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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300) 15장 황산벌 19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화청이 장검을 어깨에 걸치고는 말을 달린다. 4자(120㎝)짜리 장검이어서 휘두르면 엄청난 검풍(劍風)이 일어난다. 흰 수염을 흩날리며 붉은색 겉옷이 바람에 펄럭였고 장검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화청이 이끈 기마군은 한 덩어리가 되었다. 모두 왜군으로 백제 땅에서의 전투는 처음이다. 그러나 영주 계백을 모시고 왜국을 종횡무진 석권했지 않은가? 백제군의 기마군은 아리타, 타카모리, 후쿠토미 등을 토벌하고 나서 받아들인 혼성군,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계백을 중심으로 돌처럼 뭉쳐졌다. 붉은 불덩이가 달려가고 있다. 이번에도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앞쪽을 응시한 채 질풍처럼 달린다. 모두 가죽 갑옷만 걸친 경장 차림이어서 전마(戰馬)는 가벼워진 몸이라 두 배의 속력을 낸다. 말굽 소리만 땅을 울리고 있다. 이제 신라군과 3백보로 가까워졌다. 그때 화청이 장검을 번쩍 치켜들었다.

“종대로!”

벽력같은 단 한마디의 외침.

“쏘아라!”

백제군과의 거리가 300보가 되었을 때 김신생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그 순간이다. 김민생이 눈을 부릅떴다. 백제군이 먼지구름 속에서 뒤로 주욱 밀려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라군 진영에서는 일제히 화살이 날아갔다. 하늘을 뒤덮은 화살은 마치 검은 구름 같다.

“앗!”

김민생의 뒤쪽에서 놀란 외침이 일어났다. 보라. 먼지가 걷히면서 백제군이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뒤로 물러선 것 같다. 그러나 아니다. 백제군의 좌우가 속력을 늦추면서 종대 대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빗발 같은 화살이 백제군 진영으로 덮어씌우듯이 떨어졌지만 서너기 밖에 맞지 않았다. 말도 쓰러진 것이 두어필 뿐이다. 그러나 백제군은 어느새 50여보 앞으로 덮쳐왔다. 김민생의 심장 박동이 거칠어졌다. 그동안 수십번 기마전을 치렀지만 이렇게 날래고 이렇게 잘 훈련된 기마군은 처음이다. 이것이 모두 왜군이라니.

“와아앗!”

백제군이 가까워지자 신라군이 함성을 내질렀다. 지금 백제군은 화살 대형으로 쑤시고 들어온다. 앞장선 장수는 흰수염을 가발처럼 흩날리고 있다. 치켜든 장검이 햇살을 받아 번쩍였다. 거리가 30여보. 그때서야 백제군에서 함성이 울렸다.

“백제!”

흰 수염의 장수가 벽력처럼 외치자 뒤를 따르는 기마군이 일제히 함성처럼 따른다.

“백제!”

다음 순간 백제군 장수가 장검을 휘둘러 신라 선봉의 기마군을 쳤다. 한칼에 베인 신라군이 말과 함께 곤두박질을 치며 엎어졌고 곧 양쪽 기마군이 부딪쳤다.

“따르라!”

신라군을 벤 화청이 다시 장검을 휘두르면서 소리쳤다. 화청의 앞으로 호위기마군이 가로막았고 송곳처럼 뚫고 나간다. 화청은 말이 속력은 줄였지만 거침없이 나가고 있는 것에 만족했다. 말고삐를 채면서 화청이 다시 소리쳤다.

“우측으로!”

잘 훈련된 기마군이다. 화청의 뒤를 따르는 백제군은 곧 송곳처럼 신라군 진영을 쑤시면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라군은 넓게 퍼져 있어서 길이 트인다. 화청도 다시 옆으로 달려드는 신라군의 창을 칼로 쳐내면서 그 반동으로 휘둘러 목을 쳤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신라군 장수를 베었다!”

베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 소리에 백제군이 일제히 함성을 뱉는다.

“와앗!”

화청은 앞쪽이 트인 것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빠져나왔다. 첫 번째 접전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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