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향기에 취한 채 역사 흔적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다랭이논 자연에 몸 맡기니 어느새 옷깃 물들이는 秋色
무더위의 기세가 한 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더위 탓에 잠시 발길을 멈췄던 둘레길 마니아들에게는 환상의 계절. 지리산 둘레길은 초가을을 맞아 여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지리산 둘레길의 관문 남원 주천-금계 구간에서 황금색 들판을 가로 질러 웅장하게 솟은 지리산을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솔숲 향기 맡으며 걷는 주천-운봉 코스(난이도 중/ 14.3km/ 6시간)
가는 곳곳마다 상쾌한 솔숲 향기가 머릿속까지 상쾌하게 해준다. 주천-운봉 구간은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면서 해발 500m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의 마을을 잇는 옛길이 지금도 잘 남아 있는 구간이다.
특히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길이라 불리는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주천면 호경리에서 덕치리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이다. 수려한 산세와 깍아지는 듯한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이 계곡의 길이는 약 3km로 정상에 오르면 구곡경의 구룡폭포가 있다. 남원 8경 중 제1경인 구룡폭포를 따라 내려가면 용소라 불리는 소가 있다. 판소리 동편제의 거장 권삼득 명창이 목소리를 가다듬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완주 출생인 그는 집안에서 쫓겨나 콩 서 말을 짊어지고 처가가 있는 이곳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리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백두대간이 지나는 자리에 유일하게 촌락을 이루고 있는 노치마을. 구룡치를 끼고 해발 500m 노치마을은 만복대를 바라보고 있다. 노치를 갈재라고도 부르는데 산줄기의 높은 곳이 갈대로 덮인 것에서 유래했다. 현재까지도 당산재를 이어가고 있는 노치마을 주민들은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용궁마을에서는 인근 야산에서 고로쇠 송이 채취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역사문화가 흐르는 길 운봉-인월 코스(난이도 중/ 9.4km/ 4시간)
운봉-인월 구간은 오른쪽으로는 바래봉-고리봉을 잇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고 왼쪽으로는 수정봉 고남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운봉고원을 걷는 길이다. 이 구간은 대부분이 제방길과 임도로 되어 있어 길 폭이 넓고 여럿이 함께 걷기에 좋은 평지길이다. 또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왜구를 섬멸한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든 황산대첩비와 판소리 명창 송흥록 생가 등 문화와 역사가 깃든 길이다.
이 구간은 다양한 체험도 많다. 달오름마을은 마을터가 동쪽을 향하고 있어 달이 뜨면 달빛을 정면으로 받아 절경을 이루고 달의 기운이 가득한 농촌체험 마을로 건강을 주제로 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 아래 자리한 춘향허브마을은 대규모 철쭉 군락지와 허브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허브비누·허브양초·허브비빔밥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빼어난 풍경 자랑하는 인월-금계 코스(난이도 중/ 19.3km/ 8시간)
남원권 코스 중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이 구간은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과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을 포함하는 길로 전북과 경남을 구분 짓는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고 넓게 펼쳐진 다랭이논과 6개의 산촌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특히 등구재 일대 다랭이논은 절경을 자랑한다. 황금색 논과 아직 푸르름이 남아 있는 숲의 조화가 단연 압권이다. 장항마을의 당산나무는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뱀사골 입구에 위치한 매동마을에서는 지리산의 주봉자락 아래에 자리해 사계절 풍광이 아름답고 추수 등의 농사체험과 두부, 곶감을 활용한 전통 음식 체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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