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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영구씨 "태조로에 따뜻한 시선을"

▲ 김영구 作 '안테나'
우리 동네에서 사라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에 대해 나는 알고 있는가? 나는 온전히 알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히 알고 있노라고 생각했던 그 대상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 물음에서 이번 전시는 출발한다.

 

한옥마을은 나의 일상이다. 나는 그 인근에 살고 있다. 한옥마을을 가로지르는 태조로. 그 길을 수 없이 걸었고, 수없이 지나쳤다. 내가 그 길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까지 그곳은 그냥 다니던 길이었다. 그냥 길일 뿐 이었다. 내가 그 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순간 길은 나에게서 사라져 버렸다. 내 기억 속 어딘가에서도 제대로 된 모습으로 남아있질 않았다. 나는 슬펐다.

 

내가 그 길을 걸으며 살아왔단 말인가?

 

그건 마치 내게도 한 때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가끔씩 망각하는 것과 비슷했다.

 

길은 흔히 삶으로 비유된다. 그래서 거창하게 말하면 길을 통해 내 삶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수많은 길 중에서도 태조로를 선택한 건, 딴에는 내가 가장 잘 아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전주를 상징하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길 위 어딘가에는 내 삶의 흔적도 남아 있으리라 생각했다.

 

105컷의 자연스런 사진을 찍고(표준 렌즈만 사용), 과학의 힘을 빌려 그 사진들을 한 장의 인화지에 담아 출력을 시도해봤다. 그러면 내가 선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며 내가 본 모든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단 한 컷에 담겨 나올 수 있다.

 

물론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처음 순수하게 사진 찍는 시간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105컷의 사진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합성하는 데도 1주일이 넘게 걸렸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그 한 컷을 얻고 싶었다. 사진의 크기는 세로 3.6m, 가로는 13m가 넘는다. 너무 커서 한 번에 출력이 불가능했다. 대형 인화지 9장으로 출력한 뒤 그 9장을 연결해서 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전시된 사진 작품으로는 가장 큰 크기일 것이다.

 

전시의 주제는 '태조로'다. 경기전이 아닌 태조로를 전면에 내세운 건, 경기전으로 지칭되는 한옥마을의 일부가 아닌 태조로로 상징되는 한옥마을 전체를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태조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지만, 그 태조로가 있게끔 한 존재들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작가 김영구씨는 중등교원사진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전일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김영구 두번째 사진전 '태조로'= 15일까지 우진문화공간 전시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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