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4일 오전 8시10분 전주시 송천동 비행장 활주로 경비초소 밖 3∼4미터 지점에서 마대자루 2개가 발견됐다. 발견자는 안을 들여다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마대자루에는 안면부와 좌측 손부위가 부패한 사체가 있었고, 경찰이 신원을 파악한 결과 전주시 송천동 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씨(66)였다.
국과수 장성분소 부검결과 정씨는 두개골과 흉부 8개소 등이 골절, 외부 충격(차량)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단순 뺑소니 사고 후 사체유기 사건'일까. 일단 가능성은 크다. 차량 운전자가 사고를 낸 직후 주위 시선을 의식, 병원으로 정씨를 옮기는 것 처럼 차량에 태운 뒤 마대자루에 담아 유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의도적으로 정씨를 살해한 뒤 마대자루에 담아 사체 발견장소에 방치한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정씨가 숨지기 전 평소 도박을 자주하고 다녔다는 주위 진술과 함께 도박장에서 말다툼이 있었고,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2백만원 상당의 현금을 찾은 사실이 있기 때문.
경찰은 두가지 가능성 모두를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
먼저 사체가 들어있던 마대자루의 출처를 파악했다. 그 결과 99년부터 2000년까지 정미소 2곳에서 생산한 1만6천여개가 전주권 쌀가게 및 개인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판매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대자루 출처를 통해 용의자를 확보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경찰은 난관에 직면했다. 뺑소니 교통사고 후 사체유기 가능성이 크지만 목격자가 전혀 없고, 사체가 옮겨진 뒤 상당기간 방치돼 있어 차량흔적을 발견하기도 어려웠다. 마대자루에서 발견된 흙까지 분석했다. 지금까지도 어느 지역에서 정씨를 마대자루에 담았는지, 차량 운전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경찰은 살해 가능성을 놓고 원정 도박자 및 주변인에 대한 수사도 병행했다. 지난 1월1일부터 사망시간으로 추정되는 2월28일까지 1백33건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발췌했다. 이 가운데 통화 회수가 많은 인물을 중점 조사했고, 사망 전에 도박을 위해 대전을 자주 찾은 점도 수사를 벌였다. 이번 수사에서도 경찰은 혐의점이 있는 용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전주시 송천동 비행장 활주로에 버려진 60대 남성의 살해범은 과연 누구인가? 뺑소니 사고후 사체유기 사건인지 원한관계에 의한 고의적 살해인지 여부마저 불확실한 이번 사건.
숨진 정씨만이 범인을 알고 있는 미궁속의 사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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