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올바른 선거보도를 위해 4.13 총선보도 자문단을 운영키로한 본보는 26일 오후 심병연 변호사 등 5명의 자문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본보 편집국장실에서 16대 총선과 관련한 첫 자문단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자문위원들은 새천년 벽두에 치러질 이번 선거가 국가적 대운을 결정할 중요한 선거라면서 최근 16대 총선의 최대변수로 등장한 시민사회단체의 낙천·낙선운동, 선거구 획정, 지역감정 극복문제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좌담회에는 곽병창 창작극회 대표, 권혁남 전북대교수(신문방송), 심병연 변호사, 안도현 시인, 전정희 박사(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소장) 등 본보 총선보도 자문단 5명이 참여했으며 본보 백성일 정경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좌담회를 간추린다. <편집자 주>편집자>
-먼저 오는 4월13일 치러질 16대 총선이 갖는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전정희=지금까지 많은 선거가 있어 왔지만 이번 총선은 21세기 들어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가 국가적 대운을 여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첫단추를 아무쪼록 잘 끼워 대망의 새천년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권혁남=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이번 선거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선거결과가 정국안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겠지요.
또한가지 중요한 것은 제5부로 일컬어지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역대 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선거에 참여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다른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정치 패러다임이 구축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 피플파워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감시자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전북지역 56개 시민사회단체들도 25일 총선시민연대를 구성하고 유권자 심판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가 적극적인 참여자 역할로 전환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심병연=낙천낙선운동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선거참여는 여야가 담합해 선거법을 개정하려다 국민반발을 일으킨데서 촉발됐습니다. 정치권이 정치개혁이라는 범국민적 요구를 일찍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87조에 대한 합헌을 지난 95년과 지난해 각각 내렸지만 민의와 사회욕구를 끌어안는 방향으로 사법시스템이 탄력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시민사회단체의 운동이 법치주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갖습니다.
▲곽병창=그동안의 정치풍토는 각정당이 명분과 구호만을 내세우는데 그치고 국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없었습니다. 이같은 점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총선참여를 이끌었습다. 대통령이 시민단체의 선거참여를 용인하면서 낙천낙선 운동이 불이 붙었지만 저로서는 이점이 오히려 시민단체의 순도를 떨어뜨리지 않았냐는 생각을 갖습니다. 낡은 정치와 정치인들을 단호하게 대처키로 한 시민사회단체의 운동이 이번 선거에서 정치개혁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깨끗하고 유능한 인사를 추천해주는 것이 오히려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안도현= 시민단체들이 이번 선거에 뛰어든 것은 지금까지의 정치권이 너무 썩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전국민의 85%가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지하는 것만 보더라도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시민혁명의 성격도 띠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겉으로는 시민단체에게 정치참여의 통로를 열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이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총선시민연대가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66명 발표했지만 더 많은 숫자가 가려졌어야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최근 보도에 의하면 지역별로 시민연대가 조직돼 자체적인 낙천낙선운동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서울쪽과 연계되지 않고 낙선운동이 산발적으로 추진된다면 자칫 지역이기주의로 빠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전정희=시민단체들이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낙천낙선 운동을 벌이기 보다는 국회의원 2백99명의 성적표를 국민앞에 공개해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취사선택하도록 했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낙선운동은 시민단체의 의견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가 발표한 공천부적격자가 정당에 의해 또다시 공천되고 이후보가 지역감정으로 선출된다면 시민운동의 입지를 약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권혁남=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겨서는 안된다는 분노감이 폭발한 것이지요.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언론이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총선과 관련한 시민단체의 일련의 활동은 언론이 권언유착을 떨쳐버리고 제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25일 열린 국회 선거구획정위에서는 현재 지역구 의석수인 2백53석의 10%를 줄이기로 하고 인구상하한선을 9만∼35만명으로 한다는 기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전북지역은 의석수가 현행 14개에서 10개로 줄어들게 돼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곽병창=정치인들이 당초 정치권의 밥그릇을 불리는 차원에서 선거구 협상을 진행하다 저항에 부딪히면서 선구구 문제가 방향을 급선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북이 유탄을 맞은 셈이 됐습니다.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볼때 의석수 감축에는 찬성하지만 단순히 인구수를 놓고 대표성을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인구수로 선거구를 확정하는 방식 자체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혁남=선거구 확정을 둘러싼 논란은 표의 등가성과 지역대표성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 있습니다. 지역대표성도 어느정도 보장돼야 한고 표의 등가성도 전혀 무시할 수 없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위의 기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역현안과 이해를 과연 누가 대변해줘야 할지 우려도 앞섭니다.
▲전정희=지역구 의석수를 줄이자는 것은 정치의 저효율 고비용 구조를 없애자는 논의에서 출발합니다. 지구당 관리에 지금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정치풍토는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입니다.
▲안도현=선거구획정위의 기준안과 관련한 전북일보의 보도논조는 전북일보가 민의를 대표하는 언론이고 지역의 대표지임을 감안하더라도 돌이켜봐야할 대목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의명분을 먼저 염두한 보도가 아쉽다는 생각을 가져봤습니다.
-선거구 문제가 최종 확정되면 각정당이 공천자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호남지역 물갈이 여론과 관련해 말씀해주십시오.
▲심병연=지역주의에 편승해 특정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역대 선거등식이 이번에는 깨져야 합니다. 그러나 정당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변화가 이뤄질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정당구조가 전혀 변화하지 않는 곳에 물갈이 욕구가 있습니다. 대의정치를 발전시킬 역량있는 사람을 꼭 뽑아야 합니다.
▲권혁남=물갈이 욕구는 기성정치인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습니다. 보스가 하는 물갈이 보다 유권자가 하는 물갈이가 바람직합니다. 정당민주화가 선결되고 공천과정에서도 상향식 공천이 정착돼야 합니다.
▲전정희=정치는 국민수준을 반영합니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국민들이 일대 의식개혁을 이뤄내 정치개혁의 압력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정당구조가 개선될 것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심병연=대표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다선의원은 키워줘야 합니다. 다선의원이니까 무조건 물갈이해야 한다는 생각은 곤란합니다. 노장조화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21세기 최대의 화두는 지역감정 극복이라고 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할거주의가 우려되고 있는데 극복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도현=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유권자들이 출마후보에 대한 정보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에 임하기 때문입니다. 역대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들이 비난이 아닌 정당한 비판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낙천낙선운동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습득한 상태에서 투표에 임한다면 지역주의를 무너뜨리는 싹을 틔울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리=김현기기자 khke@jeonbu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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