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북대 무용학과 연습실, 시간은 밤 10시를 넘겼지만 연습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정기공연 ‘2004 C.D.P’를 앞두고 있는 현대무용단 C.D.P(Coll. Dance Project, 대표 최재희)는 마땅한 연습 공간이 없어 모교 연습실을 빌려쓰고 있었다. 연습은 계속되지만 지치지는 않는다. 건물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올 수록 조급한 마음에 눈빛은 강해지고 동작은 더 힘을 얻는다.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고 했지만, 이들에게 젊음은 그냥 놓아두면 녹이 슬어버리는 어떤 것에 불과하다.
“10월이면 저희에게도 힘들게 마련한 연습실이 생겨요. 늦더라도 우리 공간에서 편하게 준비하며 공연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항상 이쯤 정기공연을 하기로 다짐했었거든요.”
가을이 왔나 싶으면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도록, C.D.P는 항상 9월에 정기공연을 열기로 했다.
지역 무용계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싶어 2002년 창단한 C.D.P는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현대무용을 택한 것도 다양한 것들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다는 믿음때문이었다. 햇수로는 이제 3년째지만, 이미 중앙에서도 ‘만만치 않은 그룹’으로 알려졌다.
‘사회라는 커다란 공간 속에 덩그라니 놓여진 개인,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타인과 타인의 관계’. 몸짓으로 세상을 읽는 이들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발산한다. 다소 무겁고 부담스러운 주제, 혹시 모를 부족함은 노력으로 채운다.
“단원이 너무 적어 작품을 할 때면 고민이 많아요. 단원이나 연습실 등 지금은 힘든 여건이지만, 그래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있다고 생각해요.”
C.D.P의 정단원은 최재희 탁지혜 임은주 한유경씨 등 4명 뿐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도 객원 안무가 윤명희씨와 전북대 무용학과 후배들의 도움을 받았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서울서 활동하게 된 윤씨는 2년 전 다시 전주로 내려왔다. 참과 거짓, 긍정과 부정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사회의 다양성을 표현한 윤씨의 ‘마루밑 대화’는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다.
제2회 전북 신인 안무가전 연기상 수상작 ‘PUZZLE’은 부대표 탁씨가 안무를 맡았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극복하자는 메세지를 각각의 조각들이 맞물려서 하나가 되는 퍼즐로 형상화시켰다. 최대표가 안무한 ‘벽(闢)’은 2003 젊은작가전 우수 안무가상 수상작. 반복되는 리듬과 동작으로 갈등과 거짓으로 견고하게 결합된 벽을 허물고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찾는다.
세 작품에는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하고싶어 하는 단원들의 의욕이 녹아있다. 시각적 이미지가 강한 자유로운 몸짓도 치밀한 기획과 부단한 연습이 바탕이 됐다.
“요즘 사람들은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현대무용은 어렵고 어두운 면만 부각되는 것 같아요. 관객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쉬운 작품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무거운 춤을 보여주면서 재밌게 보라는 주문이 틀렸다는 것은 알지만, C.D.P의 춤은 아직도 어렵다. 그러나 ‘쉽다’고 해서 ‘가벼운 것’은 아니다. 주제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은 유지하면서도 쉽게 표현하고 다가서는 것이다. 5일, 조금 쉬워졌지만 여전히 힘있는 C.D.P의 몸짓이 시작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