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명물로 꼽히는 효자동 '완산다원'찻집이 지난 26일 밤 한줌의 재로 변하자, 많은 시민들이 빼어난 한옥의 자태를 잃은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도 전주의 자랑거리를 살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전통가옥에 대한 소방점검 관련법규 미비와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은 이번 기회에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오후 7시41분 29초 한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왔다.
전주시 효자동에 위치한 전통한옥식(완전 목조건물)인 완산다원 찻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 이 여성은 주유소가 옆에 위치해 더욱 위험하다고 알려 왔다.
선발 소방차량 5대는 화재가 발생한 지 7분여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지난 2001년 1백70여평의 부지에 1백평(2층)으로 중요무형문화재 74호인 대목장 고택영씨(90·부안)가 설계에서 시공까지 직접 관장한 한옥 찻집은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불길속에 무너지고 있었다. 소화전은 화재현장에서 1백m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호스연결에만 무려 5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불에 쉽게 타는 목조건물인 탓에 초기 진압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옆 주유소 관계자가 세차기에 있는 물을 뿌리지 않았다면 자칫 지하 기름탱크에 까지 불이 번져 더 큰 화를 초래할뻔 했다.
이날 화재는 오후 8시37분 전주소방서에 추가 지원요청을 한 뒤 다음날 오전 1시50분께 잔불까지 정리됐다.
3시간 넘게 진화작업을 벌인 긴박했던 화재현장이지만, 주위 시민들은 전주의 대표적 산책로인 완산칠봉 초입에 자리잡아 우람한 자태를 자랑했던 전통 찻집을 잃은데 대해 아쉬워했다.
완산다원은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외국 관광객들의 탐방코스로 애용됐던데다 최근에는 다도(茶道)를 배우기 위해 학생은 물론, 주부나 예비신부들까지 몰려 들었던 곳이기 때문.
완산소방서 관계자는 "이처럼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자주 찾는 전주의 명물이 화재에 취약한 것은 4백평방미터(㎡)이하의 가옥은 소방점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때문이다”면서 "특히 태조로 인근의 한옥마을의 경우 집 주인들이 소화기조차 제대로 비치하지 않고 있는 등 안전불감증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주 완산소방서는 지난해 8월25일 전주 태조로에 위치한 한옥마을에 대한 소방점검을 실시한 결과, 6백58가구 중 60여 가구만이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공예품 전시관, 명품관, 한옥생활체험관 등 태조로 테마관광지 5곳은 경보장치 및 소화기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인근에 위치한 일반 한옥가구에 소화기가 비치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는 등 화재에 대비한 적극적인 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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