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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20) 6장 해상강국(海上强國) 1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출항 엿새째, 그동안 바다는 잔잔해서 남서풍을 탄 5척의 함대는 순항했다. 쾌선은 노를 젓지도 않았고 대선(大船)의 앞뒤로 오가면서 심부름을 했다. 함대는 백제령에 들어가 해안을 우측에 두고 북상하는 중이다. 이틀 후면 대양(大洋)으로 나간다. 대륙과 반도 사이의 태양은 폭풍이 잦아서 겨울철에는 위험하다. 다행히 지금은 8월, 함대는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북상하고 있다. 대양을 건너려면 순풍을 만나도 보름은 걸린다. 바람이 없거나 역풍을 만나면 한달이 걸릴 때도 있다.

 

“잡찬, 선장한테 속력을 더 내라고 이르게.”

 

오후 미시(2시)무렵, 선미에 선 김춘추가 부사 김문생에게 일렀다. 김문생은 28세, 진골 왕족인 덕분으로 3품 잡찬 직위에 종을 1백명이나 소유한 부호였는데 상대등 비담의 일족이다. 김문생이 대답도 없이 몸을 돌렸을 때 뒤쪽에 서 있던 시위군관 유해성이 말했다.

 

“나리, 경호장 김배선이 데리고 온 군관 6명중 4명이 전에 데리고 있었던 자들입니다. 심복들이지요.”

 

“놔둬라.”

 

쓴웃음을 지은 김춘추가 힐끗 앞쪽을 보았다. 그렇다면 군사 태반이 비담의 무리인 셈이다. 김배선은 비담이 신임하는 장수였기 때문이다. 입맛을 다신 유해성이 말을 이었다.

 

“부사(副使)이하 경호장, 군관들까지 모두 상대등 나리의 일파인 것을 여왕께서 아시는지나 모르겠소.”

 

“아시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상대등을 사신으로 보내실 것이지. 도대체….”

 

그때 왼쪽 난간에 서 있던 김춘추의 아들 김인문이 손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저기 배가 옵니다.”

 

“무엇이?”

 

놀란 김춘추가 그쪽을 보았다. 맑은 날씨다.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가 맞닿은 대양(大洋)의 수평선을 김인문이 가리키고 있다.

 

“어디 말이냐?”

 

“저쪽입니다. 두척인데요.”

 

“어허,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유해성도 눈썹 위에 손바닥을 붙이고 보다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소인도 안 보이는데요.”

 

젊은 놈이 시력이 좋은 거냐?”

 

김춘추가 아직 17살인 김인문을 놀리듯이 말했다. 김인문도 이번에 사신단에 끼어있는 것이다. 견문을 넓혀 주겠다고 참가시켰는데 비담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때 앞쪽에서 선장의 외침이 울렸다.

 

“배다! 전함이다!”

 

놀란 김춘추가 그쪽으로 다가가며 소리쳐 물었다.

 

“어디 전함이냐?”

 

김춘추의 얼굴은 찌푸려져 있다. 그때 선장이 손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백제 전함이요! 이쪽으로 옵니다!”

 

선장의 손끝을 본 김춘추가 숨을 들이켰다. 이제는 보인다. 김인문이 잘 보았다. 2척, 돛대가 2대인 것도 보인다.

 

“원진을 만들어라!”

 

김춘추가 탄 대선의 선장이 선단의 대장 노릇을 한다. 선장이 소리치자 기수가 깃발을 흔들었고 곧 북소리가 바다 위로 퍼져갔다. 그때는 5척의 배가 모두 다가오는 백제선을 본 터라 금방 대열 정돈이 시작되었다.

 

“궁수는 우측 측면으로!”

 

선장이 다시 소리쳤다. 해전(海戰)의 시작은 궁수가 한다. 불화살과 화살로 일제 사격을 한 후에 배를 붙여 백병전이다.

 

상대가 대선 2척뿐이라는 것에 신라군은 사기가 올랐다. 이쪽은 정예로 5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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