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본이 투입된 집의 집세가 2년여동안 10% 넘게 올랐다. 오른 집세에 다시 상승률을 적용하는 ‘복리’형태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관련 법에 정한 인상 마지노선까지 두차례 올리면서 물가상승분 등 제반여건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들은 오르는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로 전환하는 세대가 늘어났다. 전주 하가지구 부영임대아파트의 이야기다.
△임대주택법 위반 적용 가능할까
전주시는 13일 부영그룹(이하 부영)을 고발하면서 위반 법조항에 대해 “구 임대주택법 20조”라고 설명했다. 부영임대아파트는 2014년 10월 건립돼 구법 적용 대상이다. 구 임대주택법은 지난 2015년 12월 28일 특별법으로 개정됐다.
이 법 제20조(임대주택의 임대 조건 등) 2항에는 ‘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또는 임대료의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정한 범위 5%내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전세가격 변동률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최고 5%인상이 가능하지만 물가 상승률이나 인근 주택 전세가격 변동률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9월 기준, 전북도 주거비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1.9% 상승했고, 같은기간 전주시 아파트 전세가격은 1.24% 상승, 인근의 임대주택은 2%가량 올랐다. 그런데도 부영측은 2015년과 2016년 두차례 인상분을 모두 최상한인 5%로 정했다. 같은 법 42조(벌칙) 3호 ‘제20조에 따른 임대 조건 등을 위반하여 주택을 임대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아울러 이 법에 따라 전주시의 임대료 인하 권고안을 따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5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될 수 있다.
△임대료 부담되자 전세 전환
전주시에 따르면 하가지구 부영아파트는 24평(59.97㎡) 545세대와 32평(84.98㎡) 315세 등 860세대로 구성돼 있다.
24평의 경우 2014년 입주당시 임대보증금은 9200만원, 월 임대료는 30만원이었지만 2015년과 2016년 두차례 5%씩 임대료가 오르면서 임대보증금은 1억1430만원, 월 임대료는 33만1000원으로 늘어났다.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10% 오르는 과정에서 2015년 말 기준 전세 세대는 585세대, 68%에 그쳤지만 2016년도 계약체결을 마무리 지은 523세대 중 430세대, 82.2%가 전세로 전환했다.
기업의 횡포와 부실공사 등 논란 속에서도 임대료를 체납하거나 비어있는 세대는 극히 드물었다. 2015년 말 기준 공실이나 연체 세대는 전 세대의 9.8%인 84세대에 그쳤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전월세 세대들이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은행대출을 받아 전세로 전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영은 민간사업자이지만 공공재로 아파트를 짓는 사업자이다. 부영아파트는 665억원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으로 지어졌고, 이는 연 2%의 저리로 사업자에게 지원된다. 공공성을 띠는 임대아파트인 것이다. 부영 측이 공공자금으로 아파트를 짓고서도 서민에게는 높은 집세를 받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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