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마당은 햇볕에 말린 바삭한 고추, 밥 짓는 구수한 냄새,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채워지는 장소였다. 비어있는 공간이지만 기능이 많고 삶이 있어 허전하지 않았다. 우리가 여전히 이상적인 집을 그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곳. 앞으로도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해있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마당. 이번 주 <건축탐구-집> 에서는 모두가 한 번쯤은 꿈꿨을 ‘마당 있는 집’을 방송한다. 건축탐구-집>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가 만든 집 ‘결이고운가’
축구장과 정원, 노천카페가 있는 마당에서 자라는 아홉 살 결이. 알고 보니 그게 다 엄마가 만든 마당이라면? 건축을 배운 적 없는 결이 엄마 유지영 씨는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을 직접 설계했다. 독학으로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배워 그린 설계도만 50여 개에 달한다. 그렇게 조경부터 설계까지, 엄마가 마당 있는 집을 짓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4년 전, 결이가 가족을 그린 그림에서 아빠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1년의 절반가량을 해외 출장지에서 살다시피 했던 바쁘기만 했던 아빠 정병수 씨. 지금은 마당에서 가족들과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철마다 새로 피어나는 꽃과 작물, 그 사이에 곤충들까지 이야깃거리가 된다. 가족과의 시간을 다시 찾은 아빠가 집에 붙인 이름은 ‘결이고운가’, 아들의 이름을 딴 집에는 오늘도 마당에 가족의 추억이 한 겹씩 쌓여간다.
마당으로 구성된 테마파크 같은 집 ‘일오집’
아이 하나 키우기 힘든 세상, 스무 명 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집이 있다. 마당에서 엄마가 뜨개질하고 아빠가 기타를 치며 이웃의 아이를 함께 돌보는 집. 부산에 있는 특별한 공동주택, ‘일오집’이다. 14가구가 방 한 칸쯤 되는 공간을 내놓아 넓은 마당과 수영장까지 만들었다. 모두의 마당에서 아이들은 누구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요즘 같은 여름철에 공용 수영장은 워터파크를 방불케 한다. 마당을 함께 쓰는 이곳이 가져온 삶의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아파트에 살 때까지 엄마와 떨어지지 못했던 한 여덟 살 아이는 이웃에 사는 형, 동생들과 어울리며 분리 불안 증세까지 호전됐다. 둘째 아이 낳기를 두려워했던 한 엄마는 얼마 전 공용공간에서 이웃들과 함께 아들의 백일잔치를 치렀다. 이들의 마당에서는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이웃의 정이 살아 숨 쉰다.
오는 23일 화요일 밤 10시 45분에 방송되는 EBS <건축탐구-집> 에서는 ‘마당 있는 집’이 선사해준 기적 같은 삶의 변화, 우리가 지나쳤던 마당의 숨겨진 가치를 탐구해 본다. 건축탐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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