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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30) 7장 전쟁 ⑥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사비도성에서 전령이 왔을 때는 계백이 김춘추를 보내고 열흘쯤이 지난 후다. 전령은 병관좌평 명의의 임명장을 가져왔는데 대왕의 직인까지 찍혀졌다. 계백을 ‘백제 기마군대장’으로 임명하며 도성으로 돌아와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청에 앉은 계백이 사령장을 읽고나서 전령에게 물었다.

 

“대왕의 명이니 받겠네. 그런데 수군항장에게 난데없는 기마군대장 임명장을 주다니, 무슨 일인가?”

 

“예, 각 방에서 선발한 기마군 5천의 대장이 되시는 것입니다.”

 

“기마군 5천?”

 

“예, 닷새 안에 도성에 집결할 예정이오.”

 

9품 공덕 벼슬의 전령이 말을 이었다.

 

“병관좌평께서 덕솔이 휘하 장수들을 데려와도 된다고 하셨소.”

 

계백의 서신을 받은 전령이 말을 이었다.

 

“고구려에서 지원군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대왕께서는 덕솔을 선발하신 것입니다.”

 

“고구려에서 전쟁이 났는가?”

 

“당왕(唐王)이 고구려 원정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수나라처럼 당나라도 망하겠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계백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隨)는 양제의 고구려 원정에서 대패를 함으로써 3대(代) 37년 만에 멸망했다. 그 후에 세워진 당(唐)은 현재 2대(代) 태종 이세민의 정관 18년, 건국 27년째다. 전령이 말을 이었다.

 

“곧 새 수군항장, 한산성주가 부임해 올 것입니다. 덕솔께서는 닷새 안에 도성에 도착해주시지요.”

 

“알았네.”

 

“그리고.”

 

전령이 잊었다는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이번 고구려 지원군 대장이 되신 것은 고구려 대막리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상좌평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연개소문이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연개소문과 함께 전쟁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그날 저녁 한산성의 청에는 수군항의 장수들까지 다 모였다. 모두 계백이 고구려 지원군의 기마군 대장으로 선발이 된 것을 아는 터라 들뜬 분위기다. 더구나 계백이 휘하 장수를 데려간다는 소문이 쫙 퍼진 상황이다. 계백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화청이 나섰다.

 

“성주, 저는 오랫동안 성주와 함께 전장(戰場)을 누볐고 대야성에서 머리가 떨어진 김품석도 보았습니다. 수(隨)의 항장 출신으로 소장이 이만큼 공을 세운 것도 모두 덕솔의 보살핌 때문이요.”

 

모두 조용해졌을 때 계백의 혀 차는 소리가 청을 울렸다.

 

“나솔, 그대 나이가 몇인가?”

 

“50이요.”

 

“장수로는 좀 늙지 않았는가?”

 

“하루에 고기 10근을 먹고 말 위에 올라 6백리를 달리는 것을 덕솔도 보셨지 않소?”

 

분이 난 화청이 눈을 치켜떴고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소장이 지쳐 늘어진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시오?”

 

“그럼 같이 고구려로 가세.”

 

“그게 제 평생 소원이었소.”

 

갑자기 화청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쏟아졌다. 그것은 계백도 아는 것이다. 일부러 청 안의 열기를 띄우려고 한 소리다. 계백은 한산성과 수군항의 장수 여럿을 선발했다. 모두 지원자들이다. 하도리와 곽성, 수군항의 윤진과 백용문도 지원했다. 그날밤 계백의 말을 들은 고화만이 서글프게 웃으며 말했다.

 

“나리, 그럼 저는 도성에서 기다려야 되겠네요.”

 

고화가 계백의 가슴에 안기면서 말을 이었다.

 

“서진이가 좋아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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