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도내서 3474명 61억2400만원 못받아 /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매일 30여건 진정 접수
설을 앞두고 임금을 체불 당한 전북지역 근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즐거워야 할 시기에 적게는 수 백 만원부터 많게는 수 천 만원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행복한 명절은 남 얘기다. 특히 도내 임금체불은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70대 이상 고령자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미성년자, 일용직 건설근로자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11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북지역 체불임금만 430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최근(2018년 1월 기준) 신규로 발생한 도내 임금체불 근로자 수 만해도 3474명이다. 이들이 체불 당한 임금은 61억2400만원이다.
전북지역 임금체불 근로자는 특히 군산조선소 폐쇄 영향을 크게 받은 군산지역에 집중됐다. 전주와 익산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업종 체불 근로자 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임금체불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9일 찾은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1층에는 체불임금을 받기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건설현장에서 업주가 잠적해 돈을 받지 못한 중년남성과 퇴직금을 떼인 70대 이상 노인들이 주를 이뤘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하루 평균 30여건 정도의 임금체불 진정이 접수되고 있다”며 “업주가 파산해 잠적하거나 경영난 등을 이유로 임금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임금을 제때 줄 능력이 있음에도 근로자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곳도 더러 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만난 최모 씨(81·전주)는 진안 고향집에서 홀로 생활하다 지난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주의 한 섬유업체에서 근무했다. 고령을 이유로 별다른 절차없이 강제 해고당한 최 씨는 본래 720만 원 정도의 퇴직금을 받아야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90만원과 사주의 폭언이었다고 한다.
딸의 집에서 생활하며 넉넉지 않은 형편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최 씨는 80세라는 고령에도 9시간 동안 섬유업체에서 다리미질을 하는 중노동을 해왔지만, 업주는 보상은 커녕 일을 그만두라고 촉구했으며, 급기야 퇴직금을 요구하는 최 씨를 되레 업무방해로 신고했다.
업주는 “퇴직금과 임금은 본래 사장 마음대로 주는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는 게 최 씨가 전한 이야기다. 최 씨는 “명절을 날 수 있게 퇴직금 일부만 더 달라는 요청에 사장 가족이 고성을 지르며 겁을 주다 경찰관을 불러 나를 끌어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내 사정을 딱하게 듣고, 고용노동지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알려줘 오늘 이곳을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내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일용직 건설근로자 박모 씨(56)는 건설업자에게 임금을 떼인 경우다.
해당 업자는 임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부도를 내고 한달 전부터 잠적에 들어갔다. 박 씨는 “고정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생겨 기뻤지만, 공사 초반에만 임금지급이 잘 됐으며, 차후 월급으로 주겠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보너스를 붙여 돈을 준다더니 건물을 짓자마자 업주가 사라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몸이 불편한 부모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김모 양(17)도 비슷한 사례다. 방학 중 카페와 편의점을 오가며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 양은 카페에서 불규칙한 월급을 받았다. 결국 카페가 망하자 사장은 자취를 감추고 김 양은 약속받은 임금을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악질적으로 임금지급을 미루거나 잠적한 사업주는 강력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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