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씨(65·임실군 강진면)는 지난달 16일 화재로 살던 집을 잃었다.
어머니 정영례씨(88)와 단 둘이 살았던 그의 집은 한 순간에 치솟은 불길로 하루아침에 한줌의 재가 됐다.
그날 김씨와 어머니 정씨는 저녁을 먹고 집 안에서 쉬던 중 집 밖에 있던 화목보일러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집 안으로 번지자 옷가지 하나 챙기지도 못한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이때부터 인근 경로당에서 지내다 10일전쯤부터 자리를 옮겨 강진 성당공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무 경황 없이 나온 탓에 이부자리와 식기류 하나 변변치 못해 이웃의 도움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어머니의 건강이다.
위장이 좋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머니 정씨는 불이 났던 그때의 충격과 기억 때문인지 최근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어머니가 놀래셨는지 지금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계십니다. 빨리 집을 얻어 나가서 나쁜 기억은 잊고 새로운 기분으로 살고 싶습니다.”
김씨는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집을 장만하고 싶어도 장애 탓에 일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4년 전 뱀에 물린 상처가 심해져 오른쪽 다리의 절반 이상을 잘라내 의족에 의지할 수 밖는 처지이기 때문.
20여년 전 아내와 사별한 이후부터 홀로 어머니를 봉양해온 김씨는 계속되는 불행에 마음이 답답하다.
최근 김씨 동생이 인근에 집터를 마련해줬지만 집 지을 돈을 마련할 상태가 되지 않아 더욱 막막하다.
매월 모자(母子)에게 지급되는 60만원 남짓한 정부보조금으로는 저축이 쉽지 않기 때문.
“엎친데 덮친격이라더니 어디 한 곳 마음 둘 곳도 없이 절망적인 기분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 어떻게든 돈을 모으고 싶어도 어머니 병원비와 생활비로 쓰고 나면 오히려 모자랍니다.”
6일 김씨는 어머니와 함께 불이 났던 옛집터를 찾았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순간의 기억 때문에 눈길 조차 돌리지 않았던 그곳에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날로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산야를 바라보던 김씨는 “정든 고향땅에는 봄이 왔지만 우리 모자는 아직도 차디찬 겨울 한복판에 있는 것 같다”며 “몸 하나 뉘일 만한 보금자리가 절실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에 대한 후원·봉사 문의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063-903-063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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