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5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작가가 말하는 나의 작업
일반기사

사진작가 김지연씨…보따리에 담긴 아련한 추억

길 떠나는 이들의 필수품인 괴나리 봇짐에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장사를 하던 보부상에 이르기까지 옛 생활 주변에서 꼭 따라다니던 보따리. 어릴 때 책과 공책 양철필통을 돌돌 말아 허리에 두루고 냅다 필통 안에서 열필들이 달그락대던 책보. 장날이면 할머니가 참깨, 들깨, 개란꾸러미를 넣고 싸서 머리에 이고 나섰던 보따리 등등.

 

그 보따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개화기에 들어서면서 소위 '하이칼라'라는 사람들이 보따리 대신에 가방이라는 것을 들고 나타나면서 가방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이제는 명품가방이 이슈인 시대가 됐다.

 

보자기는 아무 곳에서나 스스럼없이 펼치고 그저 손가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차근차근 얹어서 싸메고, 머리에 둥실 이고 다니던 물건, 그것이 '복을 싸는 것'이 아니라 '설움을 싸는 것'이었다고 할 지라도 예전의 우리네 사람들에게서는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이며 삶의 정서였다. 이제 보자기는 혼례 때 예단을 담아 보내거나 명절에 선물 싸는 물건으로 그 명맥만 남아있다.

 

이번 전시는 주변에 있는 이울 사람들의 질 보따리를 만들어 보았다. 이제는 보따리 하나에 챙길 물건도 없다고 애석해하는 내 가까운 이웃들의 평범하고 느린 일상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서다. 옛 보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보자기 몇 점도 함께 전시된다.

 

 

사진작가 김지연씨(63)는 2004년 진안 마령면에 들어왔다. '정미소 사진작가'로 알려진 그는 문 닫을 뻔한 정미소를 전시 공간'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로 꾸렸다. 배고팠던 시절, 언제나 푸진 공간으로 기억됐던 정미소가 마을 공동체를 지켜가는 공간으로 남길 바라면서다.

 

 

△보따리 전시회=20일부터 6월17일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