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홍성녀
1000호 짜리 '물소리 보며 꽃웃음 듣네'를 내놓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2003년 가로 길이가 10m나 되는 대작을 그리고 나서 9년 만이다. "힘 달리기 전에 그려둬야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물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거꾸로 치솟는 듯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물소리를 상상하면서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라는 다소 식상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만물을 살리는 생명의 환희를 물에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순리대로 나아간다. 거스름 없이 높고 낮은 곳을 탓하지 않고 유유히 흐른다. 폭포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온갖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이유는 그런 겸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대학 시절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서양화도 해봤지만, 동양화에 더 끌려 먹 붓질로 전향했다. 아직도 그걸 후회한 적은 없다. 나의 호인 이목은 임섭수 경희대 겸임교수의 호인 '목원'과 방의걸 화백의 호인 '목정'의 목(木)을 빌려 '이목(以木)'으로 지었다. 스승의 큰 그늘이 나를 있게 만들었다.
11월 일본에서 물을 소재로 한 대작 위주로 전시 제안을 받았다. 마음을 늦추고 여백을 만들어야 하는데, 마음이 바빠진다. 내면에 많은 물소리가 오고 가고 있지만, 정말 맑은 물 소리, 바람 소리를 담아보고 싶다. 물이 나고, 내가 물인 그런 작품을 꿈꾼다.
△ 한국화가 홍성녀씨는 동덕여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군산대 미술과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전북지부 부회장·전북아트페어 운영위원·한국미협 전북지부 여성분과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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