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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별의 백제] (108) 6장 해상강국(海上强國) ④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 시간에 대왕전 뒤쪽의 방 안에서 의자왕이 앞에 앉은 세 신하를 응시하고 있다. 세 신하란 바로 성충과 계백, 흥수다. 오른쪽에서부터 앉은 순서대로 말한 것이다. 계백은 대왕을 만나는 자리여서 옷은 자색 겉옷을 걸쳤지만 흥수한테서 빌린 옷이라 작았다. 계백도 이른 아침에 하도리와 함께 말을 달려 도성으로 온 것이다. 국가대사(國家大事)다. 한산성주겸 서부 수군항 항장 덕솔 계백이 나솔급 관리 둘, 장덕 셋을 사살한 것이다. 또한 수군항 항장 은솔이하 관리 여섯을 수군, 수부(水夫) 수십명과 함께 수장시킨 혐의도 있다. 계백은 두손을 마룻바닥에 짚은 채 의자를 올려다 보았고 성충 흥수는 굳게 입을 다문 얼굴로 의자를 응시하고 있다. 붉은색 기둥에 양초등을 둥글게 붙여서 방앞은 환하지만 넷의 표정은 무겁다. 방금 계백은 국창을 죽인 사실부터 어젯밤 문자성 일당까지 죽인것까지 모두 말한 것이다. 이윽고 의자가 조금 충혈된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내가 우유부단했다.”

 

의자의 얼굴에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다.

 

“태자 시절부터 태왕비 마마와 왕비가 신라측과 교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

 

“선왕(先王)께서 처리하시리라고 믿었지만 놔두시더구나.”

 

“……”

 

“선왕 말년에 신라 접수에 대한 꿈을 버리신 터라 태왕비께서 더 기세를 올리시도록 한 것이다.”

 

태왕비란 선왕(先王)이며 의자왕의 부친 무왕(武王)의 왕비를 말한다. 무왕의 왕비가 되기 전에는 선화공주로 불린 신라 진평왕의 딸이었으며 지금 신라여왕인 선덕여왕의 동생이다. 무왕은 왕비를 무마하여 신라와의 합병을 공략했다. 선덕여왕도 후사가 없는 터라 그 다음은 선화공주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백제와 신라는 합병이 된다. 이것이 딸만 두었던 신라 진평왕의 의도이기도 했다. 신라왕은 선덕에서 성골(聖骨)인 왕족이 끊기게 된다. 김춘추 등은 무수한 진골(眞骨) 왕족중의 하나일 뿐이다.

 

왕이 계백을 보았다.

 

“덕솔, 네가 마침내 칼을 뽑았구나. 잘했다.”

 

“황공하오.”

 

“국창이 왕비의 사주를 받아 신라와 내통하고 있다는 증거를 잡지 못했지만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날리가 없는 법. 네가 잘 처리했다.”

 

머리를 든 의자가 성충과 흥수를 번갈아 보았다.

 

“왕비가 이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이미 한산성의 변( )을 보고 받았을지도 모른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왕비께서 대왕께 직보하실 성품입니다. 계백이 무고한 장수들을 처단했으니 죽여 마땅해야 된다고 하시겠지요.”

 

흥수가 말했을때 성충이 거들었다.

 

“태왕비 마마를 모시고 대왕을 압박하실 것입니다. 조정의 대신 몇몇도 합세하겠지요.”

 

의자가 시선만 주었고 흥수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에 조정의 실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동안 태왕비마마 시절부터 포용했던 친(親)신라파 관리들이 모두 힘을 합쳐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때 의자의 시선이 다시 계백에게 옮겨졌다.

 

“계백이 불씨를 살렸구나.”

 

의자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기둥에 매단 등불의 불꽃이 바람이 없는데도 흔들렸다. 의자가 말을 이었다.

 

“내부 단속을 하지 않고 외부로 나갈 수는 없는 법. 이제 결단을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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