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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 겨울의 문턱…우아하게 멋내기

중국서 시작해 18세기 이후 유럽·미국서 유행…디자인·색상 다양한 인조모피 값도 저렴'인기'

지난달 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토종여우 한 쌍이 방사돼 자연으로 돌아갔다.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인 토종여우 한 쌍을 경북 영주시 소백산국립공원에 방사한 것. 지난 4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토종 여우 한 쌍을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두 달간 자연적응 훈련을 시킨 후 돌려보낸 것이다.

 

과거 여우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분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60~70년대 쥐잡기 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여우가 쥐약을 먹은 쥐를 잡아먹고 함께 죽는 연쇄반응으로 멸종 위기에 놓였다. 물론 이 위협 속에는 가죽과 털을 노린 포획도 포함된다.

 

여우 뿐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포획과 밀렵의 위험 속에 있다. '먹는 것'에서 '입는 것'으로까지 이용하는 우리들 때문. 올해 겨울처럼 한파가 예고되면 모피를 찾는 욕구는 더 커지게 된다.모피의 기원은 옷을 입기 시작한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해 잡은 짐승의 가죽을 체온 보호를 위해 이용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의복'에 대한 개념이 발달해 인위적으로 모피를 옷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 전 1000년경으로 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시작이 중국이라는 것.

 

이후 200년 정도가 흐른 뒤 유럽에 모피가 도입됐고 이것이 인도에서 중동으로 유입되면서 전 유럽에 퍼지게 됐다. 18세기 까지도 모피를 이용한 의류에서는 중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하니 그 시대의 패션 리더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18세기 이후에는 모피의 인기가 유럽과 미국으로 커졌고 대량 수출을 위해 미국이 기술을 발명하면서 모피 유행의 선도의 중국이 아닌 미국으로 옮겨간다.

 

진짜 방한을 목적으로 한 것을 '실용모피'라 한다면 주로 장식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장식모피'다. 우리의 모피에 대한 욕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것이지만 다른 옷으로도 방한을 대체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장식성에 더 가깝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 의견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이 모피에도 유행이 있다는 사실이다.

 

18세기의 모피 유행을 이끌었던 것은 북해의 해달(海獺:바다족제비)이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해달이 멸종되자 이를 대신해 물개의 가죽과 털이 유행했다.

 

하지만 물개도 곧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뒤를 이어 검은여우가 인기를 끌었고 이때부터 모피는 모피짐승을 사육해서 채취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모피의 질도 자연산보다 좋았고 검은여우로부터는 은(銀)여우가 만들어져 유행하기도 했다.

 

현재 모피의 대명사로 불리는 밍크의 출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미국과 캐나다 야생의 것이 사용되다가 사육에 성공한 뒤로는 개량돼 야생의 모피보다 훨씬 질 좋은 제품들이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모피 유행은 요즘 들어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다. 바로 인조 모피. 가격도 저렴하고 털의 길이를 다양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인과 색에 있어 제한이 없어 인기다. 무엇보다 동물의 멸종이나 개체 감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화학섬유이기에 정전기가 심하고 먼지가 타기 쉽지만 사실 천연 모피보다 관리하기 더 쉽다는 사실.

 

동물애호가도 아니고 환경단체의 열렬한 지도자도 아니지만 이것이 유행이라면 시도해 볼 필요성은 있지 않을까. 특히나 올해 모피 갑은 작년 대비 10% 올랐다고 하니 말이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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