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은 시커멓게 때가 끼어 있고, 청승맞은 노인네의 배앓이 소리 같은 초인종 소리를 뒤로 하며 집안에 들어서면, 천장의 광선을 막느라 쳐놓은 기름종이에서는 기름이 뚝뚝 떨어져 캔버스를 더럽힌다. 실내는 춥고 축축해서 그림이 미처 완성되기도 전에 습기로 망가지고, 술병이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자빠져 있다. 꼬리가 잘린 고양이는 깨진 창문을 무상출입하며 캔버스에 배설하고 스크래치를 낸다. 젊을 적 창녀 시절에 그 집 주인과 놀아 본 일이 있는 얼굴이 부석부석한 곰보 노파와 마녀처럼 앉아 있는 그 집 주인의 모습 또한 범상치가 않다. 삶은 새우처럼 뻘건 얼굴에 쥐처럼 생긴 회색의 눈, 땅에 달라붙은 몽땅한 체구에 말더듬이, 둔한 머리, 고약한 목소리, 괴팍스런 버릇, 붙임성 없는 성질머리, 비천한 가문, 변변치 않은 교육에 걸맞은 무식 등 그는 참으로 철저하게 그림 그리는 재주를 제외한 모든 것을 외면당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죽었을 때는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인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라는 이름 하나와 거액의 유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그림을 남겼다.
신은 그에게 그리는 재능 이외에는 거짓말처럼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 혹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무식하며 말주변이 없는데다 말더듬이인 그는 완벽한 기술로 많은 돈을 벌었으며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기술을 전달하는 기능 또한 완벽하지 않아서 그의 교실에서 배운 영국의 시인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에 의하면 “터너의 시간에는 배운 것이 없었다”는 후일담을 하고 있다. 자기가 이미 알고 있거나 심지어 자신이 제작한 그림의 아름다움조차 설명할 재주가 없으니 학생들은 선생의 이야기를 듣느니 차라리 선생의 그림 그리는 과정을 보며 스스로 느껴야 했다. 기적을 만드는 신의 손 이외에는 완전무결하게 불리한 조건을 갖춘 그가 야외에 나가 풍경 스케치를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주 즉 조형감각으로 스케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 남들이 보면 중언부언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글을 써가며 그 풍경을 노트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그 그림 밑에 자작시를 붙이기를 좋아했는데 그 역시 대부분 감이 잡히지 않는 기막히게 애매모호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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