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뇌졸중 앓던 남편 5년전 세상 뜬 후 허드렛일…척수장애 1급 큰아들 대학 입학
21년 전 여름, 고등학교 3학년이던 큰 아들은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됐다. 시아버지는 종손의 사고소식에 놀라 시름시름 앓다 1년 뒤 숨졌다. 남편은 간경화와 뇌졸중으로 와병생활을 하다 5년 전 세상을 떠났다.
이 사이 논밭과 집은 모두 팔아야 했다. 생계는 장순이씨(61·남원시 주천면)가 식당 주방일과 막노동, 남의 농사일로 벌어들인 푼돈으로 이어가야 했다. 3남2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밤낮으로 일해야 근근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세월이었다. 하루에도 열두번 죽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내가 정신을 차려야 아이들이 산다"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이 흘러, 척수장애 1급인 큰 아들 한병재씨(39)는 올해 우석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갔고 다른 자녀들도 직장을 얻고 결혼해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8일 제 38회 어버이날을 맞아 장순이씨는 '장한 어버이'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장씨는 지나간 시간에 대해 "남이 알까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부모는 똑같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겸손해 했다.
큰아들 한씨는 물놀이 중 목뼈를 크게 다쳐 목 아래로는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다. 21년간 수차례 심장수술을 하고 방광이 역류하는 등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그때마다 큰아들은 "엄마, 난 하늘나라로 가니까 잘 살아"라고 말했지만 어머니 장씨는 포기한 적이 없었다. 남편이 몸져 누운 뒤로는 안방에는 남편, 건넌방에는 큰아들이 와병생활을 해 장씨는 두 방을 오가며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부모가 무능해 자녀를 고생시킨다는 자책감도 컸다. 그래서 자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큰아들은 몸이 불편했지만 책을 좋아했고, 서예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큰아들 오른손에 붓을 끈으로 묶어주고 먹을 갈며 서예를 가르쳤다. 덕분에 큰아들 한씨는 전국 휘호대회에서 특선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올해 대학생이 됐다.
장씨는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날처럼 좋은 날이 평생 없었다"며 "그간 힘들었던 기억이 다 사라지고 살아갈 힘이 솟았다"고 말했다.
큰아들 한씨 역시 이런 어머니를 위해 꼭 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의 삶을 책으로 펴내 그동안 보살펴 준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싶은 것이다.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한 번도 안했어요. 어떤 고생을 하던지 우리 아이들만 잘 살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7일 오전에 열리는 남원시 어버이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장을 받는 장씨의 소감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도내에서는 장씨 등 10명이 정부 포상을 받고 26명이 도지사 표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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