게 증정하던 은잔(銀杯)을 재정부담을 이유로 합금으로 바꿨다.
의료전문가들은 20세기말 75세는 21세기초 60∼65세와 생리학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한다. 섭생이 좋고 의학이 발달해 자기 나이에 0.7을 곱하는 게 맞다는 계산법도 있다.
또 유엔은 2015년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를 새로 구분했다. 미성년자 0∼17세, 청년 18∼65세, 중년 66∼79세, 노년 80∼99세, 장수노인 100세 이상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이러한 생물학적 나이에 대한 분류보다 정신의 나이가 어떠냐가 아닐까 한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민주당 버니 샌더스(74)는 청년들이 열광하는 후보다. 자본주의 본산인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며 40년 넘게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일관된 길을 걸어온 덕분이다.
우리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4번의 도전 끝에 74세에 대통령에 취임하는 영광을 안았다. 반면 전직 국회의장(78)이나 요즘 TV 먹방에서 뜨고 있는 백모씨의 부친(80)은 손녀 같은 캐디를 성추행해 망신을 당했다.
최근 우리 선거에서 노인이 너무 과다 대표되고 있다고 한다. 옳은 측면이 없지 않다. 극심한 청년실업과 헬조선, 흙수저 등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나이 드는 것을 탓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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