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부터 단합행사...명절 스트레스 사라지고 가족간 우애 돈독해져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저녁 고창 선운산유스호스텔에 80대 할머니부터 초등학생까지 20여명의 대가족으로 북적였다.
장남석씨(57·전주 효자동) 다섯형제 가족과 어머니 박귀남씨(80) 등 모두 22명이 추석연휴를 맞아 이곳으로 가족여행을 온 것이다.
다섯형제 가족의 자녀들이 마련한 저녁식사를 하고 다섯형제가 설거지를 마치자 이들 가족만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가족이 모두 한 방에 모여 앉아 지난 반년간의 경험을 나누는 장기자랑 자리다. 어른들은 '0.1g의 희망', '그건 사랑이었네', '중독의 심리학' 등 그간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하며 가족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했다. 셋째 대석씨(48)는 '쿠션'을 소개하며 다른 4가족에게 한권씩 책을 선물했다. 아이들은 갈고닦은 악기 실력을 뽐내는 등 장기자랑을 했다. 막내 재영이(9)는 오카리나 연주를 했고, 대장격인 민영씨(25)와 민선씨(23)는 개그 프로그램인 '고음불가'를 준비해 와 웃음을 선사했다.
다섯형제가 그들만의 명절맞이 가족여행을 시작한 것은 5년전부터. 엄격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먹고, 자고, 술 마시고, 고스톱 치는' 명절 대신 보다 의미있는 명절을 보내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부부끼리도 휴가 맞추기 힘들잖아요. 명절은 온가족이 함께 하는 휴가라서 가족이 보다 가까워지고 유대를 돈독히 하기 위해 가족여행을 나서기로 했죠."
가족여행을 처음 제안한 장남 남석씨의 설명이다.
큰집에서 치르는 전통적인 명절 형태가 바뀌자 가족 모두가 좋아했다. 특히 맏며느리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느낌이었다.
맏며느리 김은자씨(54)는 "명절 맞으려면 대청소, 이불빨래, 음식마련 등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다 명절 끝나면 몸살을 앓았었다"며 "가족여행으로 바뀐 뒤 동서들과 함께 음식을 분담해 마련해 오고 함께 즐기면서 부담도 줄고 가족간 우애도 돈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명절 때 갈 장소와 진행할 프로그램을 자녀들이 마련해, 자녀들의 만족도 크다.
민영씨는 "가족여행을 떠나면서부터 우두커니 앉아 TV만 보거나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던 명절은 사라졌다"며 "이제는 명절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연휴 1~2주전 성묘를 마친 이들 다섯형제 가족은 추석 당일 추도식으로 간소한 차례를 마치고 가족끼리 고창 고인돌군 등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는 색다른 명절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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