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양쪽 기마군 선두는 순식간에 부딪쳤다. 마주 보고 전속력으로 달려온 터라 양쪽 모두 엄청난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와앗!”
칼을 내려치기 직전에야 백제군이 우레같은 함성을 내질렀고 윤진의 호위무사들이 신라군 선봉 장수의 호위무사 10중 7을 떨어뜨렸다. 그것은 백제군의 몸놀림이 가벼웠기 때문이다. 경장 차림이어서 몸을 비틀고 움츠리며 솟기까지 하는 데다 말 무게도 가벼워서 속력은 거의 갑절이다.
“와앗!”
눈 한번 깜박인 다음 순간 윤진은 신라군 장수가 바로 10보 앞에 나타난 것을 보았다. 어리다. 흰 얼굴, 이를 악물고 칼은 치켜들고 있었는데 필사의 기백이 드러났다. 그러나 어쩌랴. 이쪽은 백전노장, 싸움은 필사의 기백만으로는 안 돼. 다음 순간 신라군 장수가 칼을 내려쳤고 윤진이 몸을 비틀면서 칼등으로 칼을 받았다. 쇳소리와 함께 말들이 부딪쳤고 다음 순간 윤진이 손을 치켜들면서 칼자루로 신라군 장수의 턱을 쳤다. 턱뼈가 부서진 신라군 장수가 머리를 젖혔을 때 윤진이 왼손으로 멱살을 쥐었다. 그리고는 말에 박차를 넣으면서 앞으로 달렸다. 손에 멱살을 잡힌 신라군 장수가 늘어진 채 윤진의 말 앞장 앞에 놓여졌다.
“신라군 장수를 잡아라!”
뒤를 따르던 백제군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오오, 왔느냐?”
김흠춘이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갔지만 주위의 장수들은 침통한 표정이다.
“잘 싸웠다.”
김흠춘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반굴의 머리를 받아 쥐었다. 지금 김흠춘은 백제군이 말 꼬리에 매달아서 보낸 반굴의 머리통을 쥐고 서 있다. 윤진이 반굴의 머리를 잘라 보낸 것이다.
“너는 역사에 남을 것이다.”
고개를 든 김흠춘이 소리쳐 말한다.
“신라는 이긴다. 이긴자의 손에 역사가 씌어지는 것이다. 너는 영웅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번 2차 돌격에도 신라군 5천은 거의 궤멸했다. 주장(主將)으로 보낸 대장군 김흠춘의 아들 화랑 반굴이 단 1합에 백제군 주장(主將) 윤진에게 사로잡혀 머리통만 보내진 것이다.
“소장이 가겠습니다.”
대장군 김품일이 말했다.
“이번에는 1만 기마군으로 좌우에서 협공을 하겠습니다.”
“2만이건 3만이건 우리 피해를 줄일 수는 없다.”
김유신이 그렇게 말했지만 곧 고개를 들더니 김품일을 보았다.
“백제군 5천을 다 죽이려면 신라군은 3만 5천 정도 사상자를 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을 돌파해야 사비도성에 닿는 것이다. 당군(唐軍) 총사령 소정방과 약속한 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황산벌에서 이틀을 다 보낸다.
백제 기마군은 정예다. 그러나 이번에 계백이 이끌고 온 기마군은 지금까지 겪었던 백제군하고는 다르다. ‘붉은 귀신’이다. 두 차례에 걸친 전투로 김흠춘의 기마군 1만이 사분오열 되어서 4천 정도만 남았다. 그때 김유신이 고개를 들고 김품일을 보았다.
“가거라.”
“예. 총사령.”
“김흠춘은 아들 반굴을 죽여 아군의 사기를 일으키려 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 명심하라.”
“예. 총사령.”
김품일이 어깨를 부풀리고 김유신을 보았다.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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