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원료로 원액 만드는 '발효의 달인'…오디·유자·오미자 등 48개 재료…첨가물 거의 없는 고품질 제품
참살이 열풍으로 첨가물이 적고 토종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도내에도 천연재료를 이용해 원액을 제조하는 업체가 있다. 발효의 달인이라 불리는 최승천 대표(54)가 설립한 '놀부가 창일헬시아영농조합법인㈜'.
해발 420m 지리산 정북쪽에서 참살이 음식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는 최 대표는 품질주의를 고집했다. 소싯적에 '좀 놀았다'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발효를 만났고 현재 오미자·유자·오디 등 48개 재료로 원액·청(淸)을 하루 7톤 가량 생산하고 있다. 제품은 전국 140개 대형마트·유기농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원액 350㎖ 1만원, 유자청 1㎏ 8700원으로 다른 제품보다 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지만 따로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1일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공장에서 최 대표와 그의 사업을 잇는 아들 최선호씨(27)를 만났다.
▲ 최고의 제품 품질주의 고집
최 대표는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우리 제품은 첨가물이 거의 없고 재료가 5~6가지 정도지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넣지 않아서 원액을 실온에 며칠 놓아두면 바로 술이 돼요. 나와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나는 우리 제품을 벌컥벌컥 마십니다."
발효에 매달린지 15년. 이제는 온몸으로 발효를 느낀다. 미각·후각·청각·시각을 이용해 상태를 확인하고 발효기간을 조절해야 하는 만큼 발효는 온몸으로 부딪쳐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발효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관건은 경험입니다. 계절·날씨에 따라서 발효 기간이 달라집니다.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게 비법이죠. 여기서 기술을 배우고 가도 똑같이 못 만듭니다."
발효원액제품은 건조된 원료를 들여와 씻은 뒤 불리고 다시 씻어 설탕을 넣고 30일~100일 정도 당장 발효를 시킨다. 숙성한 원액은 걸러서 고온 살균한 뒤 병에 담아 냉각과정을 거친다. 이후 품질검사를 거쳐 출고한다.
▲ 자연이 준 선물, 발효를 만나다
남원 산골에서 태어난 최 대표는 14살 되던 해 무작정 부산으로 갔다. 교과서에 나온 영도다리를 실제로 보고 싶었다.
"중학교 입학금 3400원 들고 부산으로 갔지. 하지만 막상 가니까 전기요금 나온다고 영도다리가 안 들려지는 거야. 그래서 약 10년 동안 부산 바닥에서 구두 닦고 극장 기도도 하고 건달도 따라 다니고 싸움도 하고 다녔지. 하지만 전과는 없어, 사고칠 때마다 아버지가 소 팔아서 빼주곤 하셨지."
25살 되던 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1996년 정부지원으로 농산물가공공장을 설립하면서 발효와 인연을 맺었다.
"고향에 와서 유산으로 논 6마지기를 받았어요. 먹고는 살겠지만 결혼한 상태에서 애들을 가르치기에는 모자라다는 생각에 공장을 지었어요. 무모하게 공장만 지어놓고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없었지. 살 길을 찾다 당시 임업연구원과 토종 소나무로 음료를 만드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발효를 배웠어요."
목표를 정하면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자랑하던 그는 당시 "자식도 팔아먹어야 할 만큼 공장이 어려운 상태"에서 발효에 매달렸다.
그는 3년 동안 공장에서 먹고 자며 발효를 배우고 끊임없는 실험을 했다. 임업연구원과 솔청발효원액을 공동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연구원의 박사님을 만난게 행운이었죠. 하지만 솔음료는 시장에서 단가를 맞출 수 없어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그때 배운 발효기술이 현재 사업의 바탕이 됐어요. 음료를 접고 발효원액을 만들면서 공장을 일으켰죠."
▲ 둘째아들에게 품질주의 전수
경험으로 발효를 배운 최 대표의 사업을 현재는 식품공학을 전공한 아들이 잇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공장 일을 도운 둘째 아들이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료다.
"내가 실기는 강한데 이론이 약해서 모르는 부분을 아들에게 배우라고 식품공학과를 보냈어요."
아들은 "저는 수치를 보고 발효상태를 알지만 아버지는 모양·향을 맡아 보고 발효상태를 안다는 점이 다릅니다. 저는 당도계로 측정하지만 아버지는 떨어지는 점도를 보고 당도를 맞추시거든요."
최 대표는 많이 팔기보다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든는 게 목표다. 이런 신념은 아들도 마찬가지다.
"많이 팔려도 문제입니다. 생산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된 만큼 첨가물을 넣지 않는 한 생산량을 늘리기는 힘듭니다. 우리제품을 찾아주는 소비자가 있는 한 최고의 제품을 제공할 겁니다."
이들 부자는 현재 해썹(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 인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시장을 겨냥한 허브 제품도 개발을 마쳤다.
최 대표는 "현재 허브를 발효시켜 목욕재료를 개발, 일본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며 향후 일본 수출에 주력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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