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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39) 7장 전쟁 ⑮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자, 그때 이세민은 어쩌고 있었는가? 요동성에 이어서 백암성까지 함락시킨 이세민은 그야말로 사기가 충천한 상태이다. 여기는 백암성 옆쪽 황무지에 세워놓은 황제의 진막 안이다. 백암성도 길이가 20여리나 되는 대성(大城)이지만 장안성의 황궁에 비하면 오두막이라 이세민은 원정 기간동안 진막을 치고 기거했다. 그 진막이 길이가 2백자(60m)요, 넓이도 그만하고 높이는 20자(6m)로 1백명이 들어가도 빈자리가 많은 임시궁전이다. 진막은 겉을 양가죽과 비단을 이중으로 겹대었고 침상은 원정용으로 특별 제작했다. 황제의 진막을 운반하는 데만 마차 1백대가 필요했고 거기에 시중드는 시녀가 10여 인이다.

 

“이제 안시성만 거치면 평양성까지는 골짜기에서 물 쏟아지듯이 진군하게 된다.”

 

이세민이 술잔을 들고 말했다. 술기운이 오른 이세민의 얼굴빛이 붉다.

 

“연개소문이 백제의 지원군과 함께 요동성으로 가려다가 안시성으로 방향을 돌리겠구나.”

 

“예, 폐하. 지금 요동성 동쪽 1백여리 지점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안시성까지는 2백여리, 이곳에서도 그 정도의 거리다. 이세민이 앞쪽에 앉은 대장군 우성문에게 말했다. 우성문은 현무문의 난 때 공을 세운 이세민의 측근이다.

 

“대장군, 그대가 10만 군사를 끌고 가서 안시성으로 오는 연개소문의 지원군을 격멸시켜라.”

 

“예, 폐하.”

 

“연개소문의 군사가 10만에서 15만이라고 하니 5만쯤을 안시성으로 보냈을 것이다.”

 

“예,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겠습니다. 폐하.”

 

“네가 안시성의 지원군을 차단하면 이번 전쟁의 1등공이 될 것이다.”

 

“목숨을 걸고 차단하겠소.”

 

“백제의 지원군 규모가 기마군 5천이라고 했으니 시늉만 낸 것이야.”

 

이세민이 원정군의 부장(副將)격인 요동총독 서위에게 물었다. 서위는 65세로 수양제의 장수로 고구려 원정에 나갔다가 요동성에서 패퇴한 전력이 있다. 33년 전이다.

 

“총독, 그대는 백제군 담로와의 전쟁도 겪어보았을 것이다. 백제군의 전력이 어떠냐?”

 

“소장이 백제군의 지원군 대장 계백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서위가 말하자 이세민이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이 가늘어져 있다. 곧 서위의 말이 이어졌다.

 

“백제령 담로 연남군의 기마대장을 지내다가 본국으로 간 놈인데 임기응변이 능하고 용맹합니다.”

 

“그대의 칭찬을 받을만한가?”

 

“예, 소장하고는 접전이 없었지만, 그자를 겪은 여러 무장한테서 들었습니다.”

 

“기마군 5천을 이끈다니 선봉으로 쓰기는 적당하겠다.”

 

혼잣말한 이세민이 손짓을 하자 곧 옆쪽 장막이 젖혀지더니 휘황한 옷차림의 귀인(貴人)이 나타났다. 둘러앉은 장수들이 모두 머리를 숙였고 시녀 둘의 부축을 받은 귀인이 하늘거리며 다가와 이세민의 옆자리에 앉는다. 불빛을 받은 얼굴이 요염했다. 전장이었기 때문인지 더욱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미녀다. 이세민의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 여자는 이세민이 19년전 현무문의 난 때 죽인 동생 원길의 처 양씨(楊氏)다. 이세민은 동생의 처를 빈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전처인 은덕황후가 죽은 후로 양씨를 황후로 삼으려고 했지만, 중신들이 반대해서 성사되지 않았다. 형제를 죽이고 그 처를 차지한 이세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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