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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7장 전쟁 ⑦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넌 태왕비께 돌아가라.”

다음날 아침, 서진을 부른 계백이 말했다. 지금까지 태왕비의 시녀 서진은 계백의 관저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서진이 머리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관저의 마룻방 안이다. 계백의 옆에는 고화가 서있다.

“나리, 태왕비께서 찾지도 않으시니 저는 이곳에서 살겠습니다.”

서진이 말하자 계백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고화도 놀라 듯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이냐? 이곳에서 살다니?”

“예, 나리를 모시고 살게 해주십시오.”

“나를?”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태왕비의 시녀가 덕솔인 내 시중을 들겠다고?”

“예, 나리.”

“태왕비께서 허락하실까?”

“이미 태왕비 마마를 떠난 몸입니다.”

“그럼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라. 이곳만 빼고.”

몸을 돌린 계백이 고화에게 말했다.

“그대가 오늘 중으로 내보내도록 하시오.”

아침에 한산성을 떠난 계백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 사비도성에 도착했다. 먼저 상좌평 겸 병관좌평 성충을 찾아가 인사를 한 계백이 그날은 성충의 저택에서 묵었다. 성충이 내신좌평 흥수와 도성에 와있는 동방방령 의직, 남방방령 윤충까지 저택으로 불러 그날 밤 주연이 벌어졌다. 다섯 명만이 모인 주연을 겸한 회의나 같다. 술잔을 든 성충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태왕비와 왕비 마마를 연금시키고 신라 첩자로 의심을 받던 무리를 주살시켰으니 일단 내부(內部)의 불씨는 꺼진 셈이오.”

“소문도 가라앉았습니다.”

흥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받았다.

“백제는 내무 분란으로 망(亡)한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지만 지금은 씻은 듯이 없어졌소.”

“민심(民心)이 가라앉았다는 뜻이지요.”

의직이 말했다.

“민심이 흉흉하면 온갖 소문이 무성한 법입니다.”

“덕솔의 공이 컸어.”

이번에는 윤충이 계백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 김춘추까지 잡았다니 덕솔은 김춘추 가문과는 악연일세.”

“살려 보낸 것이 잘못 된 것 같소.”

의직이 불쑥 말하자 방안에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덮였다. 머리를 든 의직이 말을 이었다.

“비담보다 감춘추가 합병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발상은 신라를 너무 모르고 하신 것이오.”

“달솔, 다 끝난 일이오.”

흥수가 말렸다.

“대왕께선 선왕(先王) 마마의 유지를 받들어 합병을 밀고 나가시는 거요.”

“김춘추는 10번이라도 배신할 놈입니다.”

그때 성충이 눈을 부릅떴다.

“이봐, 달솔. 우리가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것 같나? 그놈을 죽이나 살려 보내나 대세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야.”

계백은 고위직의 갑론을박을 듣기만 했다. 모두 중신들이요, 책략과 지모가 뛰어난 노신(老臣)들이다. 의직의 말에도 이해가 갔지만 성충의 생각과 같았다. 김춘추는 왕(王)의 재목이 아니다. 신라왕이 된다고 해도 고구려, 백제, 신라, 같은 말을 쓰는 이 3국(三國)을 이끌어갈 위인이 아닌 것이다. 의자대왕이 아니면 연개소문이라도 3국을 통일해서 대륙을 통치해야 한다. 그래서 의자대왕이 연개소문을 도와 우선 당(唐)과의 전쟁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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