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북 음악계는 의미 있는 성과를 하나둘 축적해 나갔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성공했으나 개막 공연에 대한 지속성과 한옥마을 관광객의 분산 등의 과제를 남겼다. 불혹을 맞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젊은 출연자들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도출되면서 제2의 도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요구됐다. 또 도내 대표 관립단체인 전북도립국악원은 교수실장의 퇴진론으로 촉발된 조직 개편안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내년부터 단계적인 단원 확충과 내부 평가 방식의 확대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역 곳곳에서 출현한 상설 공연은 작품성과 관객의 흥행 여부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전북음악협회는 한·중 국제음악페스티벌과 전북 창작음악대전을 처음으로 개최하면서 중국과의 음악 교류, 순수 음악의 발전 토대를 마련했다.
△음악 축제의 성과와 과제
세월호 여파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모두 203차례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난해 270차례에 비해 횟수는 줄었지만,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 전문예술제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초연한 ‘淸-Alive(청 얼라이브)’는 창의 원형을 살리되 시각적 효과와 현대적인 음악으로 포장하면서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개막 공연의 관심과 더불어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창작 작품인 만큼 일회성 공연에서 벗어나 재공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국 규모의 경연 대회인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세월호 여파로 막걸리 소리판, 광대전 등 일부 프로그램을 축소했지만 경연과 함께 여러 기획 공연을 선보이면서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대회에서는 주요 부문 출전자의 나이가 20~30대로 젊어졌지만 소리 깊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했다. 또 올해 판소리 명창부에는 남자 출전자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고, 기획 공연과 대회의 운영 이원화가 지속되면서 향후 대사습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요구됐다.
△도립국악원 조직 개편
전북도립국악원 노사는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경쟁력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에 뜻을 모았다. 교수실장 퇴진과 임기제 도입을 두고 벌어진 도립국악원 교수실 구성원과 교수실장의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도립국악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전문가 토론회와 연구 용역 등을 통해 조직 인력·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도립국악원은 내부 평가 방식을 확대하고 단계적 단원 확충, 원장 공모제 실시라는 계획안을 내놨다. 현재 2년간 1차례 실시하는 근무 성과 평가의 배점을 조정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정원 135명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교수실과 학예연구실을 통합해 교육학예실로 이름을 바꾸는 등 조직 개편도 이뤄진다. 원장과 실단장을 모두 공모제로 전환하고, 결원 단원도 확충할 계획이다. 오는 2017년 1월부터는 공무원이 아닌 최장 5년 임기의 개방형 공모제로 원장을 임용한다는 내용도 포함해 국악 거점 기관으로의 역할과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또 공공운수노조 전북도립국악원지부와 전주시립예술단지부는 지난달 17일 창립 출범식을 갖고 ‘전라북도 문화예술지부’로 통합 출범했다. 향후 지역문화예술인들의 권익 보호와 열악한 환경 개선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상설 공연 희비 엇갈려
전북도 브랜드 공연 ‘춘향’은 상반기에 총감독과 연출, 음악 등 제작진을 새롭게 편성하고, 전용 극장의 시설 개선 공사를 실시하는 등 여러 논란과 곡절 끝에 무대에 올랐다. 전용 극장인 예술회관 공연장이 기존 780석에서 300석 규모로 개선되면서 관람의 편의성은 높아진 반면 배우들의 역량과 판소리의 맛은 저하돼 관광 상품의 가능성에 의문을 남겼다.
반면 전주문화재단 전주마당창극 상설공연단의 마당창극 ‘아나 옜다, 배 갈라라!’는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한옥마을을 활용한 야간 상설공연의 발전 가능성을 엿봤다.
또 남원시립국악단은 한옥 자원 활용 야간상설공연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창극 ‘광한루연가 춘향’을 선보였다. 남원시립국악단이 최초로 시도한 유료 공연으로 5달 동안 누적 관객 수가 1만 1200명을 돌파하면서 남원의 대표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중 국제음악페스티벌, 전북 창작음악대전의 탄생
전북음악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한·중 국제음악페스티벌’과 ‘전북 창작음악대전’이라는 굵직한 행사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순탄한 출발을 알렸다. 전북과 중국 간 음악 교류의 물꼬가 터지고, 전북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창작음악제가 탄생한 것.
전북음악협회와 중국음악가협회 고교음악연맹이 공동 주최한 ‘한·중 국제음악페스티벌’은 한·중 음악콩쿠르, 한·중 교류음악제, 한·중 교류 청소년음악제 등 3개 행사로 진행됐다. 한·중 음악콩쿠르에는 중국에서 5개 악기 장르 40여명이 참가했고, 한국에서 9개 악기 장르 114명이 참가해 경연을 펼쳤다. 그러나 애초 1000여명의 대규모 행사로 준비된 페스티벌은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중국 측 콩쿠르 참가자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전북음악협회가 전북도 문화예술전문단체 지원사업으로 기획한 ‘전북 창작음악대전’이 마련되면서 순수 음악의 발전과 창작 의욕 고취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창작음악대전을 위해 지난 6월부터 8월 15일까지 전북을 상징하는 역사, 문학, 자연 환경, 전래 이야기 등을 스토리텔링화한 작품을 전국으로 공모했다. 가곡과 합창곡, 실내악곡과 관현악곡 등 4개의 장르를 중심으로 창작곡을 공모한 결과 국내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17명의 작곡가들이 모두 18개 작품을 출품해 전북 창작음악 부활의 신호탄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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