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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96) 15장 황산벌 15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중군(中軍)의 김유신도 선봉군 앞쪽에 붉은 막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다. 백제군이다. 맑고 개인 날씨, 먼지가 가라앉은 황산벌 앞쪽에 마치 붉은 꽃밭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

“장관이다.”

쓴웃음을 지었지만 김유신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졌다. 그때 김품만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총사령, 선봉대가 공격을 할 것 같습니다. 중앙의 기마군을 내보내겠지요.”

“그렇구나.”

“제가 기동군으로 좌우를 협공할까요?”

“그럼 아군끼리 겹친다.”

김유신이 고개를 저었다.

“백제군이 벌려선 위치가 좁다. 그곳에 대군(大軍)이 들어가면 숫자가 적은 쪽이 유리하다.”

“과연.”

김품만이 김유신을 보았다.

“계백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군요.”

“왜군 기마군이 잘 훈련되었다.”

거리가 4리(2km) 정도가 되었으나 벌려선 붉은색 기마군은 정연했다. 김유신이 다시 칭찬했다.

“얕보면 안 된다.”

“기다려라.”

계백이 앞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김유신의 본군(本軍)은 움직이지 않겠지만 선봉군은 멈춰설 수가 없다.”

“주군, 김흠춘의 기마군도 빈틈이 없습니다.”

옆에 선 다께다가 감탄했다.

“그런데 장비가 무겁게 보이는군요.”

“그렇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말에 쇠갑옷을 입혔고 기마군 장비가 너무 무겁다. 형식에 매어있다는 증거다.”

“기마전에서 우리가 유리합니다.”

다께다가 분위기에 들떠 움칠거리는 말을 달래면서 말했다. 다께다는 계백령의 신하였기 때문에 계백을 주군(主軍)으로 부른다. 그때 앞쪽 장수가 소리쳤다.

“선봉군이 옵니다!”

계백도 보았다. 김흠춘의 선봉군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먼저 선봉군 중앙의 기마군이 화살촉 모양이 되어 달려 나오고 있다. 그 뒤를 삼각으로 이룬 기마군 2천기 정도가 따른다. 계백이 좌우를 둘러보았다. 좌우의 기마군은 그물 모양으로 벌어지고 있다. 끝쪽이 앞으로 나와 그물 안으로 백제군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김흠춘의 기마군은 1만, 백제군의 2배다. 이윽고 계백이 소리쳤다.

“3면 동시 공격!”

그 순간 고수가 격렬하게 북을 쳤다. 백제군의 북소리는 높고 여운이 적다. 그때 계백이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 들고 말에 박차를 넣었다.

“백제군이 옵니다!”

부장 성진이 소리쳤지만 김흠춘은 마상에서 앞을 노려본 채 대답하지 않았다.

“3개대로 나뉘어졌습니다!”

성진이 두 번째 소리쳤을 때 김흠춘이 잇사이로 말했다.

“부딪쳐라!”

백제군은 넓게 퍼져 있는 것 같더니 갑자기 3덩어리가 되어 달려온다. 눈 깜빡할 사이다. 마치 꽃밭이 3개의 불덩이로 나누어진 것 같다.

“빠르구나.”

그 와중에도 김흠춘이 감탄했다. 백제군이 금방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와앗!”

백제군을 맞으려는 신라군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기 때문에 천지가 울렸다. 이쪽의 전고(戰鼓)도 더 격렬하게 울렸고 땅은 달리는 말굽 소리로 흔들렸다. 그런데 백제군 쪽은 조용하다. 함성이 안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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