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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전북인] 강정용 석성기업(주) 대표

"목표는 오뚝이 정신으로…성공은 나눠야 빛이나죠"

"아마도 제가 '생각하는 병(病)'에 걸린 사람인가 봅니다."

 

100여 건의 각종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강정용 석성기업㈜ 대표(60)는 자신을 '개발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현상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그러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직접 구체화시켜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따놓은 특허 가운데 절반 정도를 이미 실용화시켰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 큰 비가 내려 광화문 거리가 무릎까지 잠기는 사태를 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달 초 물을 흡수하는 '투수 기포콘크리트' 제조 관련 특허를 획득했다. 강 대표가 개발한 투수 기포콘크리트 블록(가로 30㎝, 세로 20㎝ 정도)에 물 2ℓ 정도를 부으니 금새 60~70% 정도가 흡수됐다.

 

그는 "광화문 거리의 지표면 아래에 이 블록을 몇 겹 깔아놓으면 지난해 여름 같은 물난리가 앞으로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투수 기포콘크리트 블록은 아직 시장에 소개되지 않은 석성기업의 최신 작품(?)이다.

 

강 대표는 "돌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30년 가까이 콘크리트와 씨름해 왔다. 그래서 지은 회사 이름이 '석성(石成)'이다.

 

강 대표는 남원시 하정동(옛 남원읍 하정리)이 고향이다. 남원 용성초등학교와 용성중학교를 졸업한 뒤 전주로 유학와 해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재수까지 하면서 입시에 몰두했지만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군에 입대했다. 제대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형님이 운영하던 벽돌공장에서 잠시 일을 도왔다. 이 때의 인연이 오늘의 석성기업을 일군 계기가 됐다.

 

형의 사업을 돕던 그는 롯데그룹 공채에 응시해 합격하며 상경했다. 서울 명동소재 그룹 본사에서 3개월 동안 수습을 받은 뒤 당시 인천 주안공단에 새로 설립된 롯데기계(지금의 롯데기공)에 발령받아 1년 반 정도 근무하다 회사를 떠났다.

 

"서울 구로동에 살면서 인천으로 출퇴근했는데 주택건설 붐이 일어 인근 독산동지역이 개발되는 모습을 보면서 벽돌공장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적은 액수였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과 아내가 갖고 있던 돈 등을 모두 긁어모아 한 벽돌공장을 임대했다. 형에게서 배운 기술을 살려 1년 반 정도 튼실히 공장을 운영하며 자리를 잡아가려던 찰나 공장 주인으로 부터 나가달라는 임대해지 통보를 받았다.

 

8전9기(八顚九起). 강 대표의 오뚝이 인생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봉천동으로 벽돌공장 자리를 옮겼지만 공원녹지 훼손사범으로 몰릴 뻔해 다시 양재동으로 이사했고, 주인의 나가달라는 요구로 또다시 경기도 성남, 용인 등지로 이사를 거듭했다.

 

"벽돌공장을 옮기던 중간 중간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지요."

 

세입자의 설움을 곱씹으며 새로운 공장을 찾던 중간 중간 막노동은 물론 타일공, 보일러공 등 일감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래도 벽돌에 대한 집념은 버릴 수 없었다.

 

8번 공장을 옮겨다니던 그는 지난 1992년 지금의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공장부지를 어렵게 마련했다. 8전9기 끝에 '내 땅'을 갖게 된 것.

 

공장운영 여건이 안정되면서 석성기업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벽돌을 찍어내던 공장에서 벗어나 친환경 생태블록, 식생 축조블록, 어도 블록, 징검다리 블록, 환경계단블록, 환경생태 호안블록 등 새로운 제품들을 속속 만들어냈다.

 

"전국엔 300개가 넘는 블록제조업체가 있습니다. 앞서나가지 않고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해선 성공하기 힘듭니다."

 

석성기업은 중소기업으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특허료로만 1억5000여만원을 지불하는 등 신제품 연구개발비로 3억여원을 투자했다. 현재는 공장 인근에 자체 연구소를 짓고 있다.

 

이런 노력의 산물로 석성기업은 지난 2002년 조달청이 당시 콘크리트 블록제품에 대해 처음으로 지정한 우수제품으로 뽑혔다. 석성기업은 조달청의 우수제품 지정증서를 9개나 갖고 있다. 지난 2007년 산업자원부의 신기술실용화 촉진대회에서는 신기술 실용화 유공기업으로 선정돼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강 대표는 친환경 블록 생산에 전념해 다양한 수생식물의 식생이 가능하고 수심의 변화에 따라 블록 높이가 자동 조절되는 '수초분 블록',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매립 처리되고 있던 여주·이천지역의 폐 도자기를 분쇄해 골재로 재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미생물을 이용한 수질정화용 콘크리트블록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이미 특허기술을 획득한 이 제품은 하천 및 호소 부영양화의 원인인 질소와 인 등을 블록에 넣은 미생물의 증식과 대사활성으로 제거할 수 있는 획기적 제품이다. 블록은 미생물이 살 수 있도록 화산석을 골재와 섞어 만들었다.

 

새만금사업 동진4공구 호안블록 공사 일부에 이 제품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 대표는 혼자서만 업계를 독식하기보다는 함께 나누는 기업가로 인정받고 있다. 기존의 철판 몰드(틀)를 합성수지인 FRP로 바꿔 사각형 일색의 블록을 곡선형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했지만 기술을 업계와 공유했다. "혼자서 떼 돈을 벌 수 있는데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고향 전북에서 버스를 대절해 찾아온 콘크리트공업협회 조합원들에게는 공장을 개방하고 기술을 자세히 설명해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재경 남원시향우회의 각종 행사때마다 큰 정성을 보태는 등 남다른 애향심도 칭찬받고 있다.

 

자립하는 과정에서 겪은 숱한 설움을 나누는 삶으로 이어가고 있는 강 대표는 "고향 발전을 위해서는 미력이나마 함께 할 생각을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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