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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이야기] 교동미술관, 김숙경 '숲속을 거닐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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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경 작가 작품. /사진=이승우 작가 제공

대학에서 만난 인연으로 교동미술관의 김숙경 개인전을 찾았다.

김숙경 작가의 선배되는 김수귀 작가가 내 작업실로 데리러 왔다가 늦은 밤 술에 취한 나를 무사히 귀가시켰다.

그 친구도 술이라면 말 마디깨나 하는데 나의 무사 귀가를 위하여 시종일관 맹물 소주로 대신했다. 많이 고마웠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아직 시작 전이었다.

그림부터 천천히 둘러보고 사진을 찍다 보니 시원찮은 다리가 아파, 다리 쉼을 하며 잠깐 앉아 있었더니 개막식을 하는데 ‘한 마디’를 원했다.

‘킹더랜드’라는 연속극에서 회장으로 출연한 이름 모를 배우가 "오늘 연설을 잘하려고 전문가를 초청해 물어봤더니 가장 명연설은 짧게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라는 말을 기억했다.

나이 훔친 죄로 더러 이런 자리가 있어서 그 말이 귀에 쏙 들어왔었다.

개성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내용을 말했다. 작가의 그림들에서 개성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림은 거의 풍경화였는데 닮게 그리려는 풍경화가 아니라 작가의 마음속을 그리려는 풍경화였기에 더 개성적으로 보인 것이다.

이런 그림을 주로 동양화에서 쓰이는 말로 사의(寫意)를 그렸다고 한다.

닮게 그리기도 어렵지만 닮게 그리면서 사의를 그리는 것은 쌓은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다.

고도의 문학 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고도의 문학지대를 지나가는 작가들은 아무래도 초현실을 그리려는 슈르리멀리스트 (surrealist)들일 것이다.

닮게 그리면서 사의를 그리려는 화가들이다.

김숙경 작가의 그림에선 현실에서는 있지도 않을 숲속의 동물들이 있다.

자기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구름만 그린 것도 있다. 욕심이 많은 작가다.

그러나 주부라 바빠서 그런지 꾸준히 그림에만 몰두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조금 아쉬웠다. 제작 과정에서 느꼈을 답답함이 보였으나 실망하기엔 이르다.

어느 날 갑자기 뿌연 안개가 걷힐 것이다. 그리고 창조는 항상 서툴다. 아니 서툴어야 창조다.

생각을 표현하는데 이미 성립된 자연을 보고 베끼는 것처럼 매끄럽게 기술적으로 나올 리 없다.

이런 것이 바로 화가들의 고통이다. 안 해도 그만인 스스로에게 가하는 형벌이다.

그리고 무릇 화가를 표방한 사람들은 그 고통이 즐거워야 한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마조키스트(masochist)가 돼야 한다.

그래서 그 고통을 즐겨야 한다. 상처가 아프면 아플수록 아프다는 것을 느끼는, 비로소 ‘살아있다’는 명확한 증거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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