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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303) 15장 황산벌 22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좌측을 격파하고 돌아온다.”

계백이 나들이를 다녀온다는 것처럼 말했다. 신라군의 북소리와 말굽 소리, 함성이 천 리를 진동하고 있다. 신라군 선봉 김흠춘 군(軍)이 뒤로 물러나고 중군(中軍)이 드러나면서 기마군 2개 군단이 좌우로 벌려져 달려오고 있다. 엄청난 기세다. 거리는 4리(21㎞), 질주하고 오는 터라 금방 부딪친다. 계백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느냐! 이번에 신라군의 중군(中軍)을 격파하는 것이다!”

“예엣!”

장수들이 일제히 소리쳐 대답했다. 지금은 1진, 2진, 3진이 다 출진한다. 병력은 4천여 명, 전상자가 1천여 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계백이 앞장을 서자 하도리가 위사 1백여 명과 함께 선두에 나섰다. 그때 계백이 허리에 찬 칼을 빼 들고 소리쳤다.

“따르라!”

계백이 박차를 넣자 말이 뛰었고 이제 백제군 4천기가 한 덩어리가 되어서 달린다. 이번에도 붉은 불길처럼 달려갔는데 말굽 소리만 울릴 뿐이다.

“어엇! 저놈들이 우측을 친다!”

김유신 옆에 선 부장 김용준이 소리쳤다. 신라군 쪽에서 보면 우측이다. 이쪽은 지형이 조금 높아서 백제군이 한 무더기가 되어서 우측의 신라군에게 달려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군세(軍勢)가 비슷하다. 신라군은 좌우측에 각각 5천기씩 나눠졌기 때문이다.

“우측 대장이 누구냐?”

김유신이 묻자 김용준이 눈을 치켜뜨고 대답했다.

“이찬 김석보입니다.”

“좌측 군이 백제군의 후미를 칠 수 없겠는가?”

다급하게 김유신이 물었지만 곧 먼지 속에 드러난 백제군을 보더니 탄식했다.

“이놈, 계백. 꼬리를 없앴구나.”

보라. 백제군은 마치 둥근 바위처럼 뭉쳐 우측 신라군과 부딪친다. 후미가 없는 것이다. 좌우로 벌려진 신라군은 정공법으로 앞이 뾰족한 삼각 대형을 형성했고 뒤를 선봉, 중군, 후군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백제군은 둥근 덩어리로 한꺼번에 삼키는 것 같다. 대형이 없는 것이 더 기괴했다. 김유신이 탄식했다.

“아, 저것이 무언가!”

그 순간 붉은 기운이 신라군 선봉을 뒤덮었다. 그리고 함성이 일어났다.

“백제여!”

계백이 벽력처럼 소리치자 백제군이 일제히 외쳤다.

“백제여!”

갑자기 터진 함성에 말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고 안에서 꾹꾹 눌렀던 기백이 백제군의 온몸으로 터졌으며 신라군은 위축되었다. 계백은 옆으로 다가온 신라군 장수의 칼을 몸을 틀어 비꼈다. 다음 순간 계백이 휘둘러 친 칼이 장수의 팔을 잘라 떨어뜨렸다. 난전이다. 그러나 머물면 안 된다. 기마군은 달려야 한다. 부딪쳐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고 다른 말은 뛰어야 한다.

“나가라!”

계백이 소리치며 말을 달렸다. 뒤를 백제군이 함성을 지르면서 따른다.

한시진이 지난 오후 미시(2시) 무렵, 백제군이 다시 웅치산성 아래쪽에 모였다.

“달솔, 장군 화청이 뵙자고 하오!”

피투성이가 된 윤진이 말했다. 화청은 부상당한 몸으로 이번 대접전에 참가했다가 창에 가슴을 찔린 채 귀환했다. 어깨와 옆구리에도 칼을 맞아서 중상이다. 나무에 기대앉아있던 화청이 다가오는 계백을 보더니 웃었다. 피를 머금은 입안이 시뻘겋다.

“달솔, 백제를 존속시키시오!”

화청이 피를 뱉으면 말하더니 손을 뻗었다. 다가간 계백이 손을 잡은 순간 화청이 긴 숨을 뱉으며 숨이 끊어졌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김유신에게 전령을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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