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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63) 13장 동정(東征) 19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노부사다가 동생 다카다를 보냈습니다.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장 복위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투항 사절입니다. 장군.”

“데리고 와.”

화청이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말했다.

전막 안에는 무장들이 모여 있었는데 밝은 분위기다. 오전 사시(10시) 무렵, 주둔한 지 나흘째가 되는 날이다. 우에스기가 죽은지 9일째. 그동안 바깥 세상은 언덕 위에서 저절로 굴러가는 바위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곧 복위의 안내로 다카다가 들어섰는데 차분한 표정이다. 화청의 다섯걸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한 다카다가 두손을 짚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노부사다는 항복합니다. 노부사다의 목숨은 맡기겠으나 군사는 충성스럽고 잘 훈련되었으니 계백 영주님의 군사로 써 주시기만 소원합니다.”

“항복하는 놈이 무슨 조건을 붙인단 말이냐?”

화청이 버럭 소리쳤다.

“눈치를 보다가 휘하 무장놈들이 야반도주를 하니까 결국 항복해오는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장군.”

“너는 노부사다의 동생이라면서?”

“예, 장군.”

“너도 죄가 있다. 왜 둔한 네 형놈을 지금까지 눈치만 살피도록 했느냐? 일찍 항복했다면 칭찬을 받았을 텐데 지금은 늦었다.”

“처분에 맡기겠습니다.”

“몇 놈이 남았느냐?”

“기마군 1천2백, 보군 1천3백, 잡군, 사역병 2천4백입니다.”

“오합지졸이군.”

“외람되오나 노부사다에게 우에스기 영지 소탕의 선봉을 맡겨주시면 소임을 책임지고 끝내겠습니다.”

“어젯밤에도 무장들이 군사를 이끌고 도망쳤지?”

“예, 장군.”

“그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장군.”

“네 형한테 가서 말해라.”

“예, 장군.”

“이미 늦었다.”

눈을 가늘게 뜬 화청이 흰 수염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노부사다한테 군사는 내가 맡아줄 테니 보내라고 해라.”

“예, 장군.”

“노부사다는 아스카의 소가 대신한테 가든지 자결하든지 마음대로 하도록.”

“……”

“너도 마찬가지. 알았느냐?”

“예, 장군.”

“너희 형제는 시기를 놓친 거다. 가거라.”

그러자 다카다가 말없이 절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카다가 진막을 나갔을 때 화청이 복위에게 지시했다.

“네가 노부사다의 군사들을 데려와라.”

“예, 장군.”

쓴웃음을 지은 복위가 말을 이었다.

“눈치만 보다가 기회를 잃었습니다.”

이로써 국경에 있던 우에스기의 병력도 정리가 되었다. 어젯밤 노부사다의 진을 빠져나온 세 무장은 화청의 진으로 투항해 온 것이다. 노부사다는 모르고 있었지만 화청의 마음은 그것으로 이미 결정이 된 상황이다. 노부사다까지 받아들이면 먼저 투항한 세 무장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된다. 그래서 화청이 노부사다를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때 화청이 복위에게 지시했다.

“주군께 보고를 해라. 이제 우에스기의 주력군은 다 해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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