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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화] (2) 북한의 언어 정책...㉠

-일상생활속에 군사용어 남아 있어

 

김일성의 주체사상은 '맑스-레닌주의'에 바탕을 둔 스탈린의 언어관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공산권의 일반적인 언어인식은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출발하는데, 유물론에서는 언어를 물질적 생산력과 결부시켜 언어가 사회활동에 참여하여 생산을 위한 도구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언어 정책에 관한 기본적인 방향은 문화어학습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다.

 

"우리 당의 언어 정책이 가장 정확한 것은 그것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창시하시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발전풍부화시켜 나가시는 주체적 언어 사상의 빛나는 구현이기 때문이다."(문화어학습1,1995)

 

그런가하면 김정일은 64년, 66년의 교시에서 고유어에 근거한 주체적인 언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전 인민의 힘있는 무기로서의 언어, 국제어(프롤레타리아 국제어)에 합류할 수 있을 때까지의 준비 단계로서 민족적인 것을 최대한으로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 시대의 주체 언어이론은 이전까지의 유물론적인 '맑스-레닌주의 언어학'을 포기하고, 김일성이 창시하고 김정일이 발전시킨 주체사상을 언어에 적용시키고 발전시켜 나감을 의미한다.

 

북한은 남한보다 어문정책의 강령이 뚜렷하게 밝혀져 있다. 북한의 어문정책은 1960년대 후반부터는 주체사상의 한 갈래인 '주체의 언어이론'을 언어 정책의 강령으로 삼아 왔다. '조선로동당정책사'를 보면 '조선로동당의 언어정책은 혁명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적 언어사상의 빛나는 구현'이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언어정책의 뿌리를 김일성의 항일독립운동 시기에 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948년 '조선어신철자법'을 공포하였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내놓은 '한글마춤법통일안'을 불신한데서 비롯된 언어 정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북한의 언어가 '리발(理髮), 녀인(女人)'과 같이 어두에 'ㄹ, ㄴ'이 표기되는 것은 이 맞춤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은 이후 1954년 '조선어 철자법', 1966년 '조선말규범집'을 공포했으며, 1987년에는 '조선말규범집'을 수정하였다.

 

그러나 이에 반해 남북한의 맞춤법은 1933년의 '한글마춤법통일안'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형태와 음소적 표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북한의 표준어는 1960년대 중반에 김일성의 두 차례에 걸친 담화를 바탕으로 언어의 중심지를 북한의 수도인 평양으로 잡았다. 그리고 표준어라는 말 대신 '문화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언어학사전2'를 보면 문화어는 '혁명의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주체성 있게 발전한 우리 민족어의 전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렇게 정립된 문화어의 개념에 따라 한자어와 외래어가 다듬어졌으며 특히 많은 방언이 문화어로 격상되었다.

 

남북한 어휘의 차이를 살펴보면, '혀'라는 말은 '동물의 입 안 아래쪽에 있는 길고 둥근 살덩어리.'란 뜻으로 남북한이 공통으로 쓰고 있으나, 남한에서는 '건축에서, 널빤지의 한 옆을 깎아 다른 널빤지의 홈에 끼우거나 따로 널홈에 끼는 널쪽.'이란 의미가 있는 반면에, 북한에서는 '밥 따위를 퍼 담는 숟가락의 넙적한 부분.'(어머니의 숟가락은 다른 숟가락보다 훨씬 무겁고 혀가 넓었다.)과 '적의 군사 비밀을 알아내기 위하여 붙들어 온 포로를 이르는 말.'(혀를 잡아오다.)로도 쓰이고 있다.

 

특히 '모내기 전투'와 같이 일상적인 생활을 표현할 때도 군사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으며, '의식주(衣食住)'를 '식의주'로 순서를 바꾸어 표기하고 있다.

 

/이태영(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이태영 교수 약력

 

이태영교수는 1956년 전주 출신으로 전북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국어의 역사를 전공했으며 방언과 정보학연구에 몰두해왔다. 특히 지역 방언 연구에는 남다른 열정을 보여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 했으며 일반인들이 방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필형식으로 구성한 글을 모은 책을 곧 출간할 계획이다. ‘국어동사의 문법화 연구’(한신문화사) ‘역주 첩해신어’(태학사) 등의 저서를 펴낸 그는 올해 종이축제에서 ‘완판본 한글 고전소설과 고문헌전’을 기획해 전시, 전주지역이 완판본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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