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에 대한 감정은 또 지역마다 다른 경우가 있다. 우리에게는 오방색이 있다. 방위를 뜻하는 색으로 쉽게는 더는 분해되지 않는 삼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에다가 흰색과 검정을 합하면 된다. 중앙에서부터 노랑, 동쪽은 파랑(靑龍), 서쪽은 흰색(白虎), 남은 빨강(朱雀), 북은 검정(玄武) 오방색인 데 반해 미국은 검정이 동쪽이고 서쪽은 노랑, 남쪽은 파랑, 북쪽이 회색이다. 우리에게는 동쪽이 태양이 떠오르는 성스러운 방향이지만 그들에게 동쪽은 미지의 암흑이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는 동서남북인데 그들이 만든 뉴스‘N E W S’는 북 동 서 남이다. 노랑도 우리는 중앙에 위치하며 왕의 곤룡포도 노랑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노랑을 아주 천시한다. 가룟 사람 유다가 예수를 배반할 때 입었던 옷이 노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노예들의 옷 색상이 노랑이었으며 유대인들이 가슴에 부착해야만 했던 노란 별도 무관하지 않다. 얼마나 노란색을 미워했는지 황구(Yellow Dog)라는 욕설도 있고, 노랑목소리 (Yellow Voice)는 간교하거나 교활한 목소리, 또는 영웅다운 목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이성을 꼬드기려는 색스런 목소리로 비하하기도 한다.
러시아에서는 아예 아름답다는 단어와 빨강이라는 단어가 같이 사용된다. 전쟁터에서의 흰색은 항복을 뜻하지만, 순결이나 숭고를 뜻하거나 절망이나 공포로도 분류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흰빛을 통해서 본 문학적 형상의 분류’를 보면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 표현되는 흰색을 숭고의 세계로, 오상원의 ‘유예’에 나타나는 흰색을 절망으로, 멜빌의 ‘모비 딕’에 나오는 흰색은 공포, 최인훈의 ‘광장’에서 표현한 흰색을 환희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렇듯 색채가 점령한 우주에서 길들고 훈련된 인간을 맨 처음 놀라게 하고 지배한 것은 낮과 밤이었을 것이다. 밝은 태양과 캄캄한 암흑이라는 두 개의 공간 속에서 공간에 따라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였고 순응과 적응, 혹은 공포나 절망 또는 반항의 양식을 찾게 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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