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1000쪽이 넘는 이 작품의 주인공 안나는 부러울 것 없는 기혼여성이지만 잘 생긴 청년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불륜에 빠지게 되고, 끝내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첫 문장처럼 불행한 사람들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한 이유를 갖고 있다. 설 명절 연휴 내내 못살고 점차 더 초라해지는 전북을 보면서 이 문장이 떠올랐다. 전북도 전북 나름의 이유로 못살기 때문이 아닐까 해서다.
전북이 처한 현주소를 보자. 우선 전북이라는 공동체가 소멸하지 않고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권 통합이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축소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서울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서 지방은 뼈만 앙상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생활권이 같은 자치단체의 통합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한 창원특례시와 청주·청원이 통합한 청주시 등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경북 군위군이 자진해서 대구광역시와 통합했고 충남 금산군이 대전광역시와 통합을 위해 군수와 군의회가 발벗고 나섰다.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의 경우 30년 동안 세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올 들어 민간단체가 나서 네차례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나 유희태 군수와 군의회뿐 아니라 전주의 일부 유사단체까지 나서 통합에 훼방을 놓고 있다. 공동체보다는 정치꾼들의 개인 욕심이 앞선 탓이다.
또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윤방섭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이 벌이는 쟁투는 얼마나 민망한가. 3년 전 선거 여파가 그대로 재연돼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당시 회원사 모집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되면서 소송취하와 임기 보장을 조건으로 합의문을 작성했다. 이번에는 이 합의문을 이행하라며 한쪽이 들고 일어나 차기회장자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이다. 마치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자리가 두 사람의 개인 소유물인양 주고 받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추락하는 전북경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같아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이와 함께 얼마 전에는 전북예총 회장 선거에서 함량미달의 인물들이 옥신각신 하더니 소송으로 번졌다.
갈등과 불협화음 사례는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서거석 교육감과 천호성 후보·검찰 사이에 허위사실공표를 둘러싸고 벌이는 재판이 1년 반 넘게 진행되면서 전북교육은 뒷걸음질이다. 또 지난해 8월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때는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로 새만금SOC를 비롯해 전북예산이 감축폭탄을 맞고 도민 전체가 수모를 겪었다. 특히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윤덕 국회의원과 김관영 도지사는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KCC 농구단의 부산 이전은 어떤가. 우범기 전주시장은 농구단 이전을 방관하다 뒤늦게 관변단체를 동원해 뒤꼭지에 대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러고도 기업 유치를 외칠 면목이 있는지 의아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은 모두 전북지역 리더들의 행태다.
우리 속담에 ‘망둥이 제 동무 잡아 먹는다’, ‘한솥밥 먹고 송사한다’는 말이 있다. 또 미국의 정치가 밋 롬니는 ‘리더십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까운 사람끼리 불화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않으려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전북의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러니 전북이 제자리 걸음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전북이 못사는 저마다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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