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가 오셨다!”
덕조의 목소리가 마당을 울렸다. 한낮, 계백이 마당으로 들어서자 종들이 달려 나왔다. 청에서 계백을 모셔온 덕조가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다시 소리쳤다.
“한솔 나리가 오셨다!”
그때 안방에서 고화가 나왔다. 계백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고화의 얼굴이 붉어졌다. 시선을 내린 고화가 마루에서 내려오더니 머리를 숙였다.
“이제 오세요?”
“잘 있었소?”
두 달여 만이다. 다가간 계백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고화를 보았다. 계백이 성에 온다는 기별을 받았을 테니 고화가 단장할 여유는 충분했다. 깨끗한 치마저고리로 갈아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고화의 자태를 보자 계백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의 모습이다.
그날 밤, 성주의 관저는 해시(10시)가 되기도 전에 조용해졌다. 하인들의 방에도 불이 꺼졌고 두런거리던 집사 덕조의 목소리도 뚝 끊겼다. 마당 안쪽의 주인 침실에서 불이 꺼진 것이 신호가 된 것 같다. 계백과 고화가 같이 침실에 든 것이다. 침상에 누운 계백이 어둠 속에서 사그락거리며 옷이 벗겨지는 소리를 듣는다. 고화가 옷을 벗는 것이다. 이윽고 옷을 벗은 고화가 침상 위로 오르더니 계백의 옆에 누웠다. 몸을 웅크리고 등을 돌린 자세로 누운 것이다. 계백이 잠자코 팔을 뻗어 고화의 어깨를 당기면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고화가 얼굴을 계백의 가슴에 묻으면서 안겼다. 고화는 엷은 속옷 저고리치마 차림이다. 치마만 들치면 알몸이다. 계백은 고화의 치마끈을 차분하게 풀었다. 고화가 막으려는 듯이 계백의 손목을 두 손으로 쥐더니 곧 떼어졌다. 고화의 숨결이 가빠졌다. 이윽고 치마끈이 풀리면서 계백이 치마를 젖히자 고화의 하반신은 알몸이 되었다. 고화가 이제는 몸을 더 붙인다. 그렇게 알몸을 감추려는 것 같다. 그때 계백이 이제는 저고리 고름을 풀었다. 고화가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려고 시늉하더니 다시 손이 떼어졌다. 저고리가 젖혀지면서 고화의 젖가슴이 통째로 드러났다. 어둠속이지만 희고 풍만한 젖가슴이 선명하게 보인다. 고화의 숨결이 계백의 목에 닿았다. 뜨겁다. 이제 고화는 알몸이 되었다. 두 손으로 계백의 저고리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다. 이제는 계백이 바지를 내려서 벗고 저고리를 벗어 던졌다. 그 순간 둘은 알몸의 짐승이 되었다. 계백이 먼저 고화의 입을 맞췄다. 놀란 고화가 입을 꾹 다물었다가 숨이 막히자 입이 벌려졌다. 계백은 벌려진 과일 같은 고화의 입을 빨았다. 고화가 이제는 두 팔로 계백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다. 그때 계백이 고화의 몸 위로 올랐다. 고화가 순순히 받아들일 자세를 만들었다. 뜨거운 밤이다. 거친 숨소리에 이어서 신음 같은 탄성이 일어났고 방안에 열풍이 휘몰아쳤다. 열풍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날 아침, 아침상을 들고 방안에 들어선 우덕의 뒤에는 덕조만 따르고 있다. 항상 식사 시중을 들던 고화가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계백이 수저를 들었을 때 덕조가 헛기침을 했다.
“나리, 나리께서 도성의 대왕 옆으로 가신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그 소문이 맞습니까?”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도성에서 따라온 군사들이 소문을 퍼뜨렸을 것이다.
“사실이다. 나는 곧 새 관직을 받을 것이야. 곧 칠봉성을 떠난다.”
어젯밤에 고화에게는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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